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국면에 나선 北, ‘9일 실무접촉’ 맞제안…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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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원=구윤정 기자) 북한이 6 일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재개 등을 포함한 포괄적 남북 회담을 기습 제의한데 이어 정부의 남북 장관급회담 개최 제의에 대해 하루 만에 실무접촉을 제의하고 나서 배경이 주목된다 .

북한은 7 일 오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 조평통 )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오는 12 일 서울 남북장관급 회담에 앞서 개성에서 실무접촉을 하자고 제의했다 . 또한 북한은 이날 오후 2 시부터 판문점 적십자 연락채널 가동으로 통신 · 연락과 관련한 제반 조치의 뜻을 밝혔다 .

북한의 당국간 회담 제의에 우리 정부가 7 시간 만인 6 일 저녁 7 시 ’12 일 서울 남북장관급회담 개최 ‘ 제의로 화답한 지 15 시간 만에 북한이 판문점 채널을 가동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

◆ 北 , 대화국면으로의 전환 배경은 = 한반도가 대화국면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 북한의 움직임은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 1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지난 5 월말 중국을 방문했을 때부터다 . 당시 최 총정치국장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 조선 ( 북한 ) 은 유관 각국과 공동 노력해 6 자회담 등 각종 형식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하기를 바란다 " 며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 사실상 이때부터 북한은 대화를 위한 포석을 두었다 .

하지만 지난 3 월 국제연합 (UN) 의 대북제재안에 동참해 대북금융제재를 실행했던 중국의 반응은 냉담했다 . 중국의 대북정책은 ▲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 비핵화 ▲ 대화와 협상이라는 원칙에 따르고 있다 . 중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핵실험과 도발위협으로 한반도에 위기상황을 조성한 북한은 중국 정책에도 맞지 않다 . 특히 시진핑 체제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북한의 이러한 행동이 더욱 못마땅했을 일이다 . 북한의 핵실험이 중국의 인구밀집지대인 동북 3 성 인근에서 진행된 것도 중국으로서는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다 .

이러한 중국의 불편한 심경을 공산당 당국자가 북한을 ‘ 혈맹 ‘ 이 아닌 ‘ 일반 국가 ‘ 관계로 소개하며 드러냈다 . 결국 최 총정치국장은 별 성과 없이 돌아갔다 . 뿐만 아니라 북한은 미국과의 평화협정체결을 주장했지만 , 미국은 물론 중국도 남북관계 개선이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

양국은 또 7~8 일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 등 한반도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전망이다 . 중국의 지원이 절실한 북한은 정상회담 전 중국의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 . 그리하여 최 총정치국장의 "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나가겠다 " 는 발언에 대한 첫 조치로 남한에 전격적으로 대화 제의를 해 온 것이다 .

경제적 문제도 감안됐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 일방적인 개성공단의 폐쇄로 경제적 타격을 입었고 , 다른 경제특구에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 더구나 북한이 지난달 28 일 개성공단 기업인과 관리위원회 관계자들에 대한 방북 허용 의사를 표시하며 ‘ 성동격서 ‘ 식으로 우리 정부를 압박해 왔으나 , 정부가 ‘ 당국간 회담 ‘ 이 우선이라는 ‘ 원칙의 배수진 ‘ 을 친 결과 북한이 대화를 역제의해야 하는 ‘ 외통수 ‘ 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

◆ 北 , 정부 제안에 왜 실무접촉 = 정부가 오는 12 일 서울 남북장관회담 개최를 제안하고 15 시간 만에 북한이 9 일 개성 실무접촉 제의와 판문점 연락채널 가동 의사를 밝혔다 . 북한이 이처럼 남북대화에 ‘ 성의있는 ‘ 태도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대화의 의지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

하지만 북한은 남북장관급회담 제안을 즉각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다 . 대신 장관급회담에 앞서 당국 간 실무접촉을 먼저 하자고 제의한 것은 장관급회담을 할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 서울 개최 ‘ 를 수용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

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실무접촉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 수년 동안이나 ( 장관급회담이 ) 중단되고 불신이 극도에 이른 현 조건을 고려해서 " 라고 밝혔다 .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 회담 의제를 조율하는 등 장관급회담은 실무접촉 없이 이뤄질 수 없다 " 라며 " 북한은 ( 실무접촉에서 ) 세부적으로 장소나 의제와 관련해서 우리 정부에 명확한 입장을 요구할 수 있을 것 " 이라고 말했다 .

북한의 실무접촉 제의가 실제로 북한의 ‘ 준비 부족 ‘ 때문일 수도 있지만 , 북한이 남북관계를 대화국면으로 신속히 전환하려는 의지와 함께 회담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