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자동차 브랜드의 역습…SUV 모델 앞세워 글로벌 브랜드 위협

( 미디어원 = 구윤정 기자 ) 작년 2014 년 4 월 중순 경 월스트리트저널 (WSJ) 은 한 컨설팅회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 중국 토종 자동차업체는 쓰레기를 만들고 있다 ” 고 매우 도발적인 평가를 내린 적이 있었다 . 중국 토종 자동차 브랜드들이 품질 · 디자인 문제 등으로 중국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에 대한 거의 원색적인 ‘ 비난 ’ 에 가까운 , 하지만 신랄한 평가였다 .
하지만 올 들어 작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였던 중국 자동차에 대한 시각이 확 달라졌다 . 올초부터 창안 ( 長安 ), 창청 ( 長城 ) 등 중국 토종 자동차 기업의 판매량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 반면 합작법인 형태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매출이 감소하거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
1 분기 중국 국산 브랜드 판매 급증
올 1 분기 중국 자동차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 토종 업체의 대약진 ’ 으로 요약된다 . 중국 토종 자동차업계의 대표 주자인 창안은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4.6% 늘었고 , 창청은 29.4% 증가했다 . 폭스바겐 (1.8%) 과 현대 · 기아자동차 (0.1%) 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에 그쳤고 , 일본의 닛산과 도요타는 각각 10% 대 감소세를 보였다 . 베이징의 한 글로벌 자동차업체 관계자는 “ 중국 토종 업체들의 판매 실적이 한 분기 동안 이처럼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은 4 년 만에 처음 ” 이라고 말했다 .
2010 년 중국 정부의 소형차 보조금 정책이 종료된 뒤 중국 토종 자동차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 2010 년 51.6% 였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1.8% 까지 떨어졌다 . 컨설팅업체 번스타인의 로빈 주 애널리스트는 “ 토종 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글로벌 업체들의 중국 내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 며 “2015 년은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난 해로 기억될 것 ” 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은 중국 토종 업체들이 선전하는 첫 번째 이유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 (SUV) 시장에 집중한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 중국의 SUV 시장은 2012 년부터 연간 30% 씩 급성장하고 있다 . 창안 창청 등 토종 업체들은 이 같은 흐름에 주목해 가격 대비 경쟁력 있는 SUV 모델을 대거 출시하며 시장을 파고들었다 . 중국 자동차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 3 월 중국 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SUV 모델 10 개 중 8 개가 창안 창청 등 토종 업체들의 모델로 채워졌다 .
임은영 삼성증권 자동차담당 애널리스트는 “SUV 는 승용차에 비해 브랜드보다는 가격 대비 성능과 디자인 등이 중요한 편 ” 이라며 “ 후발주자인 토종 업체들에 상대적으로 시장 진입 기회가 많다 ” 고 분석했다 .
엔진 독자 생산 … 자생할 수 있는 기술력 갖춰
중국 자동차시장의 중심이 중 · 서부 내륙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토종 업체들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베이징 톈진 상하이 등 동부 연안 대도시에 비해 중 · 서부 지역 소비자들은 소득수준이 낮은데 , 이들에게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토종 브랜드가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
자동차 품질이 과거보다 개선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 경제주간지 제일경제주간은 “ 시장 점유율이 하락해온 지난 4 년간 중국 토종 업체들은 연구개발 (R&D) 에 적잖은 투자를 해왔다 ” 며 “ 그 결과 창안 지리 등 일부 업체는 대부분의 엔진을 독자 생산할 수 있게 됐다 ” 고 분석했다 . 창안은 현재 이탈리아 영국 미국 일본 등지에서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 이 중 이탈리아 R&D 센터는 디자인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
임 애널리스트는 “ 중국 토종 업체들의 수출은 아직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 일부 국가에 국한돼 있다 ” 면서도 “5 년 정도 뒤부터는 해외 시장에서도 중국 토종 업체들이 글로벌 업체의 위협적인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다 ” 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