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정체 ‘FIT’, 국내 여행시장은 아직 ‘패키지’만 바라봐

( 미디어원 = 정현철 기자 ) 최근 개인여행을 선호하는 추세에 따라 FIT( 개별자유여행 ) 물결이 거세다 . 글로벌 선진 여행시장은 이미 FIT 로의 완전 적응을 끝냈고 , 패키지와 동행하는 하나의 거대한 축으로 성장했다 .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예외다 . FIT 가 하나의 추세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여행사들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수익에 선 듯 FIT 에 집중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 단편적인 여행상품 개발과 중장기적인 FIT 수익 구조를 가져오지 못한 탓에 FIT 는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은 존재가 돼가고 있다 . 여행사들은 FIT 와 패키지 사이에서 제대로된 선택과 집중을 취하지 못한 모양새다 .

난공불락이던 FIT, 수익 정체에 축소

지난해 2 월 인터파크 INT 가 증시에 상장되면서 , 전문가들은 여행시장 돈의 흐름이 패키지 중심에서 FIT 시장으로 본격적인 이동을 할 것이라 전망했다 .

덕분에 FIT 최대 수혜주로 꼽힌 인터파크 INT 주가도 수개월간 급상승했다 . 기업가치를 나타내는 시가총액 ( 이하 시총 ) 도 한때 8000 억원대 수준인 하나투어 턱 밑까지 올랐다 . 반대로 이 기간 하나투어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
하지만 잠깐이었다 .

연말부터 분위기는 급반전 됐다 . 인터파크 INT 주가는 꿈쩍하지 않는 가운데 , 하나투어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올 1 분기 기준 지난해 대비 두 배 가량 올랐다 . 시가총액도 1 조 5000 억원을 넘어 고공행진하고 있다 .

하나투어의 업계 영향력 강화로 인한 실적 상승이 주가 상승의 가장 큰 명목이었다 . 주가 흐름으로 볼 때 ‘ 인터파크 =FIT, 하나투어 = 패키지 ’ 라는 공식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유효했다고 볼 수 있다 .

최근 여행업계의 매출 흐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 대형 종합여행사들의 경우 지난해 유럽 패키지 상품 중심으로 매출이 크게 늘었는데 , 올해 들어 일본과 중국 , 동남아 지역 상품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 패키지 상품의 경우 지난해 대비 20~4 0%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 매출 및 수익 비중도 점점 늘고 있다 .

패키지 중심의 종합 여행사들의 경우 업체별 차이는 있으나 패키지 매출 비중이 50~70% 수준 , 배낭 및 에어텔 10%, FIT 비중은 10%~15 % 수준에 불과하다 .

호텔 , 교통패스 , 입장권 등 단품 상품 판매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패키지 매출 비중 대비 미미한 수준이다 .
이러한 분위기가 장기화되자 최근 일부 여행사들 중심으로 돈 먹는 하마인 FIT 부서를 축소하는 상황까지 나오고 있다 .

B 여행사 관계자는 “FIT 예약 인프라와 콘텐츠 개발 및 홍보마케팅에 상당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지만 별다른 수익이 나오지 않고 있다 . FIT 추세라고 믿고 있는데 , 수익이 정체되면서 FIT 수익성에 대해 의문이 깊어지고 있다 . 일단 수익이 뚜렷하게 보이는 주요 패키지 상품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 회사 차원에서도 상당한 고민이다 ” 라고 전했다 .

C 여행사 팀장은 “ 여행사들이 FI T 로 승부 보는 것은 도박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고 글로벌 OTA 대비 가격경쟁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

FIT 는 물량이 많아 저렴하게 떼다가 단품 상품을 팔 수 있는 대형여행사 몇 곳에나 가능하다 . 대형여행사들의 패키지 매출이 커지는 것은 여행사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여행사간 양극화가 지속되면서 대형사들이 패키지 상품 판매를 싹쓸이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고 전했다 .

비싼 가격의 FIT, 소비자도 등 돌려

전체 여행시장 상황으로 볼 때 패키지 시장은 파이가 줄고 있다 . 하지만 모순적이게 여행사들의 패키지 비중은 늘고 있다 .

반대로 여행시장에서 FIT 전체 파이는 커지고 있지만 오히려 여행사들의 FIT 매출 비중은 줄고 있다 . 여행사들이 FIT 에 대해 방법론적 , 투자론적으로 전혀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

여행사들이 패키지 상품에 주력하고 FIT 상품 개발 및 투자에 소홀한 결과 , 소비자들 역시 여행사 FIT 상품에서 점점 등을 돌리고 있다 .
여행사를 통해 FIT 상품을 이용해 본 결과 가격은 비싸고 만족도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 호텔 전문 OTA 와 항공전문 OTA 를 통해 최저가로 합성해 다녀오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 .

대형 여행사들이 제공하는 항공 , 호텔 등 단품 상품 가격이 패키지 상품 대비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 그렇다 보니 옵션 관광 등 약간의 자율성은 떨어져도 여행사를 통해 저렴한 패키지 관광을 찾는 소비자들이 다시 많아지고 있다 . 이러한 추세로 볼 때 앞으로 여행사들의 FIT 사업 부문은 더욱 축소되거나 험난한 과정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

A 여행사 관계자는 “ 한국 여행시장에 정말 FIT 전문이라고 할 만한 곳은 인터파크투어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 나머지 여행사들은 여전히 패키지 여행사일 뿐이다 . 종합여행사들이 FIT 연구와 수요확보에 실패한 결과 시장의 흐름이 FIT 에서 다시 패키지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

빠르게 성장하는 FIT 팽창분은 글로벌 OTA 들이 소리 소문 없이 잠식하고 있다 .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 여행시장에 FIT 는 제대로 뿌리조차 내리지 못하고 망가질 수 있다 . 결국 대형여행사들의 패키지 시장만 무한정 커져 여행업계 다양성이 무너질 것이다 . 여행사들이 패키지 중심의 FIT 상품이 아니라 글로벌 OTA 와 견줄만한 경쟁력 있는 FIT 상품을 개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