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조명화 기자) “ 차례는 조상에게 신성한 음료인 ‘ 차 ’ 를 올리는 의식입니다 . 세계적으로도 이처럼 ‘ 차 ’ 를 귀하게 여긴 민족은 우리 밖에 없습니다 . 오늘날 일본식 정종을 올리는 것은 일제 강점기를 거쳐 잘못 전래된 것이죠 ."
차례 ( 茶禮 ) 는 차 ( 茶 ) 를 올리는 예 ( 茶 )?
본래의 뜻과 상식적으로 익히 알고 있는 단어의 뜻이 다를 때 우리는 소리없이 비명을 지르게 됩니다 . 여행에 익숙해지면서 , 유럽에서도 좀처럼 느끼지 않던 컬쳐쇼크를 홍대 한복판의 찻집에서 맞딱뜨렸습니다 . 변익택 대표님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
“ 우리가 흔히 쓰는 녹차 ( 綠茶 ) 란 표현도 사실 잘못된 것입니다 . 차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 녹색이 아니라 노란색이거든요 .”
녹차 ( 綠茶 ) 는 원래 노랗다 ?
… 헉 ?!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 우리가 녹차라고 부르는 음료는 분명 녹색이 아닙니다 . 문득 2006 년 하반기 ‘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 란 음료가 등장했을 때 ‘ 바나나맛 우유 ’ 를 즐겨 마시던 사람들이 경악했던 것이 떠올랐다 . 그럼 대체 녹차는 왜 녹차인가요 ?( 질문조차 이상해진다 !)
“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다도 , 녹차 등의 용어는 일본에서 역수입된 것입니다 . 일본에 처음 차가 전해진 시기를 대략 임진왜란쯤으로 추정하는데 , 이때부터 자국화한 문화를 우리가 오히려 배우고 있는 셈이지요 . 본디 차나무는 고랭지 지방에서 뿌리를 깊게 내리는 작물인데 , 기후가 따스한 일본 풍토에 적응하다보니 옆으로 퍼지고 뿌리는 얕은 형태로 재배되었습니다 .”
당연하겠지만 , 맛에도 차이가 있다 .
“ 차나무는 오래될수록 질좋은 차를 만들기 마련입니다 . 유럽에서 마시는 홍차라고 해봐야 인도나 스리랑카에 이식한 것이기 때문에 역사적인 깊이는 얕을 수 밖에 없스니다 . 일본의 차역사를 임진왜란 때부터라고 치면 500 년인데 , 짧은 세월은 아니지만 국산차에 비하면 확실히 떫은 맛이 강하기 때문에 오래 자주 먹기엔 부담스럽습니다 . 또한 우리나라는 찻잎을 ‘ 덖어서 ’ 만드는데 일본차는 차잎을 ‘ 쪄서 ’ 만들기 때문에 잎색이 그데로 남아 있어서 차를 우려내도 녹색이 그데로 남아 있습니다 . 말그데로 찻물이 녹색이라서 녹차인 건데 , 새까매질 때까지 덖은 후에야 노랗게 우려나오는 국산차와는 만드는 방식 자체가 판이하게 다릅니다 .”
녹차부터 홍차 , 보이차까지 다양한 차와 다기를 소개해 주신 변익태 대표를 통해 담담하지만 , 차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과 국내 차문화에 대한 아쉬움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
“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 차례와 같은 일상 문화는 물론 국내 대기업이 사용하는 기계 등도 일본 기계와 기술진을 기반으로 제조하다보니 … 이제는 한국에서 차를 마시는 행위 자체가 사찰이나 교양 강좌에서나 만나는 체험이 되어 버렸습니다 . 지난 20 여년간 차를 즐겨마시다가 , 개업을 한 것도 사람들이 단 한곳에서라도 차를 편하게 즐겼으면 하는 바램에서입니다 . 2011 년 10 월 오픈한 이래 , 저희 가게에서는 커피를 취급하지 않습니다 .”
“ 하다못해 도예과 학생들도 차 한잔 마셔보지 않고 다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 국내의 인당 차소비량은 연간 50 그램으로 400 그램을 음용하는 미국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치입니다 . 서구권이 커피를 많이 마실 것 같지만 상류층은 오히려 차를 소비하고 있고 , 호주는 학교에서도 티타임이 있을 정도입니다 . 잘아시다시피 차는 세계 10 대 건강식품이기도 하구요 .
그렇다면 , 변 대표가 생각하는 좋은 차란 무엇입니까 ?
좋은 환경도 중요하지만 … 결국 마시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
“ 커피는 커피콩을 수확해 껍질을 벗긴 후 볶은 후 ( 로스팅 ) 우려내 마시는 음료입니다 . 그러나 , 차는 찻잎에서 바로 우려내기 때문에 농약을 칠 경우 그데로 섭취할 수 밖에 없습니다 . 그래서 , 차는 반드시 좋은 환경에서 재배한 것을 드셔야 합니다 . 그러면 , 당연히 적절한 가격을 주고 구매햐셔야 하는데 중국 여행을 가서 관광객이 사오는 제품이 좋은 것이기는 어렵습니다 . 저 또한 현지 공장까지 방문해 위생상태나 식약청 인증 , 경영 철학 등은 물론 맛까지 철저하게 검증하지만 좋은 차를 고른다는 것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 오래 , 많이 마셔봐야만 품질을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인데 , 저도 뭐라 설명하기 곤혹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 다만 저희 가게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모두 믿을만한 제품입니다 .( 웃음 )”
일본차도 취급했으나 , 후쿠오카 원전사태 이후 메뉴판에서도 제외했다는 변 대표는 품질에 관한한 단호했습니다 . “ 제가 마시지 않는 제품을 팔 수는 없으니까요 . 일본차라서 제외한 것은 아닙니다 .
초보자에게 적당한 차를 추천하신다면 ?
“ 젊은이들에게 차를 소개하고 싶어서 홍대에서 찻집을 시작했습니다 . 중장년층은 사실 어쩌다 한번 오고 말지만 , 젊은이들은 평생 차를 즐길 수도 있으니까요 . 위치가 위치다보니 외국인도 종종 들르는데 그런 경우에는 무조건 국산차를 권합니다 . 질 좋은 차는 그냥 씹어 먹어도 고소한 맛이 느껴질 정도거든요 . 특별히 원하시는 차가 없을 경우엔 여성분들에게는 향이 풍부한 오룡차를 , 남성분들에게는 숙취 해소에도 효과가 좋은 보이차를 권합니다 .( 웃음 ) 여성분들에게 차는 ‘ 마시는 화장품 ’ 이라고 할 정도로 피부와 장에 좋습니다 . 제가 의사는 아닙니다만 차를 10 년 이상 장복하신 분들은 확실히 피부가 다르신 것을 느끼실 정도로요 .”
그렇다면 , 대표님이 생각하는 가장 맛있는 차는 ?
“ 좋은 차는 생으로 씹어 드셔도 맛있습니다 .( 실제로 씹어보니 고소하더군요 .) 지금은 차가 취미가 아니라 업이 되어 버렸지만 , 개인적으로는 그냥 혼자 조용하게 먹는 차가 제일 맛있더군요 ."
마지막으로 한 말씀하신다면 ?
“ 중국에 공부차 ( 工夫茶 ) 란 표현이 있습니다 . 노력과 시간을 들여 정성스럽게 만든 차를 뜻하는데 , 차란 이처럼 지극하게 노력을 하는 대상이기 보다는 그냥 마시는 음료로 받아들이는게 맞다고 봅니다 . 손님 중에는 무려 여섯 번이나 저희 가게를 지나쳤다가 어렵게 방문하신 분도 계신데요 , 카페와 달리 여전히 문턱이 높아 보이는 건 부인할 수 없지만 … 찻집은 그냥 차를 마시는 찻집입니다 .( 웃음 ) 차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을 위해 강좌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론보다는 다양한 차를 직접 맛보실 수 있는 실습 위주로 안내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
멋진 카페 , 근사한 공간을 소개해 주신 배영모 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 테마여행 전문미디어 테마여행신문은 이색적인 공간 , 멋진 여행가 , 근사한 여행책에 관한 독자 여러분들의 기탄없는 제보를 환영합니다 .
▶ 두레차 달이러 가는 길 : 홍대역 9 번 출구 , 파리바게뜨 / 하나은행 사이 골목으로 5 분 거리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46-29, 문영빌딩 1~2 층
Tel. 02-338-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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