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하늘과 함께 걷다.
산악회 버스를 이용 금요일 밤 10시 30분에 70여명의 산행객들이 출발하기로 한 버스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44명의 등산객들을 태우고11시 20분에야 겨우 출발 할 수 있었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난감하고 당황하기는 했지만 산이 아닌 세상이 어디 그리 듬직하고 변화가 없을 수가 있겠는가! 산마저도 사시사철 옷을 갈아입고 바람을 부르고, 구름을 부르는데 속세의 삶이야 더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힘들게 떠난 버스는 예정보다 한 시간 늦은 새벽 4시 석골사 1.5km전방에 하차를 했다. 같이 떠난 이들은 본인의 체력에 따라 A코스와 B코스로 나누어 출발을 했다
A코스(28km는) 석골사-운문산-가지산-석남고개-능동산-천황산-재약산-죽전마을로 이어지는 풀코스를 산행하게 되었고 B코스(18km)는 석남터널-천황산-재약산-사자평-죽전마을로 이어지는 행로를 택했다.
나는 동행한 A코스 일행들을 살골사 입구 다리가 아닌 골다리 입구 도로변에 주차한 탓에 석골사 들머리까지 안내한 후 석남터널 휴게소에서 어둠이 걷히기를 기다렸다가 6시 30분 경 일행들과 함께 긴 산행의 출발을 했고 석남터널 위 석남고개에서 때맞춰 장엄한 일출을 맞이했다.
영남알프스 태극종주의 전반 코스는 지리산 종주와 설악산공룡능선 종주와 함께 남한 내 가장 어려운 3대 종주로 알려져 있다. 태극종주라 불리는 것은 산행의 첫째, 둘째 날 코스가 마지 태극문양을 그리듯이 이어지는 모양이라 태극종주라 불리 운다.
석남터널을 올라서자마자 막다른 것처럼 가파른 경사가 쉽게 오르지 못하고 숨을 고르게 한다.
30여분의 가파른 길 이후 낮은 나무 터널처럼 시야를 가린 능선 길을 한참을 가다 보면 시야가 넓어지는 임도가 나온다.
임도를 따라 발걸음이 지겨울 때 쯤 넓은 억새밭 한편에 자리를 잡고 오가는 산행객들에게 생수와 막걸리 그리고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 하는 샘물상회를 만난다. 가지산의 매점과 더불어 석골사에서 출발한 산행객들과 석남터널에서 출발한 산행객 모두 여기서 필요한 식수를 보충하고 식사를 하기 좋은 장소다.
재약산 정상을 오르고 난 이후 자칫 산 정상을 지나서 직진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그대로 진행하게 되면 표충사로 향하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전에 A코스를 택한 이들도 가지산 정상 이후의 한 시간 무렵에 두 갈래 길에서 역시 좌측을 택해야 한다. 우측 길로 접어들면 석남터널 방향의 하산 길로 접어들게 되니 꼭 좌측 목재계단 길로 가야 한다.
그러나 체력이 소진되어 더 이상 산행 진행이 무리하다고 판단되면 우측 길로 탈출을 해도 좋다.
능동산 이후의 임도부터는 경사가 완만하고 시야가 넓은 길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발걸음도 마음도 자유로움과 시원함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는 그런 산행을 할 수 있다.
재약산을 내려오다 보면 넓은 작은 삼거리가 나오는데 이 길을 계속 직진하면 주암 마을로 가게 되기 때문에 우측 길로 진행해야 한다. 이후 약 30분 정도의 길을 걷다 보면 억새밭이 나오는 옆으로 길이 크게 있다. 이 길을 계속 따라가면 역시 표충사나 층층 마을로 이어 진다. 산행객들이 주로 숙소를 정하는 죽전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억새밭 사이로 난 길로 들어서야 한다.
20분 정도 더 걷다 보면 본격적인 태극종주 첫째 날의 하산길이 기다리고 있다.
어려운 코스는 아니지만 A코스, B코스 둘 다 28km, 18km 긴 거리를 지나 온 이들에게 가파른 경사는 무릎에 무리를 주고 남은 에너지를 다 소진케 한다.
한 시간 정도의 마지막 여정이 끝나면 산장과 아스팔트 도로가 오늘의 여정이 끝남을 알려 준다. 아스팔트길로 10여분 걸으면 대부분 산악회나 개인들이 숙소로 자주 이용하는 청수골 산장과 파래소 유스호스텔이 좌측 강 건너 편으로 보인다. 이렇게 B코스는 오후 3~4시쯤, A코스는 오후6~8시 쯤 첫 하루의 일정을 소화하고 쉼을 가질 수 있다.
영남알프스는 등산가들에게 줄여서 ‘영알’로 불리기도 한다. 알프스란 다소 어색한 명칭이 붙은 것은 그 만큼 산행 코스가 좋고 풍광이 알프스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 올라보면 강원도의 어느 산 보다 넓고 광활한 억새지역을 고지대에서 맛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과 행복을 만끽하게 된다.
둘째 날 유스호스텔 쉼터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일행들은 서둘러 6시경 아침을 먹고 쉼터에서 준비해준 도시락을 가지고 7시에 산행을 출발 했다.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을 거쳐서 가게 되면 입장료를 부담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청수좌골로 오르는 길을 선호 한다.
청수좌골로 오르는 길에 있는 산장이 개인 사유지라 입장을 울타리를 쳐서 막아 두었기 때문에 길 선택을 잘 해야 한다. 청수 우골로 오르게 되면 영축산의 반대편으로 가버리게 된다. 유스호스텔에서 출발한 산행객들은 10여 분의 콘크리트길을 걷다보면 제법 큰 다리를 만나게 된다. 이 다리를 건너기 직전에 우측으로 진입해야 제 길을 갈 수 있다.
영축산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2시간 남짓 그리 급하지 않은 경사길이 계속 이어진다. 곳곳이 바위와 자갈이라 발밑에 신경을 집중해야 발목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
능선에 다다를 무렵이면 먼저 억새가 바람이 나부끼며 산행객들을 먼저 맞는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광활한 억새와 산의 등허리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영축산 정상에 오르면 반드시 다시 후퇴해야 신불산으로 가는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있다. 역시 정상을 넘어서게 되면 다른 곳으로 가게 마련이다.
영축산 정상에서 신불산 간월산 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한눈에 세 개의 산등을 다 볼 수 있어 영남 알프스의 백미로 꼽힌다. 물론 언뜻언뜻 설악 공룡을 닮아 신불 공룡능선과 간월 공룡능선이 사진까지 폼 나게 찍을 수 있는 행복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신불산에서 간월재 간월산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산행객들을 지치게 만드는 곳이다. 하지만 주말 산행객들이라면 그렇게 힘들지 않으니 먼저 겁먹을 필요는 없다.
간월재 휴게소는 각종 음료와 간단한 먹거리를 팔고 있고 여기서 산행 탈출을 원하는 분들은 잘 정비된 임도를 따라 상단지구로 내려 갈 수도 있다. 신불산에서 간월산까지가 둘째 날 가장 힘든 코스로 보아도 무방할 듯 하다.
다소 급경사의 간월산을 넘어 가면 다음으로 간월산 배내봉까지 오르는 여정이 또 버티고 있다. 하지만 그리 경사가 심하지 않다. 이후 우측으로는 시야가 넓고 좌측으로는 숲이 가려진 능선 길을 한 동안 걷다보면 노고를 축하하는 듯 배내봉이 산행객들을 맞이한다. 이 배내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 배내고개까지 나무 계단을 통해 40여 분 내려가면 배내터널 휴게소가 있다.
배내 터널 입구에서 노선버스가 다니기도 하고 대부분 태극종주 정 코스를 택하는 산악회는 여기서 버스를 기다려 탑승하기도 한다.
이렇게 이틀간의 긴 여정이 모두 끝났다.
첫날 A코스 16시간 B코스 8시간과 이튿날 8시간을 합쳐 16~24시간의 긴 여정은 지쳐 무거운 다리 보다 가슴 가득 행복함과 힘든 코스를 다 지나 왔다는 기쁨을 준다.
바람과 억새와 더 없이 맑은 하늘을 함께하며 3일의 일정을 같이한 산행객들은 서로에게 축하를 건네며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44명의 산행객들을 잘 인솔하고 무탈하게 마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은 김명옥, 이미영, 박순복, 김주영, 김문숙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이 자리를 빌려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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