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단비가 내린 오후 , 연세대학교 신촌 캠퍼스 언더우드 뜰을 찾았다 . 촉촉이 비에 젖은 백일홍과 잔디의 푸르름이 가실세라 사람들은 사진 찍기에 바빴다 . 엄마와 손잡고 온 아이도 마냥 좋아 이리저리 뛰놀고 있었다 . 세미나 참석차 온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 잠시 한적한 틈을 타서 재빨리 비에 젖은 언더우드관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
자세히 보면 , 외관의 아름다움 못지않게 그 속에 깃든 마음은 더 아름답다고 느낄 것이다 . 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나 기독교 문화 , 선교사 , 근대문화에 관심 있는 이라면 더욱 시간 아깝지 않을 탐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언더우드가의 교육에 대한 헌신과 기부 , 아펜젤러의 교육과 선교활동 , 교육을 위한 건축금 기부를 한 스팀슨의 마음이 뿌려진 곳 , 이 역사의 공간을 오늘 거닐고자 한다 .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관 (Underwood Hall, 사적 제 276 호 )
정문에서 곧장 길을 끝까지 가면 세 갈래 길이 나오는 곳 , 계단을 올라서면 도중에 보았던 현대식 건물과는 확연히 다른 세계로 느껴지는 아름다운 ‘ 언더우드 뜰 ’ 을 만나게 된다 . ‘ ㄷ ’ 자 모양의 세 건축물이 뜰을 둘러싸고 있다 . 언더우드 동상을 마주하고 있으면 중앙에 있는 건물이 바로 언더우드관이다 . 연세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사적지인 이 곳에 백양로 재창조 사업의 일환으로 아름다운 녹지공간이 조성되었다 . 기독교의 선교사학 현장이기도 한 이 곳은 튜더풍의 고건축과 뜰이 잘 어우러져 사색과 문화의 공간으로서 활용하기에 제격이다 .
당시에는 문학관이라 불리우며 강의실로 사용되었으나 , 현재 총장실을 비롯한 행정본부인 이 건물은 연세대학교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의 설립자이자 초대교장인 원두우 (Horace Grant Underwood) 박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 그의 형 (John T. Underwood) 의 기부금으로 교지를 마련하여 1921 년에 시작해 1924 년에 완공된 것으로 장남 원한경 (H. H. Underwood) 교수가 초석을 놓고 그 당시 화학과 밀러 (E. H. Miller) 교수가 공사감독을 맡았다고 한다 .
중앙 출입구가 튜더풍의 아치로 된 장방형의 건물이다 . 정원수로 잘 가꾸어진 뜰에 기념사진 촬영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그 동상이 언더우드동상이며 , 아픈 기억을 안고 있다 . 1928 년에 처음 세워진 구리 동상은 일제강점기에 무기제작에 쓴다는 명목으로 박탈되고 , 그곳에 제 7 대 조선총독 미나미 지로가 ‘ 흥아유신기념탑 ( 현재 연세역사의 뜰에 전시되어있음 )’ 을 세웠다 . 1948 년에 다시 세워졌던 동상은 한국전쟁으로 파괴되어 1955 년에 세 번째로 세워진 것으로 시대의 거센 물살을 헤쳐나온 강인한 현장이다 .
연세대학교 스팀슨관 ( 사적 제 275 호 )
1920 년에 완공된 석조건물인 스팀슨관은 연세대학교에서 최초로 세워진 건물이다 . 미국인 찰스 스팀슨 (Charles M. Stimson) 으로부터 학교건립 기부금을 받은 언더우드 박사가 세상을 떠나자 , 후임교장으로 있던 에비슨이 건립하게 되는데 언더우드의 미망인이 초석을 놓고 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밀러 (E. H .Miller) 가 공사 감독을 맡았다고 한다 . 대학본부였으나 지금은 대학원과 홍보부 , 기자실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
연세대학교 아펜젤러관 (Appenzeller Hall, 사적 제 277 호 )
저 건물은 뭘까 ? 라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스팀슨관 , 언더우드관 , 아펜젤러관은 연세대학교 캠퍼스의 역사와 고풍스런 건축미를 간직한 아늑한 공간으로서 연세인들 뿐만아니라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
언더우드관을 바라보고 섰노라면 오른쪽에 담쟁이 넝쿨의 녹색 옷을 입은 근대식 3 층 석조 건물이 바로 아펜젤러관이다 . 언더우드 박사와 함께 선교활동을 했던 아펜젤러를 기리기 위해 ‘ 아펜젤러관 ’ 이라고 불리운다 . 미국 북감리교단의 웰치 (H. E. Welch) 가 초석을 놓아 1924 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자연과학계의 강의동이었으나 , 지금은 사회복지대학원에서 사용하고 있다 . 다른 두 건물과 마찬가지로 튜더풍의 아치로 된 현관과 일정한 형태의 창호가 당시의 양식을 반영해주고 있다 .
이 공간에서 누리는 행복함 뒤에는 그동안 가꾸어온 연세의 노력과 미국 선교사들의 기독교정신이 연세동산 곳곳에 스며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 독수리의 비상이 시작된 그 곳 , 언더우드 뜰을 거닐며 생각해 본다 . 그 당시엔 미국의 기독교인 , 선교사 , 그리고 해외선교단체로부터 우리가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오늘날은 우리도 해외의 어려운 지역에 학교를 지어주고 가르치며 ,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는 일이 지구촌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다 . 목마른 지역에 맑은 물을 마실 수 있게 우물과 펌프를 설치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는 선교단체뿐만 아니라 일반 단체도 있음을 볼 때 우리의 경제적 , 정신적 성장이 고마움으로 다가온다 .
머무는 시간이 넉넉하다면 언더우드 뜰을 내려와 정문 방향으로 향해 서면 , 오른쪽 숲속 , 핀슨홀 (Pinson Hall) 과 윤동주 시비를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 (1938 년 봄부터 1941 년 겨울까지 ) 남학생 기숙사였던 핀슨홀에서 생활하며 연세동산을 거닐고 시를 썼던 윤동주시인을 기리기 위해 기숙사에서 가장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 시비를 세웠다 . 국어 숙제하느라 윤동주시비를 둘러싸고 노트에 기록하는 학생들을 가끔씩 보게 된다 . 학생자녀와 함께라면 더욱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 일제강점기에 한스럽게 죽어간 젊은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윤동주에 대해서는 윤동주 문학관 (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의문로 119) 에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 자료출처 : 문화재청 , 현장 안내문 , 연세소식지 (2014.8), 연세대학교 홈페이지 ( 연세발자취 )
여행 Tip>
1. 유의사항
지금 연세대학교는 차량위주가 아닌 보행자 천국의 친환경 녹지 캠퍼스를 위한 백양 로 재창조 프로젝트로 인해 흙파기 및 골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탐방을 원하는 초등학생은 반드시 보호자와의 동반이 필요하다 . 캠퍼스 투어를 원하는 단체 ( 비영리교육기관 , 25-100 명이하 , 초등학생 제외 ) 는 공사로 인해 제약이 따르므로 반드시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한다 . ( 연세대학교 홈페이지 -http://www.yonsei.ac.kr/)
2. 학교주변상가 안내
학교 내 깔끔한 학생 식당을 이용하거나 , 지하철신촌역에서 연세대로 이어지는 연세로 주변에 다양한 식당과 카페 , 패스트 푸드점 , 백화점내의 푸드코트 등이 있어 기호에 따라 선택하기가 여유롭다 . 1970~1980 년대 신촌의 명물 , 대학생들의 아지트였던 음악다방 , 독다방의 옛 추억을 기억하고 싶다면 창천교회 앞 상가 독수리 다방 (2 층에서 8 층으로 이전한 새로운 공간 ) 에서 차를 마시는 것도 좋으며 , 북카페 분위기의 조용한 곳을 원한다면 창천교회 백주년 기념관 2 층의 카페 엘피스도 좋다 . 수익금 전액은 이웃돕기성금에 쓰이고 있다고 한다 .
3. 교통편 : 서울지하철 2 호선 신촌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 연세로의 다양한 행사나 거리공연도 보고 싶다면 주말을 계획하는 것이 좋으며 , 연세로는 평일에 대중교통인 버스 ( 승용차는 이용불가 ) 만 다닐 수 있으며 , 주말에는 ‘ 차 없는 거리 ’ 시행으로 인해 대중교통를 포함한 모든 차량통행이 금지된다 .
글/ 사진 : 김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