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오지여행, 춘천 품걸리

밤을 지나 동쪽에서 새벽빛이 비친다.
가난한 자의 아침은 부지런해야 한다.
가난한 자여 새벽 길을 달려 아침을 열어라.

물길이 있고, 산길도 있어 이리 가도 저리 가도 길은 멀고, 험하네
마을은 가운데 있고 길이 둘이라
한쪽 끝에서 시작하여 한쪽 끝으로 가야 된다.
시작의 한쪽 끝은 산이요. 끝의 한쪽은 물길이 끝나는 지점이다.

행정구역은 춘천이고 소양호 물줄기 옆의 마을이지만 산길의 시작은 홍천에서 넘어간다. 홍천의 야시대리라는 마을의 끝 부분에 고개가 있는데 이곳부터 시작하여 서서히 내려가는 길을 따라가면 품걸 2리가 나온다.
산 정상에서 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꽈배기처럼 비비 꼬였는데
꼬인 길을 가면서 나의 마음은 오히려 일직선으로 똑바로 펼쳐진다.
돌아보면 언제나 똑바로 걸어 본적이 없다.
걸어온 길은 언제나 휘었고. 흔들리고, 꽈배기 같은 길이었다.
부끄럽고, 추한 걸어온 길을 기억하며 본래의 길을 잃지 않기를 희망한다.
똑바르고, 일직선인 길을 항상 기억하며 살기를 원한다.
모퉁이에 다시 모퉁이, 돌면 또 돌아야 되고, 휘면 또 휘어지고.
숫자 8을 그리면서 내려간다.
지나온 숱한 어려운 고비가 한 굽이 돌 때마다 왔다가 지나간다.
앞으로 올 어려운 고비가 남았다면 이 고개의 굽이처럼 자연스럽게 품고, 안아서 넘어갔으면 좋겠다. 맘대로 흐르는 길은 마치 자연스럽게 생긴 강물과도 같다.
넌 참 고운 마음을 가지고 이산 저산 마음 가는대로 흘렸구나.

모난 바위 하나 없어 산이 너그럽고 부드럽다.
그늘로 시원함을 주지만 때론 토해낸 한줌 햇살로 너희 눈부신 속살을 본다.
어제 밤의 잔재들과 채 끄지 못한 욕망들도 지우고 싶다.
살면서 말로만 버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점점 불어나는 욕망들을 지우고 싶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하나씩 지워 내려간다. 지운들 지워질까.
뒤 돌아보면 발자국이 선명히 남아있거늘.
욕망이란 본래 그 안을 다 채울 수 없는 그릇이다.
채우려고 애쓸수록 채워지지 않는 그릇.
채우기 위해 몸부림치다 지쳐 쓰러지고 마는 법을 다시 알기를 원한다.

여러 겹의 산을 병풍 삼고 마을은 자리 했다.
병풍의 산은 틈이 없어 외부와 왕래를 허락할 것 같지 않은 자세다.
마을은 한쪽을 약간 터 소양호 물길을 끌어 앞마당에 놓았다.
만약을 대비해 놓은 비상구처럼 말이다.
무의미한 숫자지만. 언제든 변경이 가능한 숫자지만 19가구가 사는
“춘천 품걸2리“마을이다.

마을은 조용하며 다른 시골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뒷산에는 온통 잣나무 지천이요. 가축, 밭도 제법 있어 기름진 풍요를 얻는 데는 충분하여 동네 사람들도 허기진 모습은 아닌듯하다.

“도대체 이런 곳에 어찌 무엇 볼 것 있다고 오는지 이해가 안 돼요.
그것도 예가 어디라고 큰 산을 걸어서 넘어 오다뇨.“
우리가 신기한가보다. 우리는 이장님이 더 신기하다.
“어찌 이런대서 사슈? ”하고 말이다.

마을 비상구에서 배로 탈출하기로 한다.
배로 약 40여분 소양호를 건너가야 탈출이 완성되는데
탈출이 진행되는 40분도 흥미 만점이다.
약 80여명 타는 배인데 앞쪽이 열려있어 소양호 바람 맞는데 제격이다.

새벽을 달려온 가난한 자의 아침은 순수한 자연에 잠시 놀다가
아침 그 해를 소양강에서 버리려 한다.
우리는 호수 위를 걷는다.
발자국 남기길 허락하지 않고 지나온 자리를 이내 쓸어버리고 만다.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어린 열 여덜 소양강 처녀를 닮은
호수 길 너 역시 고운 마음으로 이산 저산 마음대로 품었구나.
소양강에서 오늘 네가 문득 보고 싶어 넓은 소양강을 편지지 삼아 편지를 써본다.
읽어보지도 못할 한 구절. 한 구절 써 내려가면 편지는 금새 사라지고 만다.

춘천 품걸리 소양호 여행
출발일 : 3/31(일), 4월 7(일), 4/14(일), 5/4(토)
일정: 서울/홍천 수타사/춘천 품걸리/소양호 뱃길여행/서울
제공: 왕복교통비, 중식, 선박비, 간식(떡)
참고: 등산화(운동화), 소양호뱃길 40여분
회비: 48,000원

정기독자 38,000원
문의: 여행자클럽 (02) 2277-5155 / http://www.tc1.co.kr
글 사진: 최욱재 여행자클럽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