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늡다리 트레킹] 강원 영월, 현대인이 꿈꾸는 유배지

10년 이상 걸려 완성된 늡다리에 있는 '돌쇠'의 집.
유배 ( 流配 ) 는 잘못을 범한 죄인을 귀양 보낸다는 뜻으로 사실 어감이 좋은 단어는 아니다 . 그런데 “ 현대인들이 꿈꾸는 유배지라고 ?” 뭔가 이상하다 . 하지만 지치고 바쁜 일상에서 탈출하려면 , 귀양이라도 보내달라고 하는 현대인들은 부지기수다 . 그렇다면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늡다리라는 곳은 왜 현대인이 꿈꾸는 유배지라고 할까 ? 영월 늡다리로 오지 트레킹을 떠나보자 .
차를 주차하고 몸을 풀고 있는데 , 곁에 있던 동행인이 말한다 . 이 늡다리에는 자칭 ‘ 돌쇠 ’ 라고 부르는 한 사람이 살고 있다고 . 이유인즉슨 주차장에서 자기 집까지 오르려면 6 킬로미터를 올라야 한단다 . 그래서 붙여진 별명은 바로 ‘ 전 세계에서 제일 큰 정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 . 뭐 , 사실 … 이다 . 저 앞에 보이는 계곡과 산 수십 개가 모두 그의 정원일 테니까 말이다 .
이제 본격적으로 트레킹 길에 오를 차례다 . 시작부터 자연의 푸름과 길옆으로 세차게 흐르는 계곡물살의 소리가 함께 한다 . 날씨는 맑지만 , 울창한 나무들이 하늘을 막아주니 , 포근함마저 느낄 수 있을 정도다 .
하지만 곧 나타난 건 냇가 . 냇가라고 치부하기엔 물살이 거세고 조금은 깊다 . 행여 물기가 옷에 튈까 조심조심 해보지만 , 까짓 옷 좀 젖으면 어떠랴 . 지금 하는 건 오지 트레킹 아니던가 .
물론 이 트레킹 코스는 일반인 모두에게 쉽지만은 않다 . 사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곳 , 이 늡다리는 그래서 더욱 값어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일반적이고도 진부한 트레킹 코스에 실증이 난 사람들이리면 , ( 난이도가 어려운건 아니지만 ) 로프를 잡고 , 바위를 건너다보면 덜컥 ‘ 이거 잘못 왔나 ’ 싶은 우려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

늡다리로 오르는 길은 대부분 정비가 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길이다.
계곡 물가에서 잠시 쉬며 계곡물의 청량감을 온 몸에 흡수 시킨다 . 물의 흐름이 급속하게 일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 무거운 트레킹화를 벗고 맨발에게 차가운 물을 선사해줄 수는 있을 정도다 .
마침내 도착한 늡다리 .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경계가 되는 지점인 이곳을 이어주는 ‘ 널다리 ’ 라는 명칭이 바뀌어 현재의 늡다리가 되었다고 한다 . 지금은 아쉽게도 그 다리를 볼 수는 없다 .
하지만 10 년도 훨씬 전에 이곳에 반해 홀로 지게에 짐을 날라 만든 집과 그 곳에 살고 있는 ‘ 돌쇠 ’ 를 만날 수 있었다 . 덥수룩한 수염과 사람 좋게 생긴 인상은 이곳의 자연풍경과 어우러져 한가롭고 , 유유자적한 그만의 일상들을 자연스레 상상할 수 있었다 .

트레킹 코스 옆으로는 세찬 계곡물이 흐른다.
이런 외진 곳에서 홀로 살고 있는 그는 , 이제 어두운 밤 , 고립감 등 무섭다는 차원을 넘어 사람의 그리움을 느끼고 있단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늡다리가 지금 그대로 잘 보존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내려가는 길에도 여전히 세찬 물결의 향연이 이어지고 있다 . 초 단위로 끝없는 사투가 벌어지는 도심의 모습은 ‘ 돌쇠 ’ 라 칭해지고 있는 자의 이곳 , 늡다리에서의 생활과 교차되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 현대인이 꿈꾸는 유배지는 바로 다름 아닌 이곳에 펼쳐져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