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화이트칼라 근로자에 업무 재량권 주고 성과로 평가해야”

(미디어원=정인태 기자) 한국경제연구원 ( 원장 권태신 , 이하 한경연 ) 은 ‘화이트칼라이그젬션제도 도입방안 모색’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 한경연은 현재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이 업무량으로 평가되는 제조업 생산직 근로자를 기준으로 삼고 있어 , 업무 특성이 다른 화이트칼라 근로자에 적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

제조업 근로자 비중 줄고 , 화이트칼라 업종 근로자 늘어

1993 년부터 2013 년까지 지난 20 년간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살펴보면 전체 업종 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제조업 근로자는 1993 년 52.3% 에서 2013 년 33.1% 로 약 20% 포인트 감소했다 . 반면 , 화이트칼라 근로자의 비중은 1993 년 44.8% 에서 54.2% 로 약 10% 포인트 증가했다 . 특히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의 경우 1993 년 16% 에서 2013 년 25.3% 로 증가해 , 화이트칼라 근로자 증가 추이에 주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 또 직종별 평균 연봉은 2011 년을 기준으로 △관리직 6,935 만원 , △전문직 3,454 만원으로 △나머지 직종 평균 2,675 만원 보다 높았다 . 그 중 관리직은 나머지 직종 ( 전문직 제외 ) 에 비해 연봉이 3 배가량 높고 특별급여 또한 4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화이트칼라 근로자 업무특성에 맞춰 계획·시간배분에 재량권 줘야

한경연은 제조업이 주를 이루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금융·보험업 , 교육 서비스업 등 사무직 중심의 산업이 발달하면서 화이트칼라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 근로기준법은 여전히 제조업 근로자의 근무환경에 기준을 두고 있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화이트칼라 근로자의 경우 , 제조업 근로자와 같이 가시적인 성과를 측정할 수 없고 업무의 시작과 종료시간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두 직종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실제로 현재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이 산정되면서 초과근로시간 인정과 수당 지급 여부를 두고 노·사간의 의견 대립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우광호 한경연 선임연구원은 “근로시간이 업무량에 비례한다고 보기 어려운 화이트칼라 근로자에 생산직과 동일한 기준으로 시간에 따른 초과수당을 지급할 경우 오히려 근로시간을 연장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 “일정 수준 이상의 연봉을 받는 근로자에게 업무 계획과 시간배분의 재량권을 주는 근로시간면제제도를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 그는“근로시간면제제도 도입을 통해 ▲근로자의 재량권·자율성 존중으로 생산성이 향상되고 , ▲초과근로 판단·초과수당 지급에 대한 분쟁도 해결할 수 있다”며 , 우리현실에 맞는 근로시간면제제도를 도입해야한다고 덧붙였다 .

미국 , 근로시간면제제도 30 년 전부터 운영·일본 , 제도 도입 추진

한편 , 근로시간면제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나라로는 미국과 독일 , 영국 , 프랑스가 있다 . 그 중 미국의 경우 1983 년 고위관리자·행정직·전문가·컴퓨터관련 종사자·외근영업직종에 대해 최저임금과 연장근로가산수당을 적용하지 않는 면제제도를 도입했다 . 제도를 도입한 배경을 살펴보면 , 대상 직종의 임금이 공정근로기준법 (FLSA) 이 정하는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수준인데다 , 다양한 복지 혜택과 안정적 고용 , 승진기회가 제공되고 있어 최저임금을 적용할 필요성이 낮다는 게 주된 이유다 . 더불어 업종과 직종이 갈수록 세분화되면서 사무직 등과 같이 업종의 성과나 질을 측정하기 어렵고 초과근로시간을 간주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발생하자 , 분쟁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 .

또 현재 근로시간면제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 신상품 연구개발 , 정보처리시스템 분석·설계 등 전문업무형 재량노동제 종사자에 한해 연봉과 관계없이 근로시간면제제도를 적용하고 이 외 업무 종사자는 연봉을 기준으로 대상을 지정할 예정이다 . 대상 업무는 법령으로 정한 업무 , 노사협정·노사위원회의 결의에 의해 정한 업무이며 , 임금 지불형태는 월급제나 연봉제로 , 연봉은 총액이 400 만 엔 이상의 경우를 면제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 . 일본은 제도도입 이후 오히려 장시간근로자가 늘어나고 건강이 악화되는 문제를 방지하고자 , 도입 시 전문의 상담 주기를 정해 정기적으로 상담을 진행하는 등 보완책을 고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