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폐지로 ‘흥신소”가 날개를 달았다?

232

간통죄 폐지로 ‘흥신소"가 날개를 달았다?

(미디어원=강정호 기자) 서울에 사는 이융 ( 가명 , 35 세 , 남 ) 씨는 아내 신씨 (32 세 , 여 ) 와 사이에 1 남 1 녀 두고 있었지만 우연히 알게 된 장녹수 ( 가명 , 29 세 , 여 ) 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수차례 간통까지 했다 . 신씨는 남편의 간통을 고소하려고 경찰서 민원실로 가 고소장을 제출하려고 했으나 고소를 하지 못했다 .

헌법재판소가 간통죄를 처벌하는 형법 규정에 대한 위헌 결정을 한 후 느닷없이 흥신소가 ‘ 쾌재를 부른다 ’ 느니 ‘ 성행한다 ’ 는 글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 (SNS) 를 뒤덮고 있다 .

종합편성채널에서도 출연자가 지나가는 말로 ‘ 흥신소에서 불법적인 일을 하기도 한다 ’ 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하면서 , 자극적인 표현이 주를 이룬다 .

간통에 대한 증거를 모두 흥신소를 통하여 확보한 것은 아니다 . 그렇지만 ,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 이전에 ‘ 간통 ’ 과 ‘ 흥신소 ’ 가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

간통죄가 위헌 결정으로 폐지되면서 더 이상 간통에 대한 고소취소를 조건으로 형사합의금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 그렇다면 굳이 간통 현장을 잡을 필요가 없게 되었고 , 흥신소에 많은 돈을 주고 뒷조사를 맡길 필요가 없어졌다고 봐야 옳다 .

‘ 간통 ’ 과 ‘ 흥신소 ’ 에 대한 오해와 진실

어찌 된 일인지 간통죄가 폐지되면 흥신소가 할 일이 많아질 것이고 현재 전화가 빗발친다고 한다 . 무엇이 문제일까 .

이혼전문 엄경천변호사 ( 법무법인 가족 ) 는 “ 간통죄에 대한 고소 , 수사 및 재판 과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 고 말했다 . 간통죄가 처벌되던 시절에는 간통죄로 고소를 하면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간통을 하는 배우자의 뒷조사도 해주고 간통 현장을 잡아준다고 오해한 것은 아닐까 ?

종전 간통 사건의 고소와 수사 실무를 살펴보면 오해가 풀린다 .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배우자 일방의 신고에 의하여 뒷조사를 해줄 수 없고 해주지도 않았다 . 물론 간통 고소를 했거나 간통 고소를 하려고 한다며 간통현장에 출동해 달라고 하면 그 정도는 협조했다 .

간통죄는 친고죄라서 고소권자 ( 배우자 ) 의 고소가 있어야 수사를 개시할 수 있었다 . 간통 고소장을 접수할 때에는 이미 이혼을 했다는 증명서 ( 이혼기록이 있는 혼인관계증명서 ) 나 이혼소송을 제기했다는 증명서 ( 소제기증명원 ) 를 함께 제출해야 접수를 받아줬다 . 우선 고소장을 접수하고 곧 위와 같은 증명서를 보완하는 것까지는 가능했다 .

간통죄가 폐지되기 전에도 간통의 증거는 대부분 고소권자인 배우자나 그 가족 또는 그들로부터 의뢰를 받은 흥신소 등에서 맡았다 . 수사기관의 역할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 남의 집 가정사로 모든 수사인력을 집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앞에서 본 이융씨의 아내 신씨의 사례를 보면 , 간통죄가 폐지되기 전이나 폐지된 후에나 이융씨와 장녹수씨가 간통을 했다는 증거를 확보할 사실상의 책임은 신씨에게 있었다 . 그런데 간통이 더 이상 국가형벌권의 대상이 되는 범죄는 아니기 때문에 형사합의금을 더 받기 위한 방편으로 흥신소를 이용할 필요성은 줄어들었다 . 이혼소송에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입증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굳이 흥신소까지 이용할 필요가 없다 .

배우자의 간통을 포함한 외도의 증거를 확보하는데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하는 역할이 크지 않았다 . 수사기관에서 할 수 있는 통화내역 조회나 금융거래내역 조회조차도 이혼소송 진행 중 가정법원을 통하여 확보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봐야 한다 .

그렇다면 , 간통죄에 대한 위헌 결정이 국민들의 사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 물론 혼인한 부부의 가장 중요한 의무인 정조의무가 국가형벌권에 의하여 담보되지 않기는 하지만 , 애초에 부부의 정조의무는 국가 형벌권에 의하여 담보되기는 어려운 성질이었다 .

간통죄가 폐지된 것은 인류문명사적으로 보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할 수 있다 . 간통죄가 폐지되었다고 하여 화목한 가정에서 남편이나 아내가 갑자기 간통을 결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

엄경천 변호사는 “ 간통이 국가형벌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뒤집어 생각해 보면 간통죄에 대한 가벌성이 줄어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면서 “ 간통죄가 폐지되었다고 하여 이혼소송 실무에서 위자료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 고 지적했다 .

엄 변호사는 “ 이혼사건에서 문제되는 ‘ 위자료 ’ 란 ‘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 ’ 중 정신적 피해에 대한 부분인데 , 개별적인 행위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혼의 책임이 누구한테 있는지를 따져 위자료를 지급할 당사자와 위자료 액수가 산정된다 .” 고 말했다 .

남편의 지속적인 가정폭력으로 파탄이 난 이후 처가 간통을 한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 비록 처가 간통죄로 처벌될 여지가 있더라도 혼인파탄의 책임이 남편한테 있다는 이혼사건에서는 남편이 처에게 위자료로 지급할 수 있고 , 실무상 그런 판결은 수없이 많다 .

간통죄 위헌 결정 이후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산정된 위자료 액수가 늘어났는지 줄어들었는지를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 설사 유사한 사례와 비교하여 위자료 액수가 늘어났다고 해도 그것을 간통죄 폐지의 효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

오히려 법 논리로만 보면 간통이 국가형벌권의 대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위법성이 약화되었다면 이혼소송에서 인정되는 위자료 액수도 줄어들 여지도 있다 . 이 또한 단정할 수는 없다 . 앞서 본 바와 같이 이혼 위자료가 개별 행위의 불법성에 대한 평가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

이혼 소송이 소모적인 전쟁이 아니라 생산적인 가족의 재구성 수단이 되려면 종전처럼 과거 회고적인 재판이 아니라 장래 전망적인 재판이어야 한다 . 과거의 일을 들추어 위자료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장래 미성년 자녀의 양육과 전업주부로 대표되는 배우자 일방의 부양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

최근 대법원에서 이혼사유와 관련하여 종전 유책주의 판례를 파탄주의로 변경하려고 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 간통죄 폐지와 연계해 보면 파탄주의가 자연스러운 경향이라고 볼 수도 있다 .

그 전에 이혼 후 배우자의 부양에 대한 논의가 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

글 사진: 염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