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7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버스정류소. 서울역행 버스를 기다리던 염모(56·여)씨는 발을 동동 굴렀다. 이날부터 서울·경기 지역 광역버스 입석 승차가 금지되면서 염씨가 타려는 버스가 눈앞에서 그냥 지나갔다. 염씨는 “승객 안전을 위해 입석을 금지하는 것은 좋지만 사전 준비가 미흡한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곳 정류소에서 50m가 넘는 줄 끝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박모(39·여)씨는 “5년째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데 평소보다 줄이 3∼4배나 길다”면서 “시민의 안전을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출근길 불편은 생각하지 못한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러한 불편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영등포로 출근하는 김모(28·여)씨는 “정부에서 입석 금지를 위해 버스를 증차했지만 여전히 부족해 몇 대를 놓쳤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승객이 몰리는 출근시간대인 오전 7시에서 7시30분 사이에는 시민 불만이 터져 나오자 결국 입석을 일시적으로 허용했다. 현장에 나와 있던 공무원들은 ‘만차’라고 적힌 버스를 잡아 세워 불만에 가득한 시민들을 부랴부랴 탑승시켰다. 이날 고양시 대화역을 지나는 1500번 버스의 경우는 출근시간에 100여명이 입석 승차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서울로 출근하는 인천·경기 지역 주민들은 평소보다 출퇴근 시간이 길어져 큰 불편을 겪었다. ‘입석 금지’를 이유로 버스가 무정차로 정류소를 통과하자 시간에 쫓긴 일부 승객은 지하철역으로 이동하거나 택시를 잡아 탔다. 일부 승객은 앉아서 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퇴근시간대 서울 사당역 주변 버스정류장에는 버스를 타지 못한 시민 1000여명이 길게 줄지어 서 있기도 했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날 62개 노선에 평소보다 134대를 늘리고, 해당 지역의 버스정책과 공무원들이 이른 새벽부터 나와 현장을 정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성남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광역버스 입석 승차를 금지했지만 시민의 불편을 모른 척하고 무리하게 진행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일주일간 현장에 나가 모니터링하고, 증차나 노선 조정 등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은 여름방학 중인 대학생들이 등굣길에 나서지 않아 그나마 혼란이 덜했지만 방학이 끝나면 큰 혼잡이 예상돼 보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전 교통안전공단 정희돈 기획조정본부장은 “광역버스는 수요가 많아서 입석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며 “광역버스라도 출근시간에는 교통혼잡으로 제 속도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손잡이 등 안전장치를 보완한 버스에 대해 입석을 일부 허용하는 방안 등을 병행하면서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와 각 지자체는 한 달간 광역버스 입석 금지의 실효성 등을 점검한 뒤 다음달 중순부터 입석 운행을 단속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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