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난 사람) 유홍준 교수와 떠난 제주도 1박 2일

제주는 수많은 사람이 여행을 했고 , 수백 권의 여행 서적이 쏟아졌어도 , 언제 누구와 떠났는가에 따라 매번 다른 표정을 지어 보인다 . 시작과 끝을 짐작하기 어려운 제주의 매력에 선뜻 방향을 잡기 어렵다면 , 이번엔 유홍준 교수를 믿고 따라가 보자 .

유홍준 따라잡기 1
지난달 1 일 명지대 유홍준 교수가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 출간을 기념해 독자 40 여 명과 함께 제주도 1 박 2 일 답사를 다녀왔다 . 한국관광공사와 인터파크도서 , 도서출판 창비가 공동주최한 이번 답사는 공식일정 외에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떠나는 게릴라 답사가 추가로 진행되는 등 의미에 재미까지 살린 특별한 시간으로 꾸며졌다 .

첫째 날

무탈한 제주답사를 빌다 한라산 산천단
제주공항에 도착한 답사팀이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제주대학교 뒤편 소산봉 기슭에 위치한 산천단 ( 山川壇 ). 정초에 한라산 산신제를 지내는 제단이다 .
한라산 산신께 제사드리는 산천단에 가서 답사의 안전을 빌고 가는 것이 순서에도 맞고 , 또 제주도에 온 예의라는 마음도 든다 .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중 본래 제주인들은 탐라국 시절부터 해마다 정월이면 백록담까지 올라가 산신제를 올렸다고 한다 . 그런데 한겨울에 백록담까지 올라가자면 날이 춥고 길이 험해 그때마다 제물을 지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얼어 죽거나 다치곤 했단다 .
이에 조선 성종 1 년 (1470) 에 부임한 제주목사 이약동은 지금의 위치에 제단을 만들고 여기서 산신제를 지내게 했는데 , 이것이 산천단의 유래다 .
“ 이는 제의를 형식이 아니라 정성으로 바꾼 대단히 혁신적인 조치였죠 . 원래는 제법 장한 규모를 갖추었다고 전해지나 지금은 소박한 제단과 작은 비석만 남아 있습니다 . 대신 제단을 처음 만들 당시에 심었을 수령 500 년이 넘는 곰솔 여덟 그루가 산천단의 역사와 함께 엄숙하고도 성스러운 분위기를 보여주지요 ”
그리고 유홍준 교수는 잠시 산신께 무탈한 답사를 기원하고는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했다 .
주소 제주시 아라 1 동 375-1 문의 064-728-2731

이름도 아련한 사려니 숲길
사실 이번 답사의 공식적인 첫 일정은 따라비오름이었다 . 하지만 유홍준 교수는 애초 예정에 없던 산천단으로 우리를 제일 먼저 안내하더니 , 이번엔 숲에서 잠시 산책이나 즐기다 가자며 다시 한 번 게릴라 답사를 제안한다 .
답사팀이 내린 곳은 사려니 숲길 . ‘ 사려니 ’ 는 ‘ 숲 안 ’ 을 뜻하는 제주어다 .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으로 , 제주시 봉개동 절물오름 , 남쪽 비자림로에서 물찻오름을 지나 남원읍 한남리 사려니오름까지 약 15km 가 이어진다 .

오래 걷고 싶은 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보다 다섯배 열배나 큰 나무들이
몇시간씩 우리를 가려주는 길
( 중략 )
문득 짐을 싸서 그곳으로 가고 싶은
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라산 중산간
신역 ( 神域 ) 으로 뻗어 있는 사려니 숲길 같은
– 도종환 시인의 < 사려니 숲길 > 중

유홍준 교수는 도종환 시인의 < 사려니 숲길 > 을 낭송하는 것으로 20 분간의 짧은 산책을 시작했다 .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서 화산쇄설물인 송이의 사각거리는 소리에 귀 기울여보기도 하고 , 빽빽하게 들어선 서어나무를 보며 이곳의 토양이 얼마나 안정되었는지에 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
주소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 137-1 문의 064-728-3592

놓쳤던 가을을 선물 받다 따라비오름
버스는 숲에서 나온 답사팀을 태워 드디어 따라비오름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들리는 감미로운 노랫소리 . 유홍준 교수가 직접 선곡하고 엮은 , 일명 ‘ 유홍준 14 집 ’ 이었다 .
“ 지금 들리는 음악은 명창 이은주의 정선아리랑입니다 . 너무 아름답죠 . 이런 게 진짜 소프라노 아닐까요 ? 코리아 소프라노 !”
레이 찰스 , 안드레아 보첼리 ,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연달아 들려주는 목소리에 가슴이 뭉클해질 무렵 버스는 따라비오름에 도착했다 .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번 책에서 따라비오름은 다랑쉬오름이나 거문오름에 비해 그다지 비중 있게 언급되지 않았었다 . 그러면 왜 유홍준 교수는 이번 답사 일정에 굳이 따라비오름을 넣은 것일까 .
“ 큰 힘 들이지 않고 사뿐하게 올라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잖아요 . 예전에 다른 답사팀과도 따라 비오름을 다녀간 적이 있는데 그때 일행 중 한 명은 다랑쉬오름과 거문오름을 합친 것만큼 아름답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었죠 . 물론 따라비오름이 가장 아름다운 때가 바로 요맘때이기도 하고요 ”
12 월 첫날 오른 따라비오름은 억새꽃이 한창이었다 . 여섯 개 봉우리마다 억새가 기분 좋은 듯 출렁거렸고 분화구 안에 피어난 억새꽃은 마치 하얀 카펫을 깔아둔 듯 신비로웠다 .
유홍준 교수와 답사팀은 억새의 은빛 군무에 연신 감탄하면서 사진을 찍고 , 또 찍히며 지나간 가을을 만끽했다 .
“ 우리나라 땅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이 신기하고 고맙네요 . 우리 각자 마음에 드는 자리에 잠깐 누웠다 갑시다 ”
그리고는 제일 먼저 이름 모를 무덤가에 털썩 자리를 잡고 앉았다 .
주소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 62 문의 064-760-2912, 064-760-4462

거부할 수 없는 마력 ( 馬力 ) 조랑말 박물관
오름에서 내려와 찾은 곳은 조랑말 박물관 . 2012 년 9 월 개관해 이제 막 4 개월째에 접어든 ‘ 신상 ’ 박물관이다 . 따라비오름에서는 차로 10 분 정도가 걸린다 .
조랑말 박물관이 들어선 가시리는 조선시대 제일가는 목장인 갑마장 ( 甲馬場 ) 이 있던 동네다 . 이곳에서는 600 년 목축문화의 역사를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다 .
“ 이런 시골에 이렇게 현대적인 건물이 있다는 것이 놀랍지 않나요 ? 설치 미술을 이렇게 멋지게 해둔 곳도 드물고요 ”
박물관은 마을에서 설립한 국내 최초의 전문 박물관이라는 타이틀이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된 모습이었다 . 게다가 말 관련 유물 , 사진 , 예술품은 기본이고 말의 시야 (60 도 ) 를 그대로 재현한 말원경과 바람의 세기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는 말발굽 소리 , 말테우리 ( 목동을 뜻하는 제주어 ) 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벤치 등 제주마를 주제로 오감을 완벽히 통합해내는 전시 내용은 실로 놀랍기까지 했다 .
“ 이건 얼마씩 하나요 ?” 박물관 한쪽에서 조랑말이 프린트된 하얀색 스카프를 둘러보는 유홍준 교수가 보였다 . 그는 별다른 고민 없이 여러 장을 고르더니 점원에게 건네며 말했다 .
“ 뮤지엄 숍에서 내놓는 물건은 졸작이 나올 수 없습니다 . 바로 뮤지엄의 명예가 걸려 있기 때문이죠 . 그리고 널리 보급될수록 더 좋아집니다 ”
주소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3149-33( 구 산 41) 문의 070-4115-0151 관람시간 동절기 (11~3 월 ) 10 시 ~17 시 , 하절기 (4~10 월 ) 10 시 ~18 시 , 매주 화요일 휴관 입장료 성인 2000 원 , 청소년 및 어린이 1500 원 / 조랑말 패키지 1 만 2000 원 ( 박물관 입장료 + 마음카페 음료권 + 승마기본코스 체험료 )

조금 다른 제주와의 만남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첫째 날 마지막 목적지는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으로 정해졌다 . 따라비오름에서 내려오면서 갑작스럽게 결정된 게릴라 답사였다 .
폐교를 고쳐 만들었다는 김영갑갤러리에는 사진작가 김영갑이 2005 년 루게릭병으로 타계하기 전 20 여 년간 제주를 누비며 남긴 사진작품 20 만 점이 소장돼 있다 .
“ 욕심 없이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제주 사진만 찍다가 떠나버린 김영갑 선생은 삶 자체가 처연했습니다 . 선생이 세상을 떠나고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미술관으로 만들어 영원히 그를 기억하고 있지요 ”
유홍준 교수는 그의 유골이 뿌려진 정원을 쓸쓸하게 둘러보다 갤러리 안으로 들어갔다 . 그리고는 맨 먼저 김영갑의 일대기가 적힌 안내판 앞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
“ 한 사람의 일대기를 이렇게 잘 쓰기도 어렵습니다 . 이번 책에 김영갑에 대해 쓰면서 이글이 하도 좋아 별다른 말을 못 썼을 정도니까요 ”
그리고 유홍준 교수는 결코 짧지 않은 그 글을 정성껏 소리 내어 읽어 내려갔다 . 그렇게 유 교수와 마음으로 김영갑을 만난 독자들은 잠시 뿔뿔이 흩어져 김영갑 , 그리고 그가 반했던 제주의 아름다움과 시간을 보냈다 .
주소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437-5 문의 064-784-9907 관람시간 9 시 30 분 ~18 시 (7~8 월 19 시까지 , 11~2 월 17 시까지 , 관람시간 30 분전 입장마감 ), 매주 수요일 휴관 ( 단 7~8 월은 휴관일 없음 ) 입장료 어른 3000 원 , 청소년 2000 원 , 어린이 1000 원 (7 세 미만 무료 )

둘째 날

오래 걸어도 지치지 않는 올레 8 코스
둘째 날은 올레 8 코스 일부 구간과 여미지 식물원을 둘러본 다음 오후엔 예정에 없던 추사유배지까지 다녀오기로 하고 조금 일찍 길을 나섰다 .
제주올레는 ‘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 선 ’ 가운데 하나로 특히 8 코스는 옥빛 바다를 온몸으로 품으며 걷기 좋은 구간으로 손꼽힌다 .
답사팀은 월평마을 아왜낭목에서 대평포구까지 이어지는 19.6km 구간 중 주상절리 안내소에서 베릿내오름 입구까지만 걷기로 하고 주상절리 안내소에 모였다 .
“ 현무암질 용암에서 주상절리는 약 900 도에서 만들어지는데 용암의 상부에서는 아래로 , 하부에서는 위로 각각 진행되어 중앙부에서 서로 만나게 된다 …? 나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혹시 전공한 사람 있으면 설명 좀 부탁합니다 ”
유홍준 교수는 입구에 설치된 안내판을 손짓까지 곁들여가며 열심히 읽어 내려가다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하고도 쉬운 설명이 필요하다 ” 며 일침을 가한다 .
주상절리를 한 바퀴 둘러보고 본격적인 8 코스 탐방에 나섰다 .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누구 하나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였다 . 유홍준 교수는 길가에 놓인 나무 한 그루 , 풀 한 포기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애정 어린 눈길을 건넸다 . 그러다 마음에 드는 곳에서는 사진을 찍거나 잠시 쉬어가면서 올레를 마음으로 즐겼다 .
“ 우리 지금 여미지 식물원으로 가고 있는데 코끼리 열차 좀 태워주게나 ”
유홍준 교수는 여미지 식물원을 목전에 두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주인공은 다름 아닌 ‘ 내 친구 남상규 ’ 였다 .
올레 8 코스 월평마을 아왜낭목 ~ 약천사 ~ 대포포구 ~ 주상절리 안내소 ~ 베릿네오름입구 ~ 중문해수욕장 ~ 예래생태공원 ~ 논짓물 ~ 대평포구 ( 총 19.6km, 약 6~7 시간 소요 ) 문의 064-762-2190

‘ 내 친구 남상규 ’ 와의 만남 여미지 식물원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을 읽은 독자라면 제주 추사관 건립에 큰 힘을 보탠 부국철강 남상규 회장을 한 번쯤 궁금해 했을 테다 .
주상절리를 출발해 약 1 시간 만에 도착한 여미지 식물원에는 말간 얼굴의 한 남성이 유홍준 교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 그가 바로 여미지 식물원의 원장이기도 한 남상규 회장이었다 .
“ 다들 내 친구 남상규 알죠 ? 그 친구가 바로 이 양반입니다 ”
그리고는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전화로 일러둔 대로 코끼리 열차에 오를 것을 재촉했다 . 답사팀은 그렇게 열차에 올라 야외 정원을 한 바퀴 둘러본 다음 식물원 중앙에 있는 온실로 걸음을 옮겼다 .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온실은 화접원 , 수생식물원 , 다육식물원 , 열대식물원 등 다양한 주제로 구분 , 조성돼 있었다 . 여행자의 식물이라 불리는 여인초 , 최대 140 년을 사는 거대한 선인장 금호 , 부처의 손을 닮은 열대과일 불수감 등 이름도 재미난 다양한 식물이 건물 가득 전시되어 잠시나마 겨울을 잊을 수 있었다 .
주소 서귀포시 색달동 2920 문의 064-735-1100 관람시간 9 시 ~18 시 ( 옥외정원은 일몰까지 , 관람시간 30 분 전까지 입장 완료 ) 입장료 일반 8000 원 , 청소년 6000 원 , 어린이 4000 원 유람동차 ( 코끼리 열차 ) 어른 · 청소년 1000 원 , 어린이 500 원 , 탑승시간 10 분

그가 남긴 마지막 숙제 추사관 · 추사유배지
답사팀은 식물원을 나와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는 추사관으로 갈 채비를 마쳤다 . 하지만 유홍준 교수만은 아쉽게도 방향이 달랐다 .
“ 저는 서울에 일이 있어 먼저 돌아갑니다 . 하지만 여러분은 꼭 추사를 만나고 돌아가세요 . 여기까지 와서 위대한 분의 족적을 두고 그냥 돌아간다면 예의가 아닙니다 ”
그리고 그렇게 한참 동안 버스 통로에서 추사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고는 공항으로 떠났다 .
유홍준 교수와 헤어진 답사팀은 그가 추천한 마지막 문화유산답사지 , 추사관으로 향했다 . 유홍준 교수는 문화재청장으로 재직 당시 유배지에 어울리지 않고 육중하기만 했던 추사 유물기념관을 새로 정비해 현재의 추사관을 만들었다 .
추사관은 추사의 대표 작품인 < 세한도 > 에 나오는 집을 모델로 삼은 건물로 , 건축가 승효상이 만들었다 . 헌데 동네 사람들은 이를 두고 꼭 감자창고 같다며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단다 .

그리고 이에 대한 건축가의 대답은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에 속 시원하게 등장한다 .
“ 주민들은 이 건물을 감자창고로 불렀다 . 아마도 뭔가 화려한 건축을 기대했던 것에 대한 실망이 섞인 비아냥으로 들렸다 . 그러나 그렇다면 내 의도가 성공한 것이다 . 이 건축은 그저 그런 감자창고로 보여야 했다 . 그만큼 내 건축 형태에 대한 부질없는 욕망을 절제한 결과였으니 위대한 예술가 추사에 대한 외경심으로서도 그렇게 나를 죽이는 게 마땅했다 . 나는 감자창고라는 별칭이 자랑스럽다 ”

추사관에는 추사의 초상화부터 추사의 선조에 대한 기록 그리고 추사의 작품과 탁본 등이 전시돼 있다 . 또 2 층에는 너른 공간에 추사의 흉상만 덩그러니 놓아둔 추모의 공간이 마련됐다 .
추사관 옆에는 추사의 유배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유배지가 있다 . 추사는 유배 초기 대정읍성 안동네 송계순의 집에 머물렀으나 무슨 사연에서인지 거처를 같은 동네 강도순의 집으로 옮겼고 , 또 유배가 끝날 무렵에는 안덕계곡 쪽으로 다시 거처를 옮겼다고 전해진다 . 지금 추사 유배지는 강도순의 집터에 편지로 말한 송계순의 집을 복원한 것이다 .
주소 서귀포시 대정읍 안성리 1661-1 문의 064-760-3406 관람시간 9 시 ~18 시
입장료 성인 500 원 , 청소년 및 어린이 300 원

유홍준 교수에게 물었다 !
자신만의 답사 노하우가 있다면 하나 , 문화유산을 만나면 현대적인 부분까지 포괄되게 볼 것 . 안 보이던 것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 둘 , 먹는 것은 현지식으로 특색 있게 잘 먹을 것 . 그렇다고 값비쌀 필요는 없다 . 여기서 내 수법을 하나 공개하자면 비빔밥을 주문한 다음 돈을 2000~3000 원 더 얹어 줄 테니 뭘 넣든 그 가격에 맞는 비빔밥을 해달라고 하면 무지하게 잘해준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악이든 동영상이든 이동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볼거리를 준비할 것 . 당신의 여행이 풍요로워진다 .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자면 답사에 늦는 사람은 1 초도 기다려주지 말 것 . 그리고 답사비는 철저하게 똑바로 낼 것 . 그래야 열심히 , 제대로 보게 된다 .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은 첫째는 불국사 그리고 석굴암 . 이를 안 보면 대한민국 사람이라 할 수 없다 . 자연으로 따지면 제주도 . 백두산이 좋다고는 하지만 언제 기회가 될지 모른다 . 그다음은 안동 목조건축과 지리산 , 섬진강 자락의 오래된 사찰들 , 그리고 서울에 있는 고궁을 꼽을 수 있겠다 . 그래도 딱 하나만 챙기라면 역시나 경주의 석굴암이다 .

유홍준 따라잡기 2
유홍준 교수와 이번 답사여행을 하면서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에 꼭 넣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빠지게 된 몇 가지 내용에 관해 듣게 되었다 . 답사기에서는 볼 수 없는 , 하지만 유홍준 교수가 눈여겨 봐온 제주의 숨은 볼거리들을 < 청사초롱 > 독자들에게 살짝 공개한다 .

제주도의 진짜 속살은 여기에 하가리 돌담길
유홍준 교수는 이번 제주답사기에 제주인의 속살을 느낄 수 있는 마을 한군데를 꼭 넣고 싶었고 , 여기에 가장 적당한 마을로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하가리 ( 下加里 ) 를 생각했다고 한다 .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 바람에 책에는 부득이하게 넣을 수 없었다고 .
하가리는 제주 돌담의 아름다운 원형을 만날 수 있는 마을이다 . 돌담이 온 동네를 에워싸고 있어 ‘ 잣동네 ’ 라고도 불리는데 , 길이며 밭이며 집이 온통 돌담으로 이뤄져 멀리서 보면 좀처럼 방향 분간이 안 될 정도다 .
돌담에는 이끼와 넝쿨 , 손가락만한 선인장들이 자리를 잡았고 , 주황빛 귤은 담 밖으로 주렁주렁 얼굴을 내밀고 섰다 . 또 마을회관 옆길을 따라 오르면 옛날 모습 그대로 간직된 말 방아와 제주의 전통 초가도 볼 수 있다 .
아울러 마을 앞 큰길에는 제주도에서 가장 큰 연못인 연화지가 자리하고 있어 여름이면 연꽃과 수련이 화사하게 피어오른다 .
하가리에서 놓치기 아쉬운 또 다른 볼거리가 있다면 애월초등학교 더럭분교다 . 거뭇한 돌담과는 사뭇 대조되는 이 화려한 학교는 국내 휴대전화 광고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졌다 . 매주 월요일 1 교시를 전교생 56 명이 다 함께 모여 차를 마시는 시간으로 정해두는 듯 성적보다 인성에 초점을 맞춘 특이한 교육방식으로 유명하다 .

제주도의 아름다운 건축물들 방주교회 · 본태박물관
유홍준 교수는 이미 언급한 추사관이나 조랑말 박물관 외에도 책을 통해 소개하고 싶었던 제주의 건축물들이 많았다고 한다 . 대표적인 건물이 바로 방주교회와 본태박물관 .
세계적인 건축가인 재일교포 이타미 준이 설계한 방주교회는 연못을 파고 그 위에 나무와 돌과 유리로 건물을 지어 교회가 마치 물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이런 모습 때문에 붙은 이름은 ‘ 물 위의 교회 ’. 아울러 내부는 연못에 반사된 햇빛이 찰랑거리며 안으로 스며들어 한없이 따뜻하고도 경건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


2012 년 11 월 개관한 본태 ( 本態 ) 박물관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간으로 ,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만들었다 . 박물관은 두 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되며 , 1 박물관에는 소반 , 보자기 , 목가구 등 전통 민예품이 , 2 박물관에는 페르낭 레제 , 이브 클라인 등 현대작가들의 미술작품과 안도 다다오의 건축 미니어처가 전시돼 있다 .
이러한 전시 구성은 건물 설계에까지 반영되었는데 , 특히 1 박물관에 들어선 꽃밭이 볼만하다 . 모두 다른 크기의 직사각형 모양에 저마다 개성 넘치는 색깔을 지닌 꽃밭이 모여 하나의 큰 꽃밭을 이루는데 , 그 모습이 마치 본태박물관의 주요 전시물 중 하나인 조각보를 닮았다 .
이밖에 안도 다다오의 트레이드마크인 노출 콘크리트와 한국 전통 궁궐에서나 볼 수 있는 꽃담 , 그리고 제주의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도 이색적이다 .
방주교회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427 / 064-794-0611 / 월요일을 제외한 10 시 ~16 시 자유롭게 관람 가능 / 무료
본태박물관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380 / 064-792-8108 / 평일 10 시 ~17 시 , 주말 · 공휴일 10 시 ~18 시 / 성인 1 만원 , 어린이 5000 원 (4 세 이하 무료 )

글 사진: 박은경 기자 Ⓒ한국관광공사 청사초롱 본 기사의 copyright는 한국관광공사에 있으며 관광공사의 정책상 무단전재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