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베르디를 만나다

(미디어원=박예슬 기자)2013년 10월 26일 — 제11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대구오페라하우스 로비. 이곳에서는 갈색 정장과 중절모를 걸치고, 지팡이를 짚은 노신사 베르디를 만날 수 있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조직위원장 김신길)가 부대행사의 일환으로 설치한 베르디 입상(立像)이 관객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푸른 눈동자와 한올 한올 섬세하게 표현된 수염, 입체적인 이목구비 등 ‘사람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의 베르디 입상은 매 공연이 있을 때마다 남녀노소를 불문한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축제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꼭 함께 사진을 촬영하는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신장 180cm 규모로 설치된 이 입상은 지난해 대구오페라하우스 외벽 매핑작업 디자인, 테너 카루소 입상을 제작해 기부한 바 있었던 대구예술대학교와의 산학협력을 통해 진행된 프로젝트 중 하나. 지난해 카루소 입상을 통해 재능기부를 실천했던 손파 작가가 3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제작했다. 200년 전 인물인 베르디는 촬영 영상이 전무해, 어린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사진들을 수백 장 들여다보며 철저하게 고증하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
또한 노래하는 성악가의 모습을 본따 제작한 동상들도 눈길을 끈다. 얼핏 보기에 무거운 철제 구조물로 보이는 이 작품들은 스티로폼 등의 소재로 제작돼, 비용 대비 견고하게 작업되었다.
축제 초반에는 오페라하우스 대로변 제일모직로 펜스 위에 설치되어 있었으나 최근 강풍을 동반한 태풍 피해를 우려해 현재는 야외광장에 자리 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야외광장에는 베르디와 바그너 탄생 200주년을 맞아 KDM(코리아디자인멤버십-대구디자인센터 인력양성 그룹)과 축제가 손잡고 제작한 다양한 조형물들이 포토존 역할을 하며, 오페라하우스를 찾는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들을 함께 기획하고 총괄한 박병철 입학기획처장은 “지난 10주년에 이어 다시 한번 축제에 참여 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향후 지속적인 산학협력을 통해 대학과 지역 대표축제간의 돈독한 문화적 교류관계를 이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페라축제 김성빈 집행위원장은 “대학에서 기부한 훌륭한 디자인과 설치물들이 어느새 축제의 상징처럼 자리잡았다”며 “축제에 디자인을 접목하는 이와 같은 협력이 머지않아 대구를 오페라 문화도시로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