2012년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굿바이 동물원’은 250편의 경쟁작을 물리치고 당선되었다.
이 책은 처절한 경쟁 사회에서 밀려난 주인공이 동물원의 동물로 취직하면서, 고릴라의 탈을 쓰고 가슴을 탕탕 두드리고 12미터에 달하는 철제 구조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오르내리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 화장실에 빈 칸이 없어서 울지 못하고 눈만 벌게졌던 주인공 김영수. 그는 회사에서 해고되고 집에서 부업으로 마늘을 까면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삶을 떠올리고, 어쩌면 마늘을 까기 위해 태어난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뭘까?”라며 끊임없이 질문하던 그 시절, 그는 인형 눈깔을 붙이다가 본드를 불고, 종이학과 공룡 알을 접다가, 부업 브로커 돼지엄마에게 소개를 받아 ‘세렝게티 동물원’에 고릴라로 취직한다. 같은 고릴라사에서 일하는 앤 대리, 조풍년 과장, 대장 만딩고를 만나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의 사연을 하나씩 듣게 된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며 공무원 공부를 하는 앤과 역시 “사람답게 살고 싶”어 과거의 일을 버리고 동물원에 온 조풍년, 그리고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만딩고의 이야기까지. 작가는 그들을 통해 현대 경쟁 사회의 현실을 꼬집고, 그 속에서 사람이지만 사람으로 살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동물원에서 사람이 아니라 동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리얼하게 때론 정감 있게 그리고 울컥하게 담아내면서, 경쾌하면서 슬픈 블랙코미디를 보여준다.
또한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열망이 꿈틀거리는 사이 진정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되묻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돈’이라며 돈 때문에 인간의 삶을 포기해야 했던 삶으로부터 오히려 ‘돈’ 이상의 또 다른 가치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은 그들만의 끈끈한 유대와 친밀감으로 ‘사람답게’라는 진면목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재미있다며 낄낄거리다가, 섬뜩 놀라며 하얗게 질리는가 하면, 그 속에서 움 트는 삶의 희열에 박수를 보내며 독자 스스로에게도 격려와 용기를 보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