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고 있나? 지자제 관광마케팅 上

태권도원 주 경기장 ,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없음

(미디어원=이정찬 기자) 관광산업이 고성장세를 지속하고 산업의 성장잠재력에 대한 인식이 널리 확산되면서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기초지방자치단체까지 지역관광 활성화의 기치를 내걸고 관련 인프라의 구축과 관광 컨텐츠의 개발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추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다 .
이와 같은 지방정부의 노력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필요로 하는 한국경제의 현실을 잘 반영한 것으로 시의적절해 보이지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많은 오류와 허점이 자리하고 있어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는 불안감을 키워가고 있다 .
본지는 지난 3 년간 80 여 차례의 취재를 통해 국내관광산업의 현황을 확인하고 2회에 걸쳐 소개한다.

마스터 플랜조차 없는 지방자치단체의 관광정책
지방자치단체의 관광사업의 규모는 예상을 훨씬 초과하는 엄청난 규모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수백억에서 수천억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개발이 나라 곳곳에서 추진되거나 진행되고 있다 . 무주의 태권도원 , 안동의 안동 유교랜드는 2800 여억원 , 강원도 고성의 DMZ 박물관은 445 억 원이 투자되었으며 이외에도 각 지방자치단체는 수백억 원대의 사업을 앞 다투어 계획하거나 진행하고 있다 .

안동유교랜드의 전경,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없음

지방자치단체의 대규모 개발사업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
어느 곳에서도 개발과 관련한 ‘ 마스터 플랜 ’ 을 찾아볼 수 없었다 . 57 개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내미는 것은 ‘ 건설계획서 ’ 뿐이었으며 개발과 관련한 기획, 건설계획, 마케팅 홍보 및 운영 계획으로 구성된 ‘ 마스터 플랜 ’ 은 존재하지 않았다 .
민간에서 추진되는 대형프로젝트의 경우 가장 먼저 사업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다음 단계로써 마케팅 전문가에 의한 기본 계획이 수립되며 그것을 바탕으로 마케팅전문가와 건설사의 협의로써 최종적인 ‘ 마스터 플랜 ’ 이 확립된다 .
마스터플랜은 1 차 타깃마켓 , 2 차 타깃마켓과 기타 마켓의 성향과 경제 동향의 분석에 기초한 마케팅 플랜을 중심으로 작성되는데 마케팅플랜에는 건설 중 홍보 마케팅 , 건설 후 1 년간 전략 마케팅 , 3 년간 전략 마케팅 , 5 년간 전략 마케팅 계획을 일자 별로 제시해야 한다 .

중앙정부지원 받아 시설부터 짓고 보자 !
H 군의 관광홍보담당 김계장은 ‘ 지방자치단체의 어느 곳도 관광사업과 관련한 마스터 플랜을 가지고 있지 않다 .’ ‘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도 드물다 .’ 고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
김계장은 ‘ 짓고 보자는 겁니다 . 나랏돈이니 단체장들이 재임기간 동안 치적을 쌓자는 것이지요 .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 지자제가 시설하거나 투자한 수많은 숙박시설 , 한옥마을 , 리조트 , 컨벤션 센터 , 박물관 , 테마 관광단지 중 어느 곳도 수익을 못 내고 있습니다 .’ 고 말을 이었다 .
김계장에 의하면 H 군이 지난 12 년간 관광시설개발에 투자한 나랏돈은 줄잡아 8000 억 원이 넘는다고 하다 .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인 시설들은 수익은 커녕 유지관리비에만 연간 수십억 원이 소요되고 있으며 부실한 관리로 일부 시설은 사용조차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
H 군은 현재 리조트와 기타 숙박시설 및 위락시설을 운영할 위탁경영자를 찾고 있는데 이는 관광시설 개발 후 지자제들이 취하는 공통된 수순이다 . 수백억 투자한 시설은 불과 몇 억원의 보증금의 지불로 지방유지가 운영권을 가져간다 . 경험도 책임감도 없는 운영자에 의해 훼손되는 시설을 유지 보수하는 책임은 대개의 경우 지자제가 떠맡는다 .

건설에 바쁘다, 건설하고 보자 .
전라도의 M 군은 최근 2800 억 원짜리 시설개발을 끝내고 운영에 들어갔다 . 임시개관 중이던 시설을 방문하여 문체부로부터 파견되었다는 마케팅 책임자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
기자 : “ 대단히 훌륭한 시설입니다 . 앞으로 어떻게 운영을 하실 계획이십니까 ?”
마케팅 책임자 : “ 글쎄요 , 아직 생각을 못 해봤습니다 . 잘 되겠지요 .”
기자 : “ 정식 개관이 4 개월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 계획이 없다니요 ?”
마케팅 책임자 : “ 수학여행단을 유치할 계획입니다 . 여행사와 협의해서 숙박을 유도해야지요 .”
기자 : “ 혹시 마케팅 플랜은 있으신가요 ?”
마케팅 책임자 : “ 아뇨 아직 준비 못했습니다 . 홍보 마케팅 예산이 없어서 어떻게 해 볼 도리도 없습니다 .”
마케팅 책임자는 관광시설을 운영한 경험이 전혀 없는 문외한 , 어떻게 수천억 시설의 마케팅 책임자가 될 수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운영계획도 없고 홍보마케팅 예산도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
시설을 점검해 본 결과 역시 놀라웠다 . 중소호텔 수준으로 잘 지어진 숙박동의 객실 욕탕 서비스 동선 등을 확인해 본 결과 고쳐야 할 부분이 한 두 곳이 아니었다 . 건설업체가 호텔 리조트를 건설한 경험이 없는 것이 분명했다 . 나랏돈이 다시 들어가야 할 판이니 안타까운 노릇이었다 .

관광마케팅 홍보에 대한 경험도 지식도 없다 .
경상남도의 몇몇 지자제에서는 관광마케팅 팀이란 조직을 볼 수 있다 . 대단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을 것 같은 관광마케팅 팀장에게서는 불행히도 마케터의 기본소양도 확인할 수 없었다 .
G 시의 K 팀장은 “ 국내관광시장에는 별관심이 없고 중국시장 마케팅에 주력할 계획이며 중국여행사 500 곳을 초청하는 팸투어를 준비 중이다 . 이 곳은 워낙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곳이라 특별한 마케팅도 필요 없다 .” 라고 소개했다 . K 팀장의 호언과는 달리 G 시의 관광인프라를 확인한 결과 , G 시는 중국관광객 500 명의 동시 수용도 불가능한 상태로써 경유지는 될 수 있어도 목적지가 될 수는 없었다 . 마케팅의 가장 기본인 타겟 마켓의 설정이 잘못된 것이다 .
마케팅 팀의 잘못된 방향설정으로 G 시가 낭비할 예산은 최소 5 억원 이상 (500 명 팸투어 * 100 만원 /1 인 ) 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