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년 봄 세계 최대 체인의 A 호텔은 오스트리아인 총지배인을 한국으로 급파했다 . 새로 인수한 호텔의 장기 적자경영을 타개하기 위한 인사 조치였다 . 그는부임하자마자 호텔 전체의 풍수자문을 의뢰했다 . 싱가포르에서 풍수 효과를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 자문 결과를 토대로 총지배인은 자신이 일할 사무실 위치를 선정하고 호텔 전 층의 풍수상 문제점 개선에도 착수했다 .
해당 호텔은 고객들의 안정적인 조화를 깨는 요인이 적지 않아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 그러나 장기 적자인 탓에 구조조정을 통해 인원을 감축하고 연봉까지 동결했기 때문에 재정 부담이 적지 않았다 . 결국 두 차례에 걸친 협의 끝에 중요도 순서에 따라 해결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 호텔 바로앞 건물의 살기 ( 殺氣 ) 어린 상충적 관계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지적됐다 .
질량과 부피가 비슷한 두 개의 건물이 자웅을 겨룰 경우 풍수에서는 상생 ( 相生 ) 의 묘를 구사한다 . 사람살이의 일처럼 경쟁자와의 긍정적 경합이 서로의 발전을 도모하기 때문이다 . 문제는 한쪽이 창을 들어 나를 위협할 때다 . 이런 경우 모순의 방패 역할은 경 ( 鏡 ) 을 사용한다 .
경은 거울이다 . 경 이전엔 감 ( 鑒 ) 이었다 . 은나라 말기 구리로 만든 동경 ( 銅鏡 ) 은 사물의 본질을 명징하게 보여줌으로써 신물 ( 神物 ) 의 자리에 오른다 . 하늘과
소통하는 제사장의 무구 ( 巫具 ) 로 영계와 인간계의 매개물로서 주술적인 면이두드러졌다 . 티베트 밀교와 도교의 만남은 거울의 전조와 액막이 그 구실을 강
화하고 풍수에서도 원용된다 .
A 호텔 옥상에 반사경을 설치한 것은 그래서다 . 상대 건물이 찌르는 나쁜 기운을 상쇄시키는 액막이 방패의 하나인 셈이다 . 이후 호텔의 사정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총지배인은 영전돼 한국을 떠났다 .
거울의 주술적 영향은 보는 이에 따라 귀에 걸면 귀걸이 , 코에 걸면 코걸이일수 있다 . 보이지 않는 세계가 거울에 투영된다는 믿음은 과학적 증명의 한계를 넘어선다 .
그렇다면 다음 논제를 과학적으로 접근해보면 어떨까 . ‘ 현관에는 거울을 걸어야 좋을까 안 거는 것이 좋을까 .’ 조건은 대한민국 산천 아래에서다 . 정답은 없다 .
일본처럼 현관이 북쪽에 위치해 양 ( 陽 ) 인 햇살이 부족하다면 거울은 빛을 반사해 습기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 반면 남쪽에 있어 건조한 현관은 양의 과함을차단하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다 .
풍수는 그 지역의 풍토에 맞게 전개해 인간을 이롭게 돕는 학문이다 . 자연스러움 속에서 시비를 분별하는 눈을 키우는 것 . 퇴계 이황의 ‘ 명경지수 ( 明鏡 止水 , 밝은 거울과 정지된 물 )’ 가 아름다운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