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원 =김인 철 기자 ) 신록이 우거지는 이 계절 , 이때를 놓치면 1 년을 후회할지 모른다 .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을 걸으면서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 지금처럼 산과 숲속을 걷기에 좋은 계절이 없다는 얘기다 . 폭포와 산정 평원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트레킹 코스는 전국 39 개 국유 자연휴양림 중 부산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하다 .
■ 생태계 속성 알 수 있는 ‘ 천이 ( 遷移 )’
트레킹은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하단지구의 매표소에서 시작된다 . 매표소 주차장에는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편백 5 그루가 눈길을 끈다 . 계곡을 가로지른 신불산교를 지나 곧바로 산길에 올른다 . 산길은 넓고 쾌적했다 . 그 길을 따라 20 분가량 오르면 파래소폭포 갈림길에 이른다 . 갈림길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폭포에 이르나 , 하산길에도 들를 수 있으니 이른 아침의 폭포 사진을 욕심내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지나쳐도 상관없다 .
상단지구 갈림길에서는 ‘ ← 상단 ‘ 표시를 무시하고 오른쪽 비탈을 1 시간가량 가풀막지게 올라야 임도에 이른다 . 도중에 너럭바위 쉼터를 지나는데 , 잠시 숨을 고르면서 바위 위에 키 큰 소나무와 그 주변을 에워싼 떡갈나무 군락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 주미희 숲 해설사는 " 소나무는 전형적인 극양수 ( 햇빛을 좇는 나무 ) 이지만 , 이 부근은 침엽수림이 활엽수림으로 바뀌고 있는 천이 지역이라서 소나무보다 떡갈나무가 더 큰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 고 설명했다 .
■ 호화주택의 발코니 부럽지 않은 조망권
임도부터는 그렇게 힘든 구간이 없다 . 길가의 수많은 꽃과 나무에 시선 돌리며 풍경을 즐길 여유가 생긴다 . 그렇게 신록을 즐기다 보면 어느덧 간월재에 닿는다 . 간월재 (905m) 는 신불산 (1,159.3m) 과 간월산 (1,069.2m) 사이에 형성된 말 등처럼 잘록한 잿마루다 . 억새꽃이 만발하는 가을에 가장 많은 사람이 찾지만 , 요즘 같은 계절에도 두 산의 정상으로 가려는 산꾼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 그럼에도 운이 좋았는지 억새 평원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지점에서 나무 식탁 하나를 차지했다 . 가져온 점심을 풀어놓고 사방을 휙 돌아보니 최고급 아파트의 발코니가 정녕 부럽지 않다 .
하산 길에는 죽림굴도 둘러는 것이 좋다 . 길가에 돌비석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 죽림굴은 종교 박해를 피해 들어온 천주교 신자들이 생쌀을 불려 씹어 먹으면서도 믿음을 잃지 않았던 천주교 성지다 . 밖에서 보면 좁지만 동굴 안은 의외로 넓다 . 스마트폰 불빛으로 굴 내부를 비추면 성모상이 보인다 .
죽림굴에서 임도를 따라 조금 더 내려오면 이곳 트레킹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계곡 길을 걸을 수 있다 . 키 큰 나무들이 햇빛을 가려 한여름이라도 더위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시원하다 . 계곡은 보행로와 비슷한 높이로 흘러 시선도 안정적이고 편안하다 . 계곡을 한참 따라 내려가면 나무 계단이 나오는데 , 수직에 가까운 계단 끝에서 파래소폭포를 다시 만난다 . 15m 높이로 뚝 떨어지는 폭포는 그 자체로 위압적이고 아름답다 . 깊이를 알 수 없는 소도 신비롭다 .
■ 산행 중 주목해야 할 나무와 꽃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에서는 참나무 종류인 굴참나무와 신갈나무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 굴참나무는 골이 깊은 코르크가 표면에 많이 붙어 있어 쉽게 알아볼 수 있고 , 신갈나무도 다른 참나무에 비해 잎이 커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구분할 수 있다 . 신갈나무는 ‘( 짚 ) 신 갈 ( 깔 ) 창 ‘ 에서 유래했다 .
아이들과 함께 걷는다면 비목나무를 찾는 재미도 느껴보기를 권한다 . 비목나무는 시원한 향을 내뿜어 , 지칠 때 잎을 뜯어 코에 가져다 대면 금방 생기를 되찾게 해준다 . 바위틈에 사는 ‘ 매화말발도리 ‘ 와 줄기 속의 내용물이 국수처럼 생긴 ‘ 국수나무 ‘, 열매가 병 모양을 닮은 ‘ 병꽃나무 ‘ 등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
간월재에 거의 다 이르러서는 스트로브 잣나무 군락은 물론이고 땅바닥에 납작 붙은 서양 민들레와 꽃마리도 찾을 수 있다 . 눈이 밝다면 원조 감나무로 불리는 ‘ 비욤나무 ‘ 와 말채찍으로 사용했다는 ‘ 말채나무 ‘ 도 탐색해볼 일이다 .
■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은 ?
1998 년 개장한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은 영남알프스에서 두 번째로 높은 신불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 폭포와 계곡이 아름답고 억새 평원이 워낙 유명해 여름과 가을에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 따라서 여유로운 트레킹을 원한다면 지금이 적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