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원 = 기자수첩 강상훈 ] "113 은 간첩신고 전화번호가 아닙니다 ."
지하철 강남역 11 번 출구를 나서면 한 무리의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무언가 열심히 외치며 서명을 받는 장면이 보인다 . 이들이 같은 자리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서명을 받기 시작한지 벌써 113 일이 되는 날이다 .
이들은 통행인원이 적은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 평일은 오후 6 시 ~9 시에 진행하고 토요일은 오후 2 시부터 7 시까지 진행한다고 한다 . 기자가 방문한 목요일은 대략 8~9 명의 인원이 서명을 받고 있었다 . 주말에는 인원이 10 여명 이상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 참석한 서명지기 ( 이들은 스스로를 그렇게 불렀다 ) 는 두어 명을 제외하고는 매일 바뀐다고 한다 . 얼추 잡아도 일주일에 약 100 여명이 투입되는 규모다 .
기자는 그들의 면면이 궁금했다 . 명함을 먼저 건네고 그들의 것을 청했다 . 그들의 명함을 받고 보니 다소 놀랍다 . 노동운동과 정치관련 사회단체들의 직원 또는 봉사자들일 것이라고 막연히 짐작했는데 출판사 편집장을 비롯하여 무역회사 대표 , 일반기업 부사장 , 기자 , 가정주부 등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다 .
이들은 시민들에게 “ 세월호 유가족은 참사의 진실만을 알기를 원합니다 . 의사자 지정 , 특례입학 등을 요구한 적 없습니다 ”
“ 서명에 함께 참여해서 안전대책을 세웁시다 . 안전대책은 기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 용기 있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
“ 반드시 우리나라 안전한 나라로 , 나와 내 가족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 , 여행도 즐겁게 할 수 있는 나라 만듭시다 ” 등의 발언을 통해 지나가는 행인들의 서명 참여를 호소했다 .
강남역이 대표적인 젊음의 거리이고 번화가인 만큼 지나는 행인들 대부분이 20~30 대 이었다 . 젊은 사람들이 본인 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게 통설이지만 의외로 많은 수의 젊은 행인들이 서명에 동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당일의 서명지기를 이끌고 있는 모 출판사의 정다운 편집장은 “ 평일에는 500 여명 주말에는 1,000 여명이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 라고 전했다 .
모두다 적극적으로 서명에 동참하는 것은 아니었다 . 주취자 또는 일부의 시민들은 특별법 서명에 대해 ‘ 유가족들이 배상 · 보상 더 받기 위해 하는 거 아니냐 ’ 는 식의 주장을 간혹 하기도 했다 . 하지만 이들은 유가족들이 배상 · 보상을 위해서가 아닌 진상규명 · 책임자 처벌을 통해 안전한 나라를 건설하는 데 뜻이 있다고 설명했다 .
정다운 편집장은 수사권 ·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이 제정되는 날까지 자율적으로 모인 서명지기들이 서명운동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 이 뜻이 유가족을 위한 일뿐만이 아니라 시민들 모두를 위한 일임을 거듭 강조했다 .
유가족들과 또 유가족을 대신해 생업시간을 쪼개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힘을 쏟는 서명지기들의 보람이 있는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