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성장뒤 ‘성장통’일까?…아웃도어업계, 생사의 갈림길

( 미디어원 =구윤정 기자 ) 지난 5 년간 매년 20~30% 에 달하는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아웃도어는 자칭 타칭 ‘ 국민 아이템 ’ 으로 군림했다 . 등산복과 평상복의 경계를 허문 ‘ 아웃도어 룩 ’ 이 전체 아웃도어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이다 . 10 대부터 50 대 , 60 대까지 , 남녀노소 나이를 불문하고 치솟던 인기를 방증하듯 아웃도어시장은 몇 년 새에 관련 브랜드가 100 여 개에 이를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 아웃도어는 그만큼 패션업계에서 황금알을 낳는 노다지 산업으로 통했다 .

그런데 작년부터 아웃도어업계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친 모양새다 . 시장이 레드오션 상태에 접어든데다 장기적으로는 내수 불황이 이어진 탓이다 . 브랜드의 난립도 한몫했다 . 저품질 · 거품가격 논란에 휩싸이면서 끝 모를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 . 여기에다가 소비자의 패션 트렌드가 달라진 것은 치명적이다 . 더 이상 소비자들은 울긋불긋한 아웃도어룩에 열광하지 않는다 . 아웃도어브랜드들은 이제 새 먹거리를 찾아 생존 싸움을 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

불과 몇년 전만 해도 가장 ‘ 핫 ’ 하게 떠오르던 아웃도어시장 . 너도나도 뛰어들던 이 ‘ 황금알 ’ 시장의 성장동력이 사그라들면서 브랜드마다 한계치를 찍고 있다 . 올해 전망은 작년보다도 더 암울하다 . 한 자릿수 성장은커녕 마이너스 성장도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

■ ‘ 빅 5’ 브랜드 매출 ‘ 뚝뚝뚝 ‘

최근 업계에 따르면 영원아웃도어 ,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블랙야크 , 네파 , 케이투코리아 등 아웃도어업계 ‘ 빅 5’ 모두 지난해 매출은 늘어나지 못한 채 영업이익은 감소하는 부진을 겪었다 . 빅 5 의 지난해 매출은 3 조 2342 억원으로 전년보다 1.8% 감소했고 , 영업이익은 3844 억원에 그치며 20.5% 나 줄어들었다 . 매출과 영업이익 둘 다 감소한 것이다 .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저마다 상황이 조금씩은 다르다 . 노스페이스를 운영 중인 영원아웃도어는 지난해 매출액이 5321 억원으로 전년보다 1% 성장하는 데 그쳤다 . 매출이 제자리걸음인데 반해 영업이익은 542 억원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6% 줄었다 .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와 블랙야크는 매출이 전년대비 각각 5% 와 1.4% 감소했다 . 특히 블랙야크는 빅 5 브랜드 중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줄었다 . 영업이익 810 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26.7% 감소했다 .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도 코오롱스포츠의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20% 넘게 떨어졌다 .
네파 역시 마찬가지 . 지난해 매출은 4732 억원으로 전년 대비 0.6%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929 억원으로 21.4% 감소했다 . 광고선전비를 26.5% 를 줄여 159 억원을 아꼈음에도 수익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

국산브랜드인 K2 를 키운 케이투코리아도 지난해 고전했다 . 매출은 4075 억원으로 전년보다 2%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21% 나 줄어든 935 억원을 기록해 실속 없는 장사를 했다는 평을 받는다 .
아웃도어시장의 부진은 단순 매출 성적표서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백화점 3 사의 매출 신장률에서도 하락세를 읽을 수 있다 . 지난 2012 년 30% 에 육박하던 백화점 매출 신장률이 지난해에는 10% 아래로 떨어졌다 . 업체들은 재고 소진을 위해 할인 이벤트를 잇따라 열었지만 그마저도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했다 .

전문가들은 국내 아웃도어시장이 이제는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 업계 한 관계자는 “2000 년 당시 2000 억원 대에 머물던 시장규모가 지난해 7 조원대로 폭발 성장한 배경에는 아웃도어시장에 기업 돈이 몰리고 브랜드가 난립하면서 불을 지폈기 때문 ” 이라며 “ 하지만 소비자 수요가 한계에 이른 만큼 브랜드마다 위기극복을 위한 새 먹거리 경쟁에 나서야 한다 ” 고 말했다 .

■ M&A · 해외진출 ·키즈 …생존을 위한 몸부림

이에 실제 몇몇 브랜드는 신 성장동력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섰다 . 해외 진출로 활로를 모색하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세컨드 브랜드를 론칭하고 키즈라인 , 골프웨어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등 시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 .

영원무역은 지난 1 월 스위스 자전거 제조 유통업체인 스캇을 인수하며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 스캇은 자전거 뿐 아니라 관련 부품이나 바이크용 스포츠 의류 · 용품도 생산하는 곳 . 영원무역은 기존에 스캇이 영위하던 바이크 아웃도어시장으로도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
블랙야크와 케이투코리아도 미래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 블랙야크는 올 초 인수한 미국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 나우가 북미시장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올 하반기 멀티숍에 입점해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

지난해 하반기 골프웨어 ‘ 와이드앵글 ’ 을 론칭한 케이투코리아는 유럽 하이테크 아웃도어브랜드인 ‘ 살레와 ’ 의 국내 라이선스도 잇따라 인수하면서 신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 내년부터 국내시장에 살레와의 제품 생산과 유통을 담당할 계획이다 .

네파는 키즈라인과 세컨드 브랜드 강화에 나섰다 . 그동안 숍인숍 형태로 운영하던 키즈라인을 별도 브랜드인 ‘ 네파키즈 ’ 로 독립시키고 관련 제품군을 강화한다 . 연내 20 개의 단독매장을 열고 하반기에는 백화점으로 유통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웃도어브랜드들의 이러한 사업다각화를 위한 시도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 아웃도어업체들이 성장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스포츠사업으로 발을 뻗고 있지만 이미 해당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성공 여부는 불확실하다 ” 며 “ 내실 없는 확장은 기존 브랜드 정체성마저 위협하는 악순환을 몰고올 수 있다 ” 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

급성장 뒤 성장판이 닫혀버린 아웃도어업계는 지금 생존의 기로에서 격심한 ‘ 성장통 ’ 을 겪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