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산업의 오늘, ‘전문가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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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산업의 리더 중 전문가는 없다.”
참으로 두렵고도 암울한 현실 직시의 표현이다. 국내 관광산업의 규모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는 올해 국내 관광산업의 생산 효과가 79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년보다 2.9% 늘어난 수치다. 뿐만 아니라 관광은 이제 단순히 여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관광컨텐츠로 문화ㆍ의료ㆍ제조ㆍIT산업 등을 이끌며 국가산업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관광산업을 이끌어갈 전문 인적자원은 한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의 ‘관광산업 육성정책’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전문 인력의 부재는 ‘엔진 없는 자동차’와도 같다. 인적ㆍ물적 투자로 자동차를 만들어 놓았음에도 이를 움직이는 핵심인 엔진이 없다면, 자동차는 한 발짝 움직이지도 못한채 부식되고 말 것이다. 이를 국가경제로 본다면 두렵고, 또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 한국관광산업의 기관 장(長)은 왜? 늘? 비전문가로만…
관 주도의 한국관광산업을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는 문화체육관광부 관광국장과 한국관광공사 사장이다. 한국관광협회와 일반여행업협회가 관련 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산업의 발전을 위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관광청이나 관광부가 있는 관광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부의 주무부처이고 관광공사가 외국정부의 관광청과 유사한 기능을 담당한다.
한국관광산업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 두 기관의 장은 관광산업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비전문가들이다.
문체부 관광국장인 김기홍 국장은 체육국장과 미디어정책국장 등을 지냈다. 케이블TV와 지역민방 실무를 맡아 정부에서는 미디어관련 전문가로 통한다. 마산중앙고와 성균관대를 나온 김 국장은 전공 역시 관광산업과는 관련이 없다.
또한 현 정부 인사 논란의 중심에 있는 낙하산, 보은 인사로 꼽히는 한국관광공사 변추석 사장 역시 관광산업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변 사장은 중앙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이후 LG애드 국장을 거쳐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했다. 굳이 관광산업과의 연결고리를 찾자면 2007년부터 2년간 ‘한국관광공사 브랜드 및 광고 홍보 자문위원’을 역임한 것이다.
변 사장의 임명이 강행될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변 사장에 대한 임명 철회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촉구하기도 했다. "관광산업 및 관광정책과 관련한 경력이 없는 광고 디자인 전문가로 박 대통령 캠프에서 일했다"며, "보은, 낙하산 인사는 현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과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 관광산업에 대한 이해부족이 낳은 ‘인사 논란’
사진=한국관광공사  변추석 사장.지난 4월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변 사장의 취임식은 강행되었고 논란은 시간이 지나면서 역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풍부한 지식과 현장 경험이 요구되는 한국관광공사 사장직에 전혀 관련이 없는 문외한을 임명한 것에서 박근혜대통령의 관광산업에 대한 인식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광산업과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관광산업에 대한 이해나 지식, 애정은 전무한 것이 분명하다.
무사안일, 구태의연과 복지부동으로 대변되는 이 나라 공무원 중 문화체육관광부 관광국장의 위치는 관광공사 사장직과 함께 산업의 최고점에 위치한다. 관광국장은 관광산업의 총체적 업무를 이끄는 야전사령관이다. 국내외를 포함한 한국의 관광 진흥을 위한 종합계획을 세우고 집행하고 평가하며 국내 문화·예술·민속·레저·전통음식 등 관광자원을 상품화하고, 국제 관광기구 및 외국정부와 관광 협력을 하는 등 외래관광객 유치에도 앞장 서야 한다.
불행히도 역대 관광국장 중 관광분야의 전문가는 없었다. 국가대표팀 축구감독에 박찬호선수를 앉혀 놓는 격이다. 전문적인 경험과 지식이 필요한 직위라 하여 도입했던 ‘개방형 직제’는 외부 전문가를 채용하는 시도조차 해 보지 않은 채 슬그머니 없애버렸다.
대한민국의 관광산업은 오늘도 무지하거나 몰염치하며 자리보전에 바쁜 두 사람에게 방향타를 맡긴 채 망망대해에서 길도 모른 채 헤매고 있다.
▶ 전문가를 찾아라, 국가적인 손실이다.
한국의 관광산업은 전형적인 관주도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관광선진국과는 형편이 완전히 다르다. 관광선진국의 관광산업은 구성요소인 관광 상품 공급자에 그 바탕을 두고 그들이 효과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한다. 자금의 지원보다 효율적인 시설운영과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교육과 시스템의 지원을 최우선으로 한다.
정부 관광청의 가장 큰 임무는 변화하는 국내외의 경제상황을 분석 판단하여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산업에 대한 경험도 지식도 없는 한국관광공사사장이나 문체부 관광국장이 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관광선진국인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관광청장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의 현장 경험이 필수적이다. 현장 경험이 없다는 것은 서비스산업의 기본인 서비스를 모른다는 것이고 생산, 유통과 소비의 과정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니 우리 관광공사의 예와는 달리 지원을 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비전문가들이 이끌어 가는 한국관광공사와 문체부는 배가 산으로 가는지 강으로 가는지도 모른 채 과장된 몸짓으로 보여주기 사업에 열중한다. 성과도 없는 MOU는 하루도 빠짐없이 체결되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정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수십억, 수백억의 예산이 집행된 사업은 채택만 되면 그만이다. 계획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책임질 일은 없기 때문이다. 매 프로젝트마다 결과를 보고해야 하고 철저한 상벌이 뒤따르는 외국관광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관광산업의 규모도 가름하지 못하는 관광공사와 문체부이기에 비전문가의 임명에서부터 비롯된 손실의 정도를 짐작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손실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인 것을 눈치 채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관광공사의 베니키아 사업은 아주 작은 사례이다. 2009년 시작한 베니키아 사업은 전 문체부 국장 모철민의 ‘우리도 세계적인 호텔 브랜드를 만들어 보자’는 발상에서 비롯됐다. 2014년 현재까지 120여억 원이 집행된 사업은 많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민간이양이 되지 않은 채 6년째 계속되고 있다.
베니키아 사업에 소요된 120억은 사업이 폐지된다면 한 푼도 건질 수 없는 인건비 홍보비 등의 비용으로 집행됐다. 중소규모 호텔 한 곳을 인수 운영할 수 있는 엄청난 혈세가 자취도 없이 사라질 운명에 놓인 것이다. 국내외 호텔마케팅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베니키아사업을 왜 시작했는지 왜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호텔브랜드화 사업은 호텔을 운영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하는데 호텔 운영의 경험이 전무한 관광공사가 윗사람의 지시라고 호텔브랜드화 사업에 나섰다는 것이 만인의 웃음거리인 것을 관광공사만 모르고 있다.
관광공사에서 오늘 현재도 집행되고 있는 많은 사업들, 단위가 수천억대인 태권도원, 안동유교랜드 등 문체부의 수많은 사업들이 비전문가들의 망상에서 비롯된 것임을, 그로 인해 연간 수천억의 혈세가 흘러 나가는 것을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 하는가? 관광산업, 서비스 산업에서 미래의 희망을 찾는다면, 무엇보다 먼저 전문가를 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