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다롄, 19세기 파리로 변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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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파리 건축양식으로 지어지고 있는 다롄시의 건축물
(미디어원=박상일 기자) 중국 북부 요동반도의 항구 · 공업 · 관광도시 다롄 ( 大連 ) 이 19 세기 프랑스 파리를 연상케 하는 도시로 변신 중이다 .

월스트리트저널 (WSJ) 은 13 일 ( 현지시각 ) 다롄의 고소득층 사이에서 프랑스 보자르 양식의 고급주택 건설 열기가 뜨겁다고 보도했다 . 보자르 양식이란 19 세기 파리에서 유행한 신고전주의 건축 양식으로 화려하고 웅장한 외관이 특징이다 . 대표적인 보자르 양식 건축물로는 파리 오페라 극장 , 미국 보스턴도서관과 뉴욕 공립도서관 등이 있다 .

다롄에서 보자르 양식의 고급주택이 유행하는 데는 경제 · 역사적 배경이 있다 . 중국의 부자 순위를 조사하는 후룬연구소에 따르면 3 만 400 명의 중국 백만장자가 다롄 중심가인 랴오닝성 ( 遼寧省 ) 에 살고 있다 . 고급주택 구매가 가능한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이 경제적 배경이다 . 또 다롄은 영국과 러시아 , 일본 등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가 있어 서구 문화에 친숙한 역사적 배경도 깔려있다 .

보자르 열풍이 불면서 최근 몇 달 사이에 신고전주의 디자인으로 유명한 미국 건축회사들이 다롄에서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WSJ 는 전했다 .

중국 빌라 건축회사인 다롄 리팡 그룹의 제임스 선 부사장은 “ 중국에도 신고전주의 건축가가 많이 있지만 , 단지 ( 신고전주의 ) 이미지를 떠올리고 디자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 며 “ 중국인에게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축을 지어달라고 하는 것은 서양인들에게 절을 지어달라고 하는 것과 같다 ” 고 말했다 .

미국 뉴욕의 고급건물 ‘15 센트럴파크웨스트 (15 Central Park West)’ 를 지어 유명해진 A.M 스턴 건축회사는 다롄에서 신고전주의 양식의 주거복합단지 ‘AVIC 국제광장 (AVIC)’ 을 설계하고 있다 . 아파트 1600 가구가 들어서는 AVIC 의 분양가는 가구당 70 만위안 (1 억 2200 만원 )~400 만위안 (6 억 9700 만원 ) 이다 .

피터 펜노여 건축회사도 다롄에서 900 가구 규모의 타운하우스를 짓고 있다 . 5 월중 일부 (60 가구 ) 를 분양할 계획이다 . 분양가는 최소 78 만 2000 달러 ( 약 8 억 4000 만원 ) 다 . 석회암과 붙임벽돌로 구성된 3 층 규모의 주택은 차고와 여가 공간 , 가정부 숙소 , 거실 , 주방 2 개와 침실 3 개로 구성된다 .

샌프란시스코의 건축가 앤드류 스쿠르만과 시카고 HBRA 의 건축가 에릭 사쉬어 등도 다롄에서 프랑스 양식의 건물을 짓고 있다 .

경제 발전과 도시화 영향으로 최근 다롄의 고급주택시장 규모는 급증했다 . 다롄 전체 주택시장의 30% 가 고급주택이다 . 글로벌 부동산정보업체 DTZ 에 따르면 지난해 다롄의 주택가격은 전년보다 8% 상승 , 평방피트당 176 달러에 달했다 . 2009 년과 비교하면 두 배 가격이다 .

그렇다고 다롄에 보자르 양식의 고급주택을 짓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것도 아니다 . 우선 토지가 부족하다 . 인구 밀도가 높은 다롄 지역에 넓은 토지 면적을 차지하는 보자르 양식의 건물을 짓는 것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

문화 차이도 있다 . 중국인들이 건물 내부 인테리어를 중국식으로 짓길 요구해 보자르 양식을 그대로 살려내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WSJ 는 전했다 .

대다수 중국인은 거실과 침실이 남향이기를 원하며 풍수지리도 신경을 쓴다 . 아울러 중국인은 복도 끝에는 반드시 미술작품이나 분수가 있어야 하고 , 서양 요리와 중국 요리를 따로 할 수 있도록 두 개의 주방을 요구하는 것도 설계에 애로점이다 . 결국 겉은 ‘ 프랑스 ’, 속은 ‘ 중국 ’ 인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