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청라면의 은행마을은 가을이 탐스럽다 . 10 월이면 마을 전역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다가 이내 ‘ 황금빛 향연 ’ 을 만들어낸다 . 은행마을에서는 높은 산에 오르거나 , 번잡한 산사에 머물지 않더라도 은행잎이 단장하는 노란 가을 잔치에 빠져들 수 있다 . 청라면 은행마을 ( 구 장현리 ) 은 국내 최대 은행나무 군락지 중 한 곳으로 알려진 마을이다 . 가을이면 길목 곳곳에 심어 놓은 3000 여 그루의 은행나무에서 열매가 열리는데 , 은행나무 열매는 마을의 주 수입원이기도 하다 .
오솔길을 따라 조성된 은행마을 둘레길을 거니노라면 시골의 정취에 흠뻑 젖어든다 . 골목길 모퉁이를 돌아서면 닭과 오리들이 뛰놀고 , 고추를 말리는 한가로운 풍경이 펼쳐지며 , 흙담 너머로 주렁주렁 매달린 감이 길손을 반긴다 .
은행마을에 운치를 더하는 것은 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고택이다 . 조선 후기 가옥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신경섭가옥 주변으로는 100 년 이상 된 아름드리 은행나무들이 세월을 이기고 위풍당당한 기세를 내보인다 . 특히 가옥 앞의 수은행나무는 수령이 500 년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사랑채 마당에서 뻗어 나온 은행나무 가지들이 돌담 너머의 은행나무와 손길을 맞추며 고요한 황금빛 터널을 만들어낸다 . 터널 밑으로는 은행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 마을에는 매년 100 톤가량의 은행이 수확되는데 이는 전국 수확량의 절반이 넘는 양이다 .
마을의 상징인 신경섭가옥은 팔작지붕의 사랑채 중간에 대청마루를 두고 효자문을 세운 옛 부잣집의 형세다 . 후에 양조장으로 이용되기도 했는데 목재의 결 , 단청 등은 현재까지도 잘 보존되어 있다 . 이른 아침 , 고택 마당에 노란 은행잎들이 수북이 쌓여 있을 때가 은행마을이 가장 아름다운 추색으로 물드는 때다 .
은행마을 주변으로는 황금빛 세상을 함께 연출할 드넓은 논이 펼쳐져 있고 , 마을 가운데로는 시냇물이 흐른다 . 냇가에는 갈대가 농가의 한가로운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 은행마을에서는 가을 탐방객들을 위해 은행잎 모자이크 , 고구마 캐기 , 콩 수확하기 등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은행마을은 모든 사람을 순박한 가을로 이끄는 매력이 있다 . 골목길을 돌다 우연히 외양간에서 엄마소의 젖을 빠는 살진 송아지에 걸음을 멈춘 여행객은 그대로 가을 정취에 빠져든다 .
은행마을에 은행나무가 번성하게 된 전설도 있다 . 장현리 뒷산인 오서산은 까마귀들이 많이 살고 있어 ‘ 까마귀 산 ’ 으로 불리던 산이다 . 산 아래 연못에 마을을 지키던 구렁이가 천 년 동안 기도를 올린 뒤 황룡이 되어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라갔는데 , 이 광경을 지켜본 까마귀들이 은행을 여의주라 여기고 산 아래 마을로 물고 와 정성껏 키운 것이 은행나무 군락을 이루게 된 사연이라고 전해진다 . 오는 11 월 1~2 일에는 ‘ 은행마을 단풍축제 ’ 가 마을에서 열린다 .
은행마을을 병풍처럼 에워싼 오서산은 만추의 계절이면 억새가 장관을 이뤄 가을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 오서산의 은빛 억새와 은행마을의 노란 단풍은 가을 여행지로는 찰떡궁합이다 .
오서산 초입에는 오서산자연휴양림이 들어서 있어 하룻밤 묵으며 추색을 음미할 수 있다 . 1.5km 의 휴양림 탐방로만 거닐어도 가을 숲의 향취는 폐부 깊숙이 스며든다 . 숲체험로는 대나무숲 , 숲속 수련장 등을 갖추고 있다 .
휴양림은 오서산 등산로와 연결되는데 월정사 등 자그마한 암자들이 있어 산행의 아기자기함을 채운다 . 정상에 오르면 머리를 풀어헤친 억새숲 능선을 걸으며 서해를 조망할 수 있다 . 해발 791m 의 오서산은 보령 8 경에 속하며 , 우리나라 서해 연안의 산 중에서는 가장 높은 산으로 알려져 있다 .
오서산 자락으로는 명대계곡이 이어져 청아한 가을 분위기를 더한다 . 여느 계곡처럼 분주하거나 요란하지 않지만 곳곳에 쉼터가 있고 수림이 우거져 삼림욕을 즐기며 가을 숲과 계곡을 즐길 수 있다 . 명대계곡 초입의 장현저수지 역시 물억새와 만날 수 있는 오붓한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
보령의 유적에서 가을을 느끼고 싶다면 성주사지로 향한다 . 성주산 입구에 위치한 성주사지는 백제 , 통일시라 , 고려 , 조선의 유물이 골고루 출토된 오랜 역사를 지닌 절터다 . 국보 , 보물들이 듬성듬성 들어선 황량한 절터에는 3 기의 석탑이 나란히 도열해 융성했던 과거와 건축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
창포 해수욕장의 신비의 바닷길은 계절에 관계없이 가족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 매달 음력 그믐과 보름이면 해수욕장 건너편 섬까지 1.5km 의 바닷길이 열린다 . 갈라진 바닷길에서는 조개 , 소라 , 낙지 등 해산물을 잡을 수 있으며 , 무창포 해변에서 맞이하는 해넘이 역시 일품이다 .
< 당일 여행 코스 >
은행마을 → 신경섭가옥 → 장현저수지 → 오서산 → 명대계곡
<1 박 2 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은행마을 → 신경섭가옥 → 오서산 → 오서산휴양림 → 명대계곡
둘째 날 / 장현저수지 → 성주사지 →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보령 문화관광 http://ubtour.go.kr
– 오서산자연휴양림 www.huyang.go.kr/main.action
글 , 사진 : 서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