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러시아 승전행사 불참…북-러관계 이상징후?

북한 김정은 러시아 승전행사 불참…북-러관계 이상징후?
( 미디어원 = 구윤정 기자 ) 최근 고위관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설이 나온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 1 위원장이 다음 달 모스크바에서 개최되는 제 2 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크렘린궁이 30 일 ( 현지시간 ) 밝혔다 .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 ( 공보수석 ) 는 이날 기자들에게 다음달 9 일 2 차 대전 승전 기념행사에 참석이 예정됐었던 김 제 1 위원장이 " 평양에 남기로 결정했다 " 고 전했다 .

페스코프는 " 그 ( 김정은 ) 가 모스크바 행사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 . 외교 채널을 통해 우리에게 이 같은 결정이 전달됐다 . 이는 북한의 내부 문제와 연관된 것이다 " 고 불참의 원인이 북한 내부의 문제라고 밝혔다 .

페스코프는 앞으로 언제 양국 정상 간 만남이 가능할지를 묻는 질문에 " 현재까지 구체적 계획은 없다 " 고 밝혔다 . 이는 승전 기념식을 전후로 한 북러 양자 회담의 성사 가능성도 부인한 것이다 .

그는 북한 지도자의 방러를 수용하지 말아달라는 제 3 국의 요청이 있었는지에 대해 " 당연히 없었다 " 고 일축했다 .

이에 따라 김정은이 지난 2011 년 집권 이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러시아를 찾을 것이라던 러시아 정부의 공식 발표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

러시아 정부는 그동안 김 제 1 위원장이 모스크바 승전 기념행사에 참석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며 그의 방러가 성사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 따라서 함께 초청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이 초청을 수락할 경우 러시아에서 남북한 정상 간의 만남이 이루어질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 바 있었다 .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불참의사를 밝힌 데 이어 김정은 국방위원장도 불참하기로 함으로써 남북한 정상 모두 전승행사에 불참 , 러시아의 입장이 난처하게 되었다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외교 담당 보좌관 ( 외교 수석 ) 유리 우샤코프는 지난 22 일 " 북한 지도자에게 초청장이 보내졌고 여러 북한 인사들과의 접촉에서 김정은이 모스크바에 올 것이란 확인을 받았다 " 며 양국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고까지 밝힌 바 있다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 등도 최근 김 제 1 위원장의 참석을 잇달아 확인했었다 .

한국 정부도 김정은의 방러가 거의 확실한 것으로 관측했었다 .

하지만 일각에선 집권 이후 한 번도 국외 방문 길에 나선 적이 없는 김정은이 여러 외국 정상들이 함께 모이는 다자행사에 등장하는 것을 큰 부담으로 느낄 수 있고 그동안의 관례에서 벗어나 혈맹인 중국이 아닌 러시아를 먼저 찾는 것도 상당한 모험이란 이유에서 그의 방문에 회의적 견해를 밝혀왔다 .

현재까지 김 제 1 위원장이 유력시되던 방러를 취소한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

일부 전문가들은 러 – 북 양측이 정상회담을 위한 최종 의제 조율에 실패했거나 김 제 1 위원장에 대한 경호 문제에서 이견이 생겨 그의 방러가 무산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

모스크바 외교가에선 러시아 승전 행사에 김정은의 참석을 약속했던 북한이 마지막에 결정을 번복함으로써 심각한 외교적 결례를 범한 꼴이 돼 이번 결정이 그동안 급진전되던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