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강태공 [18] 영남알프스 태극종주편 ( 하 )
전날 30 여 km 를 산행한 산행객들은 피곤한 몸을 일으켜 새벽부터 분주하게 개인 정비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
어제와는 다르지만 오늘도 약 20km 를 걸어야 하는 결코 짧지 않은 거리를 가야 하기 때문이다 .
예전에 많이 다니던 길은 개인 사유지라 통제를 하기 때문에 입구를 찾는 게 어렵다는 산행객들이 있다 .
청수좌골을 향해 가면 주차장을 지나고 제법 규모 있는 교량이 나온다 . 이 교량을 건너지기 직전 우측에 팻말이 붙어 있는 곳으로 산행 들머리를 잡으면 된다 . 10 여 분을 계곡 옆의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계곡을 건너야 하는 지점을 만나게 된다 . 계곡을 건너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다 보면 청수 우골이나 청수 중앙로를 통해 영축산으로 오르게 된다 . 이 길은 이정표가 쉽지 않고 흐린 날에 길을 잃을까 저어 되어 기자가 자주 다니던 청수좌골을 향해 오르기로 했다 . 1 시간 정도를 계속 오르다 보면 어느 새 신불 평원에 도착하게 된다 .
계곡 길을 오를 때는 몰랐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신불평원 전체에 안개가 자욱하여 채 5 미터 앞도 보이지 않았다 . 새벽부터 내리는 비와 안개가 섞여 산행이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는 찰라 누군가가 기자에게 다가왔다 .
기자는 체력이 약하고 힘들어 하는 두 명을 후미에서 챙기면서 올랐다 . 이 길 자체가 길을 잃기 어려운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 기자의 오판이었다 .
비와 안개에 쌓인 신불평원은 글자 그래도 거대한 호수와 다름 없었다 .
먼저 올라간 일행 중 한 명이 뒤 처지면서 길을 잃고 20 여 분째 우왕좌왕 하다가 기자를 만난 것이다 . 동반하던 2 명과 함께 세 명의 일행을 대동하여 영축산으로 향했다 . 청수좌골에서 오르다 보면 신불평원과 만나고 이 지점에서 우측으로 30 여 분을 가면 영축산 정상에 다다르게 된다 .
그러나 이 날은 그 많은 갈래길이 새삼 두렵게 느껴졌다 . 아니나 다를까 기자가 3 명과 함께 영축산 정상 부근 50 여미터 지점에 이를 즈음 먼저 올라간 대부분의 일행들이 함박재와 시살등 방향으로 한 시간 가까이를 가다가 되돌아 온 것이었다 . 다들 초반부터 많이 놀라고 지친 기색이었다 .
모두들 대장이 앞장서라 , 더 이상 무서워서 못 가겠다 . 등등의 의견이었다 . 모두 비 오는 영축산 정상을 오른 후 모여 신불산정상으로 향했다.
모든 시야가 확보되고 절대 길을 잃을 일이 없다고 생각한 신불평원에서 기자조차 2 분여를 선두에서 길을 놓쳤다 .
자연은 인간에게 늘 조심할 것을 확인할 것을 다짐시키는 것 같았다 . 많은 봄 비와 바람에 지친 일행은 신불산에서 곧 맞을 간월재 휴게소를 기대하며 서둘렀다 . 들머리에서 2 시간 정도를 그리고 영축산정상에서 신불산 정상까지 한 시간 신불산 정상에서 간월재까지 30 여분을 걸어야 한다 .
간월재에서는 비바람을 피하고 간식과 식사를 위한 사람들이 가득했다 . 다들 컵라면과 준비한 도시락으로 허기를 메우고 온기를 가졌다 . 지친 산행객들에게 간월재 휴게소 지킴이는 불친절로 화답했다 . 신불재를 지날 무렵 많이 내려간 기온과 심한 바람으로 일행들이 작은 저 체온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 다독이고 서둘러 갈 필요가 있었다 .
지치고 힘들어 하는 일부 일행들은 여기서 탈출을 원했지만 작은 온기와 허기를 달래고 나니 힘이 나는 듯 다시 완주할 것을 다짐한다 . 오후 4 시 서울로 출발하기로 한 버스 시간에 맞춰 일행들은 서둘러 요기를 하고 출발했다 .
신불평원에 불던 바람도 어느새 잦아 들고 비도 조금은 누그러진 듯 했다 . 다행이었다 . 최고령인 66 세 어른은 조금 힘들어 하신다 . 어제 30 여 km 를 걸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 하지만 대단한 체력과 의지다 .
역시 날씨가 문제였던 것 같다 .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간월재를 넘어 간월산을 내려가는 여러 명이 길을 잘못 접어들어 엉뚱한 길로 들어섰던 것이다 . 기자에게는 더없이 쉬운 길이었지만 여러 번 이 길을 경험했다는 일행이 있어 그대로 두었던 게 화근이었던 것 같다 .
간월산에서 1 시간 30 분을 오르내리기를 반복하여 마지막 봉우리인 배내봉에 도착했다 . 그제서야 같이 걸음을 하던 일행들은 안도의 기분을 느끼는 듯 했다 . 영남알프스 총 55 키로 정도의 첫날 구간은 참 힘이 들지만 둘째 날 구간은 이정표도 충분하고 다소 편안하게 할 수 있는 6 시간 30 여분 정도의 길이지만 비바람과 안개로 다들 무지한 고생을 했다 .
찬찬히 이틀간의 정리를 하며 담소를 나누었다 . 30 여분을 내려가니 배내고개에 서울로 태워갈 버스가 보인다 .
배내고개 휴게소에서 다들 비에 젖은 옷을 갈아 입고 신발을 갈아 신는 등 마무리를 했다 . 하지만 차 시간이 다되어도 일행 중 한 명이 도착을 하지 않는다 .
기다리다가 낙오된 산행객과 일행인 사람이 남아서 챙기기로 하고 버스에 둔 짐을 챙겨서 하차를 했다 . 차가 떠날 즈음 허겁지겁 낙오된 사람이 버스로 향해 달려 오는 게 보였다 . 많은 얘기가 있겠지만 우선은 서울로 출발하는게 우선이라 두 사람을 버스에 태웠다 .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은 험난했던 2 일간의 긴 산행은 무탈하게 끝났다 .
영남알프스 시야가 즐거운 산이라 느꼈지만 자연이 주는 변화에 따라 전혀 다른 산행을 하고 말았다 . 그마저도 행복이다 .
자연히 늘 한결 같다면 또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
다음은 지리산 서북능선 종주로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