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박상일 기자]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서 긁은 카드 금액이 지난해 처음 100 억달러를 돌파했다 . 원화 강세에 힘입어 해외로 나간 여행객이 늘어난 결과다 . 또한 온라인쇼핑몰 등을 통한 해외 직구 ( 직접구매 ) 도 10 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소비 유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28 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의 카드 해외 사용금액은 105 억 5 천만달러로 전년 (94 억 4 천만달러 ) 보다 11.8% 급증했다 .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고치를 또 갈아치웠다 . 금융위기 직후인 2009 년 (53 억 8 천만달러 ) 의 두 배 수준이다 .
정선영 한은 자본이동분석팀 과장은 “ 내국인 가운데 출국자 수가 늘어난 데다 카드 사용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 ” 이라고 설명했다 .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2009 년 급감했던 출국자 수는 이후 4 년 연속 늘어나 지난해 1485 만명을 나타냈다 . 전년 대비 8.1% 증가세다 .
원화 강세와 저가항공사 확산이 해외여행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 특히 엔저 현상 때문에 일본에서 관광과 쇼핑을 즐기는 관광객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 이에 따라 지난해 관광수지 적자는 3 년 만에 최대치인 35 억 3520 만달러로 집계되기도 했다 . 해외 온라인사이트 등을 이용한 제품 직구도 증가했다 .
다만 1 인당 해외 카드 사용액은 2012 년 464 달러에서 지난해 434 달러로 6.5% 감소했다 . 해외에서 카드를 한 번이라도 쓴 사람은 지난해 2431 만명으로 2009 년 (844 만명 ) 의 2.9 배에 달했다 .
해외 사용금액을 카드 종류별로 보면 신용카드 (2012 년 대비 +13.8%) 와 체크카드 (+22.6%) 는 증가한 반면 직불카드 (-12.7%) 는 감소했다 . 카드 종류별 해외 사용비중은 신용카드 69.5%, 체크카드 19.9%, 직불카드 10.6% 순이었다 .
한편 해외 거주자가 국내에서 쓴 카드금액은 지난해 50 억 3 천만달러였다 . 전년 (48 억 1 천만달러 ) 보다 4.6% 늘어나긴 했지만 내국인의 해외 사용액과 비교하면 아직 절반 수준이다 .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인구는 지난해 1218 만명으로 전년보다 9.3% 늘었다 . 입국자 증가율로는 2008 년 6.9%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 2009~2012 년엔 입국자가 매년 10% 이상 늘었다 .
해외 거주자 1 인당 국내 카드 사용액은 지난해 383 달러를 나타냈다 . 2010 년부터 3 년 연속 증가하다가 이번에 5.6% 감소세로 돌아섰다 . 관광업계의 ‘ 큰손 ’ 인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했음에도 1 인당 카드 사용액이 꺾인 것은 다소 의외다 . 아직은 카드보다 현금을 선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
신용카드 사용액으로만 계산한 소비 순유출 ( 비내국인 국내 결제 – 내국인 해외 결제 ) 규모는 55 억 1 천만달러에 해당된다 . 국내 출국자의 현금 소비성향이 강한점을 감안했을때 소비 순유출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온라인쇼핑몰 등을 이용한 해외 직구 금액은 지난해 111% 급증세를 기록 , 10 억달러를 넘어섰다 .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 고소득층의 국내여행 지출이 해외여행 지출의 5 분의 1(2012 년 기준 ) 에 그치는 등 국내 소비로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 며 “ 내수활성화 정책이 성공하려면 관광 , 문화 , 의료 등 고급 소비시장을 촉진해야 한다 ” 고 조언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