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여행상품 총액표시제…모호한 표기에 소비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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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문화체육관광부의 '여행상품 총액표시제'홍보 이미지, 총액표시제의 유명무실로 소비자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미디어원=정현철 기자) 여행객들의 합리적인 여행을 위한 목적으로 국내 여행사를 대상으로 시행된 지 1여 년에 이르는 여행상품 총액표시제. 그러나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모호한 표기법으로 여행객들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영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4년 7월15일부터 업계에 일괄적으로 적용된 총액표시제 및 항공운임 제도가 여행사 홈페이지 상에서 가격적인 면에서는 명확히 분리되고 있지만 애매모호한 표기법이 여전히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 여행사들의 상품가격을 살펴보면 순수한 상품가격과 유류할증료가 분리돼 있으며 소비자가 총 지불해야하는 상품가격이 정확히 명시돼 있다. 하지만 상단의 상품가격 외에 포함내역 및 불포함내역 등 자세한 상품 구성을 살펴보면, 추가 여행경비를 지불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주요 여행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컴플레인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분이 가이드/기사 팁 부분이며 이 때문에 상품 가격 면에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상품 내 불포함내역을 살펴보면 지역마다 상이하지만 일반적으로 ‘1인당 전 일정 $OO의 가이드/기사 경비를 현지에서 지불해야 한다’라고 표기돼 있다.
하지만 이는 KATA가 제시한 국외여행상품 정보·제공 표준안에 어긋나는 표기로, ‘가이드/기사 경비를 현지에서 지불해야 합니다’라고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하지만 이름이 익히 알려진 일부 여행사에서 여전히 ‘1인당 $OO의 가이드/기사 팁이 권장됩니다’라는 불확실한 표현을 쓰고 있다.
‘권장’이라는 표현은 소비자가 가이드/기사 팁을 지불해야 하는지, 안해도 되는지 판단 기준이 지극히 모호하다. 일례로 모 여행사는 필리핀 상품의 가격을 ‘19만9000원부터’로 명시해놓고 기본 상품가격과 유류할증료는 배제한 채 날짜별로 총 상품가격만 제시해 놓기도 했다. 소비자는 해당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제일 주요한 가격 구성에 대한 정보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게끔 세팅돼 있으며 몇 명의 인원이 출발 확정이 됐는지 등에 대한 기본 사항도 미기재돼있다.
선택관광 표기 역시 여행사의 입맛대로만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7월15일부터는 엄격하게 ‘선택관광을 참여하지 않는데 대한 추가적인 비용 또는 일정상 불이익은 없습니다’라고 표현해야 하지만 ‘현지에서 선택관광 참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혹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정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등 불확실한 표기법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추가금액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는 폐지된 ‘필수옵션’ 용어가 상품 내역에 여전히 기재되고 있어 이를 전달받거나 숙지하지 못한 소비자가 현지에서 원하지 않는 여행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시설 표기도 마찬가지다. ‘O급 호텔 혹은 동급에 투숙할 예정입니다’라는 표기가 철저히 금지돼 있지만 이 표현법을 보란듯이 명시해놓는가하면 출발 전까지 소비자에게 정해진 숙박시설을 고지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현지 핑계를 대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측은 정부에서 제시한 총액표시제 및 항공운임 제도를 어길시 최대 7일 간의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린다고 밝혔지만 주요 여행사들에 따르면 최근 영업 정지에서 과징금 부여로 벌칙이 변경돼 이를 피하기 위한 교묘한 수법으로만 위기를 모면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다는 지적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업계에서 다양한 제도가 도입되면서 공정위 등 기관에서 여행사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특히 홈쇼핑에 대한 제재가 가장 심해졌다”며 “총액표시제 및 항공운임 위반의 이유로 행정처분이나 영업이 정지된 업체는 소규모의 신생 업체에 불과하며 주요 여행사는 비교적 잠잠한 상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