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원 = 정현철 기자 ) 경기도에는 화성이 2 개 있다 . 화성시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수원 화성 ( 華城 ) 이다 . 두 화성은 한자도 같다 . 두 화성이 하나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 조선 정조 (1752 ∼ 1800) 가 현재 화성시에 있던 수원부를 옮기기 위해 만든 계획적인 신도시가 수원 화성이다 . 그래서 화성시에는 정조와 관련한 문화유산이 많이 남아있다 . 정조가 묻힌 곳도 ,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모신 곳도 화성시에 있다 . 여기에 1 억 년 된 공룡알 화석 산지와 천주교 성지까지 화성시에는 의외로 가족과 함께 둘러볼 곳이 많다 . 화성 나들이는 과거로 떠나는 시간여행이다 .
융릉 · 건릉 , 아버지에 대한 효심이 짙었던 정조
왕릉은 왕의 무덤이다 . 무덤은 기피시설이지만 , 왕릉은 문화재다 . 특히 조선 왕릉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명소여서 주변 환경도 잘 정비돼 있다 . 화성의 융릉과 건릉도 마찬가지다 .
조선 왕릉 42 기 ( 남한 40 기 , 북한 2 기 ) 중에서 화성의 융릉과 건릉만큼 애틋한 사연이 깃든 것도 드물다 . 부자 ( 父子 ) 가 인근에 함께 안장된 능은 융릉과 건릉뿐이다 . 두 능 모두 부부 합장 묘다 . 융릉에는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 (1735 ∼ 1762) 와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안장돼 있고 , 건릉에는 정조와 효의왕후가 누워있다 .
원래 사도세자의 묘는 여기에 없었다 . 지금의 서울 휘경동에 있었다 . 1789 년 정조가 ‘ 천하 제일의 길지 ( 吉地 )’ 라는 지금의 융릉 자리로 선친의 묘를 이장했다 . 정조 자신도 처음에는 융릉 앞에 묻혔다 . 융릉을 가다 보면 오른편으로 정조의 첫 번째 무덤이었던 건릉 능침소가 나온다 . 한정수 문화해설사는 “ 융릉을 우러러 볼 수 있는 곳인데 죽어서도 아버지를 모시려는 정조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곳 ” 이라고 한다 . 정조의 묘는 1821 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겼다 . 지금은 부자가 나란히 누워 있다 .
융릉도 다른 왕릉처럼 정자각 오른편에 비각 ( 碑閣 ) 이 있다 . “ 왕릉의 비각 안에는 보통 비석이 한 개밖에 없지만 융릉에는 사도세자와 장조의 비석 두 개가 있습니다 . 언젠가는 왕으로 추존될 아버지를 위해 정조가 미리 비석 세울 공간을 하나 더 만들었던 것이죠 .” 한정수 해설사의 설명이다 . 1899 년 고종은 사도세자를 장조로 추존 ( 追尊 ) 했고 , 그의 생을 기린 비석을 한 개 더 만들었다 . 정조의 바람이 100 여 년 만에 이루어진 셈이다 .
여행정보 = 관람시간 오전 9 시 ∼ 오후 6 시 . 매주 월요일은 휴무일이다 . 입장료 어른 ( 만 25~64 세 ) 1000 원 . hwaseong.cha.go.kr, 031-222-0142( 융릉 관리소 ).
용주사 사도세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한 절
“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
정조가 즉위하자마자 신하들에게 날린 일성이다 . 당연히 정조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 그러나 할아버지 영조는 정조를 그의 첫째 아들 효장세자의 양아들로 입적시켰다 . 영조가 살아 있을 때까지 , 어느 누구도 정조를 사도세자의 아들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
자신이 사도세자의 아들이라고 밝힌 정조는 아버지의 원혼을 위로하고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 그 노력 가운데 하나가 융릉 인근에 지은 용주사다 . 부모의 은혜에 관한 보경스님의 설법에 감동해 지었다고 한다 . 용주사는 융릉의 원찰 ( 願刹 ), 즉 사도세자의 위패를 모신 절이다 .
그래서 용주사에는 효 ( 孝 ) 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 용주사를 ‘ 효찰대본산 ( 孝刹大本山 ) 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 사찰 경내에 성보박물관 대신 효행박물관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용주사는 축구와도 인연이 있는 절이다 . 실제로 용주사의 탱화에는 축구공이 그려져 있다 . 최영화 문화해설사가 들려준 사연이 재밌다 . 화성은 축구선수 차범근의 고향이고 , 박지성을 배출한 안용중학교가 있는 고장이다 . 실제로 박지성은 용주사에 자주 들러 불공을 드렸다고 한다 . 이런 연유로 용주사 스님들이 1999 년 대웅보전 오른쪽에 탱화를 그릴 때 축구공을 넣자고 합의했단다 . 탱화를 자세히 보면 관음보살 옆에 작은 축구공이 있다 .
용주사에는 김홍도의 흔적도 남아 있다 . 대웅보전의 후불탱화가 김홍도의 작품이다 . 정조의 명을 받은 김홍도가 화공 25 명을 감독하여 후불탱화를 완성했다고 하다 . 국보 제 120 로 지정된 고려시대 범종도 용주사 경내에 있다 .
여행정보 = 관람시간 오전 8 시 ∼ 오후 6 시 . 입장료 어른 1500 원 , 어린이 700 원 . 문화해설사가 상주하고 있어 요청하면 무료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 yongjoosa.or.kr, 031-234-0040.
남양 성모성지 수목원 같은 성지
점심 식사 이후 찾을 만한 곳은 남양 성모성지다 .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천주교 성지다 . 병인박해 (1866 년 ) 때 수많은 신도가 목숨을 잃은 곳이다 . “ 순교한 사람이 누구냐 ” 고 물으면 꼭 집어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 충청도 내포 사람 김필립보와 박마리아 부부 , 용인 덧옥돌 사람 정필립보 등 일반신자 4 명의 이름만 전해 내려온다 . 당시 양반집 자제는 모두 한양이나 공주로 압송된 탓에 이곳에서 순교한 신자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천주교 성지라고 해서 천주교 신자만 찾는 곳은 아니다 . 솔직히 교인보다 관광객이 더 많다 . 십자가나 성모마리아상 등을 제외하면 , 수목원이나 식물원 같은 분위기다 . 화성 8 경 중 한 곳이다 . 남양 성모성지는 언제 가더라도 아늑하고 예쁘지만 , 가장 아름다운 때는 역시 5 월이다 . 푸른 잔디가 깔린 입구를 들어서서 100m 쯤 올라가면 ‘ 천상의 화원 ’ 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 25 만 ㎡ 에 이르는 넓은 땅에 철쭉 · 영산홍 · 수선화 · 금낭화 등 때맞춰 만발한 꽃이 성지를 환하게 밝힌다 . 꽃 향기가 그윽한데다 조용하기도 해서 찬찬히 걷기에 좋다 . 지름이 1m 는 됨직한 화강암 묵주 조각 15 기를 따라서 걷는 ‘ 묵주 기도의 길 ’ 에서는 잠시나마 세상의 시름을 잊은 듯 마음이 평안해졌다 . 성지 안에 있는 성당도 꼭 들어가 보시길 권한다 . 성당도 옛날 여염집처럼 평범하다 . 성당 내부가 마룻바닥으로 되어 있다 .
여행정보 = 종교시설이어서 개방시간이 따로 없다 . 입장료도 없다 . 다만 주차장은 오후 8 시 30 분 문을 닫는다 . 24 시간 문을 열지만 밤에는 가로등을 켜지 않는다 . namyangmaria.org, 031-356-5880.
시화호 간척지에 있는 공룡알 화석 산지
1999 년 시화호 물막이 공사로 인해 그동안 물에 잠겨 있던 화성시 송산면 일대 15.9 ㎢ 가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 간척지를 조사하던 최종인씨는 송산면 고정리 산 5 번지 일대에서 돌멩이 같은 것을 발견했다 . 1 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 공룡알이었다 . 이후 이 일대에서 엄청난 발견이 이어졌다 . 12 개 지역에 알 둥지 30 여 개와 공룡알 화석 200 여 개가 쏟아져 나왔다 . 이와 같은 규모의 공룡알 화석 산지는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고 한다 . 2000 년 이 일대는 천연기념물 제 414 호로 지정됐다 .
2008 년에는 공룡 화석도 발견됐다 . 당시 화성시 공무원이었던 김경하씨가 전곡항 방파제에서 돌무더기를 치우다가 발견한 1m 크기의 바위가 공룡 화석이었다 . 공룡 뼈가 박혀 있었다 . 한반도 최초의 뿔 공룡 ‘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 ( 화성에서 발견된 한국 각룡류 공룡이란 뜻 )’ 화석은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
화성의 공룡알 화석 산지는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공룡과 공룡알 화석을 볼 수 있는 장소다 .
시화호 간척지에 발굴 당시 모습 그대로의 공룡알 둥지가 두 곳 있다 . 간척지에 조성한 1.5 ㎞ 길이의 데크로드를 따라 들어가면 공룡알 10 여 개가 딱딱히 굳은 갯벌에 박혀 있다 . 공룡알이라고 엄청나게 큰 것은 아니다 . 어른 주먹만하다 . 해설사의 설명이 없으면 공룡알인지 돌멩이인지 분간하기도 쉽지 않다 . 해설사들이 오전과 오후 한 번씩 안내를 해준다 .
여행정보 = 방문자센터는 오전 9 시부터 오후 5 시까지 문을 연다 . 매주 월요일 휴관 . 입장료는 없다 . 방문자센터 2 층 영상실에서 오전 10 시 30 분부터 하루 6 차례 공룡알 화석 관련 3D 영상을 보여준다 . hscitytour.co.kr, 031-357-3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