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크루즈, 준비없는 기항지관광 “세계는 뛰고 우리는 기어간다”

로얄캐러비안 크루즈의 '보이저 호'

[미디어원=이정찬 기자] 크루즈관광산업은 기존 여행상품과 차별화된 새로운 형태의 관광을 원하는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
현재 세계 크루즈관광은 북미 · 유럽에 집중되어 있지만 ,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 등으로 아시아노선의 수요가 점점 늘어나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
싱가포르여행업협회 (NATAS) 에 따르면 크루즈 여행관련 상품이 지난달 22~24 일간 개최된 NATAS Travel 박람회에서 7 번째로 많이 팔리면서 싱가포르인에게 최초로 10 대 인기 관광 상품으로 부상했다 .
최근 크루즈 여행이 은퇴층뿐만 아니라 신혼부부 및 젊은 가족여행층에도 인기가 높아진 데는 크루즈선사들이 고객층을 다변화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이다 .
싱카포르 대형 여행사인 Chan Brothers 와 CTC Travel 는 NATAS Travel 박람회에서의 크루즈 여행상품 판매가 전년 대비 30% 증가 , 고객층도 다양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
이렇듯 아시아시장에서의 크루즈관광산업 확대에 제주도는 2014 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200 만 명 유치를 목표로 , 핵심전략으로 크루즈관광 육성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 또 제주도형 크루즈기항지관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그러나 제주도 크루즈 기항지인 제주여객선 제 9 부두는 여전히 제대로 된 항만시설 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크루즈의 대형화 역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 제주도를 기항지로 정박하는 대표적인 대형크루즈로는 ‘ 타이타닉 ’ 호 크기의 약 3 배의 규모에 달하는 13 만 8 천 톤급의 로얄캐리비언사의 크루즈 선 ‘ 보이저호 ’ 가 있다 .
초대형 14 층 크루즈 여객선으로 승객 3,000 명을 수용한다는 보이저호는 움직이는 종합관광의 결정체다 . 이외에도 제주도를 기항지로 중국과 일본 등을 돌고 있는 대표적인 크루즈 중의 하나인 아스카호는 북미와 유럽의 대형 크루즈사와 달리 유일하게 아시아 일본인이 소유한 선박으로 제주도를 기항지로 정박한다 .
대략 2,000~3,000 명에 이르는 승객을 싣고 움직이는 크루즈는 기항지관광만으로도 엄청난 파급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하루에도 수차례 왕래하는 크루즈 승객의 10 분의 1 이라도 내리게 된다면 그 관광 효과는 실로 엄청난 결과치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
북미 · 유럽을 중심으로 점차 아시아로 확대되는 크루즈관광산업에 이미 일본과 중국은 우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치에 선점해 있다 . 후발주자로 나선 제주도는 아직까지 크루즈 기항지관광에 대한 준비가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
제주도의 기항지관광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황량하고 동떨어진 제주국제여객선 부두를 비롯해 주변 관광 인프라 역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 또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지칭함에도 불구하고 뒤늦은 ‘ 관광상륙허가제 ’ 시행은 기항지관광 활성화에 제약이 됐다 .
작년 5 월 27 일 이전까지 ‘ 관광상륙허가제 ’ 가 시행되지 않은 제주도에서 외국인 관광객은 무비자로 국내에 체재할 수가 없었다 . 그로인해 크루즈 승객들이 제주도를 제대로 체험하고 알아 볼 시간이 부족했다 .
크루즈관광을 외국인 유치사업 전략으로 내세운 지 2 년이나 지나서야 가장 기본이 되는 제도적 조치가 이루어진 것이다 .
특히 제주도는 중국 관광객들을 타켓으로 해서 아시아를 순회하는 크루즈가 대부분이라 중국인관광객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 그러나 이들 중 제주도에 관심을 갖고 흥미를 갖는 중국 관광객은 그리 많지 않다 . 이는 세계문화유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여전히 유네스코 3 관왕이나 세계 7 대자연유산 등재를 내세운 홍보에 치우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
이와 관련 크루즈 여행 관계자는 “ 크루즈관광산업의 밝은 전망에도 몇 년째 제자리걸음 중인 우리 기항지관광산업은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방향의 기획과 상품 개발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 고 말했다 .
이어 그는 “ 앉은자리 홍보로 세계 7 대자연유산을 내세운 마케팅이 아닌 움직이는 홍보를 통해 크루즈 승객들이 제주도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며 “ 보는 관광이 아닌 체험 관광과 크루즈 승객들을 위한 쇼핑단지와 같은 인프라가 필요하다 ” 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