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으로 떠나는 주말가족여행
<홍천강>
<홍천계곡 골짜기>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었다. 아마도 강원도의 시원한 산과 물이 여름이 오길 기다린 듯하다. 아직 좀 이른 휴가철이라 사람도 북적이지 않아 쾌적한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낯선 지명에 끌려 홍천군 남노일리를 찾았다. 남노일리는 홍천강에 둘러싸인 마을로 예로부터 강원도에서 한양에 이르는 뱃길의 길목인 응아지 나루터가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지금은 물 맑고 한적한 홍천의 숨은 휴양지로써 홍천강과 금학산의 정취를 즐기려는 여행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 일상의 탈출
<이른새벽 홍천강>
홍천의 물 맑은 계곡을 생각하며 차를 타고 무작정 출발한 여행길이 시작되었다. 도심을 1초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올림픽대로와 연결된 경춘고속국도를 타고 달렸다.
막힘없이 1시간 만에 홍천 IC를 나왔다. 민자로 건설된 고속도로라서 비교적 통행료는 비싼편, 양평방면으로 방향을 잡고 10분쯤 양덕원의 남노일리 표지판을 보고 마을로 접어들었다. 고맙게도 네비게이션은 고향집을 찾아가듯 출발한지 1시간 30분만에 정겨운 시골풍경 속에 풍덩 빠지게 해줬다.
# 무더운 여름날, 익사이팅한 레포츠를 즐겨라
일단 마을 한 귀퉁이에 차를 버리고 이곳저곳 흔한 시골 풍경들 속에 담겨진 귀한 순간을 사진 몇 컷에 담는다. 찾아다니며 담으려면 몇날 몇일이 걸릴지 모를 장면들이 의외로 쉽게 앵글에 들어왔다.
정신없이 강원도 산골의 정취를 따르다보니 잘 정돈된 화원에 입구가 차려진 응아지나루 펜션이 보였다. 주변경관이 좋고 가족단위 레포츠를 즐기기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온 이곳은 금학산 계곡의 시원한 물과 바람이 펜션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첫 느낌에 저녁이면 춥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바로 숙소를 정하고 펜션내의 화원부터 살펴 몇 컷의 사진을 담고서 뽐내던 DSLR은 일찌감치 던져버렸다.
그리곤 계곡을 밟고 내려와 홍천강에 발을 담그고, 자연으로의 귀환을 만끽했다.
숙소 바로 앞 홍천강은 서울로 향하는 옛 물길이었음이 무색할 정도로 가족 관광객들의 물놀이가 한창인, 시냇물처럼 야트막하게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보트와 카약이었다. 무릎 정도 넓게 흐르는 맑은 강물은 카약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하루 종일 타겠다고 하면 몰라도 1~2시간 맘껏 타기에는 좋은 테마라 생각된다.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갈아입을 옷가지면 충분하다. 관광객이 많다면 요금을 따로 지불해야 할 듯 했으나, 인심 좋은 펜션주인장은 아직 그럴 생각은 없다고 한다. 아이들이 있다면 여름마다 이곳을 기억하고 졸라댈 듯도 하다.
홍천강을 따라 계속 카약킹을 해보고 싶기도 했지만, 바로 옆
<카약>
에 있는 ATV(All Terrain Vehicle) 레포츠를 타보는 게 더 좋을 듯 했다. 가끔 타본 4륜 바이크는 제법 고급 기종이 준비 되어 있었으며, 홍천강변의 길도 없는 자갈밭을 힘차게 달려볼 수 있었다.
소위 매니아들이 즐기는 오프로드 질주 체험을 아주 잠깐 맛볼 수 있었다. 4륜 바이크를 체험하는 이곳에는 홍천 응아지나루의 특색 중에 하나인 수상바이크가 준비되어 있다. 수상바이크는 바퀴가 8개 달린 우람한 ATV였으며, 관광객들이 둘러서서 쥔장의 운전설명을 듣고 있었다.
범상치 않게 생긴 수상바이크는 아무도 쉽게 오르지 않아 첫 번째로 타볼 수 있었다. 겁 없이 무작정 올라탄 수상바이크는 물살을 가르며 질주하기 시작 했고, 온 몸으로 느껴지는 짜릿함은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작렬했다.
펜션 주인장이 그렇게 자신 있으면 물살이 강하고 깊은 곳에 도전해보란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온통 집중된 판에 약간의 객기를 더해 도전해 보았다. 도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빗물이 고인 곳을 타이어가 힘차게 가를 때의 미묘한 쾌감
을 30분 동안 연속으로 느낄 수 있었다. 큼지막한 호박돌, 모래와 수상을 거침없이 빠른 속도로 질주해 본 경험은 어른이 되어서야 처음 타본 바이킹의 쇼킹함을 넘어서는 전율을 남겼다. 요란했던 수상바이크와는 달리 4,5인용 보트는 조용하고 편안했다. 주변에는 수심이 1m되는 곳에서 낚시가 한창이었다.
이곳에서는 수준급의 실력이 아니라도 간단한 견지낚시 하나면 충분히 20센티가 넘는 눈치도 잡을 수 있다. 아빠의 낚시실력에 놀라는 아이들의 표정도 귀엽고 아빠의 뿌듯해하는 표정 또한 일품이다. 관광객들의 낚시 조과를 감상하고 있을 무렵 이 동네 이장님인 듯, 어제 쳐놓은 그물에서 멋지게 생긴 쏘가리와 눈이 큰 눈치, 그외 잡고기들과 큼지막한 자라 한 마리를 건져내고 있었다.
동네잔치를 하고도 남을 만큼 잡은 이장님의 얼굴에는 잔잔 한 흐뭇함이 넘쳤다. 아마도 솜씨 좀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잡을 수 있을 법하다. 계곡의 밤은 집주인의 넉넉한 인심과 함께 풍성한 여름밤으로 이어졌으며, 계곡 물소리와 알 수 없는 산새소리는 한여름의 더위를 충분히 식혀 주었다.
<견지낚시>
# 자연과 함께 누리는 이른 아침
시골의 새벽은 한낮의 느낌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이슬이 맺힌 숲은 카메라를 낮게 드리우게 만들었으며, 한낮의 불? 더위를 예고하는 아침안개가 자욱하고 싱싱하게 느껴진다.
홍천의 아침이슬은 꽃창포, 참나리, 물봉선화, 금낭화 등의 야생화와 이름조차 모르는 잡초들까지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었다. 금학산에는 지금 초롱꽃, 마타리, 부채가 애기를 안고 있는 모습의 애기안은, 부채가 주인노릇을 하고 있다.
아침 무렵이 지나 야생화 꽃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잡초 덤불 사이에서 수리부엉이가 우연히 앵글에 잡혔다. 처음 담아보는 부엉이라 무척이나 긴장했는데, 홍천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조류라고 한다.
젊잖아 보이기는 하지만 맹금류로 밤이 되면 특히 활동이 왕성해 설치류에게는 천적이라고 한다. 조금 더 올라가니 상수리나무에서 꾀꼬리 가족도 반갑게 맞아 주었으나, 아침식사를 방해할 수 없어 더 이상 가까이 갈 수 는 없었다. 이곳을 찾아온 내가 손님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1박 2일은 남노일리를 둘러보기에 짧은 시간이다. 의지만 있다면 트랙킹과 라이딩을 해보고 싶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여름철의 홍천은 어딜가도 좋을 듯하다. 도심과 연결된 고속도로를 통하면 바로 한적한 시골길이다. 또한 뚜렷이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많지 않아 좋다. 본격적인 휴가철에 인파가 몰려도 워낙 물줄기가 길고 넓어서 조금만 찾아보면 한적한 곳을 찾을 수 있다. 어디를 가도 비슷한 시골풍경과 맑은 물이 있어 평평한 그늘만 있다면 어디라도 텐트를 치고 싶어진다. 먹거리는 산채나물과 비빔밥, 홍천화로숯불구이와 칡 냉면 등 각종 먹거리들이 넘친다. 곧 휴가철을 맞아 단장을 하고 있는 홍천은 미리 찾는 사람에게 여유와 인심이 넘치는 최적의 휴식을 제공하고 있었다.
<여행 Tip> —–여행정리와교통
홍천의 숨겨진 많은 휴양 마을 중에 하나인 남노일리는 경춘고속국도를 이용해 서울에서 1시간 30분이면 도착 가능할 듯하다. 최근 개통된 고속도로의 끝인 홍천IC를 나와 양평방향으로 약 4.2Km나오면 양덕원으로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양덕원 마을쪽으로 약 2~3분을 달리면 양덕원 마을이 나오고 마을초입에 있는 군부대를 끼고 우측으로 들어서서 6Km정도 달리면 응아지 나루터가 있는 남노일리가 나온다.
국도를 이용한다면 서울에서 양평방면으로 양평을 지나 홍천방향으로 가다 보면 양덕원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양덕원 마을을 거의 지날 무렵 군부대가 나오고 좌측방향으로 가면 남노일리가 나온다. 대중교통은 동서울터미널이나 상봉터미널에서 양덕원 가는 직행을 타면 된다. 양덕원까지만 오면 펜션주인장에게 픽업을 요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