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론을박)담뱃갑 경고 그림 표기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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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사실에 대해 이견을 말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 반면에 아직도 담배를 단순 기호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역시 적지 않다 . 그럼 담배는 몸에 해로운 단순한 기호품일까 ? 정답은 ‘ 전혀 그렇지 않다 ’ 이다 . 발암물질이 60 여 가지나 들어 있고 , 한 번 시작하면 그만 두기 어려운 중독성 강한 물질을 과연 단순한 기호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
그렇다면 담배의 해로움을 꼭 그림이나 사진으로 나타내야 하는 것일까 ? 대답은 ‘ 그렇다 ’ 이다 . 이미 우리나라는 70 년대부터 담뱃갑 포장에 경고 문구를 사용해 왔으나 안타깝게도 건강경고를 자세히 보거나 읽은 사람은 2005 년 35%, 2008 년 26%, 그리고 2010 년 25% 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
또한 담뱃갑 포장에 있는 건강경고를 보고 금연에 대해 생각한 사람은 2005 년에는 흡연자의 17%, 2010 년에는 흡연자의 12%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ITC 대한민국보고서 , 2012 년 )

경고 그림 · 사진 도입은 담배규제기본협약의 기본 이행사항
그럼 다른 나라는 어떨까 ? 담배에 경고 그림 혹은 사진을 도입하는 것은 담배규제기본협약 (FCTC) 의 기본 이행사항으로 , 담배규제기본협약은 세계보건기구 (WHO) 의 회원 국가 간에 합의를 한 보건부문에서 이루어진 첫 번째 국가 간 협약이다 . 세계 각국은 지금 세대와 다음 세대를 담배의 소비 및 간접흡연의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담배규제기본협약을 체결하였으며 , 우리나라는 2005 년 5 월에 비준하였다 . 그리고 지난 11 월 12 일부터 17 일까지 제 5 차 당사국총회가 우리나라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
담배규제기본협약을 비준한 나라는 협약을 이행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데 그 중 하나가 담배 제품의 포장 및 라벨에 대한 규제 즉 , 담뱃갑 포장에 대한 경고에 관한 사항이다 . 협약 제 11 조에서는 담배 표면적의 30% 이상에 경고 문구를 사용하고 주기적으로 경고 문구를 교체하는 것을 의무사항으로 , 표면적 50% 이상을 표기하고 , 그림 경고를 상용할 것을 권고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

그림과 사진 경고는 문구보다 명확해
그림 경고를 사용하도록 권고하는 이유는 그림 ( 혹은 사진 ) 을 사용한 경우 단순히 글자로 된 경고 문구보다 담배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와 담배의 의존성 문제 등을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실제로 흡연자들은 막연히 담배가 몸에 나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구체적으로 나에게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 따라서 담배 포장에 흡연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각종 질병 사진이나 , 담배를 끊지 못해서 고생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표시할 경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담배 경고 그림은 특히 청소년에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 중 하나가 ‘ 담배는 참 끊기 어렵다 ’ 는 것이다 . 이는 담배의 중독성 때문으로 , 일단 흡연을 시작하면 그만두기 어려워 아예 시작하지 않은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 따라서 흡연하기 전 연령층인 청소년에게 담배로 인한 해로움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한데 , 이러한 역할을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담배의 경고 그림인 것이다 .
담배에 경고 그림이나 사진을 표시할 경우 담배회사의 마케팅 효과를 떨어뜨리게 된다 . 최근 들어 금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담배회사는 새로운 고객층인 여성과 잠재 고객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 담배의 포장이 점차 화려한 색깔과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그런데 담배의 포장에 폐암환자의 사진이나 후두암 수술 환자의 사진을 실을 경우 이러한 담배회사의 마케팅 전략에 타격을 줄 수 있다 .

우리나라는 경고 표기에서 세계 꼴찌에 해당
현재 담배 포장에 그림 경고를 사용하는 나라는 캐나다 , 브리질 , 싱가포르 등 63 개국이며 , 경고 문구나 경고 그림의 크기를 50% 이상 사용하는 나라는 우루과이 , 멕시코 , 필리핀 등 30 개국이다 .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전 세계 197 개국을 대상으로 각 나라의 경고 문구 도입 정도에 따라 순위를 매기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방글라데시 등과 함께 공동 97 위를 차지하고 있다 . 97 위인 나라가 22 개국이고 꼴찌인 134 위가 64 개국이나 되니 실제로는 거의 꼴찌나 다름없다 .
더군다나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흡연자들이 담뱃갑 포장에 건강에 관련된 정보를 더 많이 싣기를 원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담배의 해로움을 그림이나 사진으로 싣는 것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

글 ·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 ( 의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