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김원하의 취중진담

김원하의 醉中眞談

半醉半醒이라야 진정 술꾼이다
오랫동안 담배를 피워온 사람이 저절로 담배가 싫어져서 끊게 되면 폐암에 걸렸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의학전문지 메디컬뉴스투데이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토머스제퍼슨 대학의 종양전문의 바버라 캠플링(Barbara Campling)박사의 논문을 인용, 폐암 환자는 진단되기 직전, 폐암 증세가 전혀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오래 피워오던 담배를 아주 쉽게 끊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캠플링 박사는 “담배가 저절로 끊어지는 것이 폐암의 초기증세일 수 있음을 시사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의학상식으로 담배를 끊으면 5년을, 술을 줄이면 5년을 건강하게 더 오래 산다고 한다. 담배는 무조건 끊고 술은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술은 반주정도라야 한다는 것이 논리다.
술이 담배보담은 덜 해로워서 그런 이야기를 하겠지만 술 때문에 패가망신 하는 이도 흔한 것을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싶다. 옛 어른들이 늘 하는 말로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으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을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는 것을 보면 술 역시 적당히 마시는 것이 최상의 방법일 것이다.
술은 입에 댈 때부터 예의범절을 함께 배워야 하는데 우리 주변에는 주도를 가르칠만한 사람도 없고, 그런 것을 배우려 하는 사람도 없다보니 술을 어떻게 마셔야 하는 지도 모르고 퍼 붓기만 한다. 많이 마신다고 결코 술을 잘 마신다고 하지 않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학문에서만 과유불급을 언급할 것이 아니라 주석에서도 항상 모자란 듯 즉 반취반성(半醉半醒:술이 취한 듯도 하고 깬 듯도 함)상태로 마실 줄 알아야 진정 술꾼이다.
그야말로 반주 정도로 마시며 흥겨우면 될 것을 원수 때려잡듯이 술을 마시니 결국엔 술병이 나고 몸을 망치게 되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내 놓은 자료에 의하면 술을 마셔 생기는 질병을 치료하려고 지출한 진료비가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음주로 인한 알코올의존, 알코올성 간경변증 등 직접적 질환의 건강보험 총 진료비가 2009년 1천688억 원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 2005년 866억 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1.95배)로 늘어난 규모라는 것이다.
음주는 각종 암과 심혈관 질환, 간질환, 정신장애, 교통 및 작업장 사고,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 자살 및 타살 등 60가지 이상의 질병 및 상해의 주원인이 되고 있어 담배 못지않게 건강과 가정을 해치는 경우도 많다.
보건당국자들은 “지구상의 모든 사망과 불능의 2.7%가 흡연에 의한 것인데 반해 3.5%는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펴낸 ‘세계 알코올 보고서’(2005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세계 13위로 평균 14.8L를 마셨다고 한다. 세계 평균치(6.1L)보다 무려 2.4배나 많은 수치다.
그러나 소주, 위스키 등 증류주를 통한 알코올 섭취량은 세계 최고였다. WHO는 2005년 세계 188개 회원국에서 소비된 술에 포함된 순수 알코올의 양을 공개했는데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그해 성인 1인당 증류주를 통한 알코올 섭취량이 9.57ℓ, 맥주를 통한 섭취량이 2.14ℓ, 와인을 통한 섭취량이 0.06ℓ였다. 증류주 섭취량의 경우 에스토니아(9.19ℓ)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주류업계가 집계한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은 평균적으로 소주 81병과 맥주 85병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희석식 소주의 총 출고량은 32억7천447만병으로 전년보다 0.3% 늘었다. 총 출고량을 만 19세 이상 성인 인구로 나누면 81.3병으로, 이는 성인 남녀 1명이 4.5일에 소주 1병을 마신 꼴이 된다. 지난해 맥주 총 출고량은 전년보다 0.6% 늘어난 34억5천7만병으로 성인 1인당 85.6병으로 집계됐다고 하니 술병 난 사람도 여럿 있을게다.

글 김원하 미디어원 편집위원

교통정보신문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