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앙된 朴 대통령, 대국민담화로 ‘정면돌파’…野 “황당하다”


[미디어원=강정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4 일 오전 10 시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 · 야의 대치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정 차질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국민들을 상대로 직접 호소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박 대통령은 시종일관 격앙된 목소리로 원고로 읽어내려갔다 . 새 정부 출범 초반 국정 상황에 대한 불만과 절박함 , 단호함이 드러났다 .
‘ 박근혜 정부 ’ 의 상징 격인 미래창조과학부의 기능을 둘러싼 논란으로 이날 김종훈 장관 내정자가 전격 사퇴를 선언하면서 박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극에 달한 듯 했다 .
박 대통령의 입장 15 분 전부터 허태열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을 비롯해 9 명의 수석비서관 전원이 단상 옆 자리에 착석한 채 기다리고 있다가 박 대통령의 담화가 시작되자 입술을 꽉 다문 채 상기된 표정으로 지켜봤다 .
박 대통령은 “ 산적한 현안과 국민의 삶을 챙겨야 할 이 시기에 저는 오늘 참으로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 앞에 섰다 ” 고 운을 뗐다 . “ 여야 대표들과의 회동을 통해 발전적인 대화를 기대했지만 그것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큰 걱정과 함께 책임감을 느끼며 ,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송구스럽다 ” 고도 했다 .
하지만 유감 표명은 이뿐이었고 , 이후 야당에 대한 강한 톤의 불만이 쉴새없이 쏟아졌다 . ‘ 안보위기와 경제 위기 ’ 를 강조하며 ‘ 일하게 해달라 ’ 는 요구가 이어졌다 . 박 대통령은 “ 지금 북한의 핵실험과 연이은 도발로 안보가 위기에 처해 있고 , 글로벌 경제위기와 서민경제도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 새 정부 출범 일주일이 되도록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국정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 고 강조했다 . “ 이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 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격한 감정마저 묻어났다 . 외부 위기를 강조하며 , 일사불란한 협조를 당부하는 패턴은 권위주의 시절 논리를 닮았다 .
박 대통령의 이런 강경한 태도의 배경에는 담화문 발표 직전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사의를 표명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 박 대통령은 “ 미래성장동력과 창조 경제를 위해 제가 삼고초려해 온 분인데 우리 정치의 현실에 좌절을 느끼고 사의를 표해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 고 밝혔다 . “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고 들어온 인재들을 더 이상 좌절시키지 말아야 한다 ” 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
박 대통령은 미래창조과학부 논란의 핵심인 ‘ 방송진흥 기능의 미래부 이관 ’ 과 관련해 “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겠다는 목적 이외에 어떠한 정치적 사심도 담겨 있지 않다 ” 고 강조했다 . “ 일부에서 주장하는 방송 장악은 그것을 할 의도도 전혀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 .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충정의 마음을 정치권과 국민들께서 이해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 며 자신의 진심과 절박함을 호소했다 .
박 대통령은 미래창조과학부 업무와 관련해 정부조직법 원안 통과를 요구하는 데도 담화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 그는 “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 ” 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거듭 밝혔다 . 박 대통령은 “(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 미래창조과학부는 껍데기만 남는 것이고 굳이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 우리 경제를 새롭게 일으킬 성장 엔진의 가동이 늦어지고 있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 기회도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 고도 했다 . 결론적으로 “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 ” 이라는 경고도 이어졌다 .
박 대통령의 담화를 지켜본 정성호 민주당 대변인은 “ 취임한 지 열흘도 되지 않은 박 대통령이 앞으로 국정운영에서 국회를 고립시키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고 잘라 말했다 . 정 대변인은 이어 “ 박 대통령의 담화는 국회를 통법부로 , 여당은 거수기 , 야당은 거수기 보조자로 여기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매우 실망스럽다 .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한다며 국회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권위주의 체제의 독재자들이 했던 방식으로 매우 위험한 정치행위 ” 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