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1600만명 시대…여행 국민 안전대책은 ‘외면중’

( 미디어원 = 정현철 기자 ) 올 초 tvn 에서 방영된 TV 예능프로그램 ‘ 꽃보다 할배 ‘ 의 중동 두바이편에서 고층빌딩 · 분수쇼 · 사막 우리들의 눈과 귀를 자극할 만한 관광물들이 잔뜩 나왔다 . 하지만 그곳에서 발병해 여행객들의 주의가 필요했던 메르스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 물론 예능프로에서 복잡한 해외질병까지 안내할 의무는 없다 . 하지만 만약 잠깐이라도 메르스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는 장면이 시청자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면 , 지금 국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메르스의 확산이 어느 정도 예방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
신문이나 방송 등 미디어의 해외여행 코너에서는 대개 좋은장면 , 밝은 면만 본다 . 관광객을 끌어야 하니 당연하다 . 그 지역의 어두운 장면은 국제면이나 사회면에나 나올 뿐이다 . 해당 국가의 관광청은 물론이고 우리 여행사들도 그 지역의 위험을 알리는 데에는 소홀하다 . 메르스도 이미 국제뉴스 칸을 도배하고 있었지만 관광상품 안내에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

그럼 우리 정부나 공공기관의 역할은 ? 해외에 나가본 사람은 외교부의 문자를 받는다 . 비상상황에는 현지 영사관으로 연락하라는 메시지다 . 기자는 다행히 아직까지 연락할 만한 위급한 상황은 이제까지 만나지 않았다 . 하지만 우리 외교당국은 ‘ 해외여행 ‘ 을 가는 국민을 심각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없는 듯하다 .

우리 국민 가운데 해외를 여행한 사람은 지난해 1,608 만명에 이르렀다 . 단순히 계산해 보면 전 인구의 3 분의 1 이 해외여행을 한 셈이다 . 사업이나 교육 차원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관광 목적이다 . 해외여행에 대한 우리 정부와 사회의 태도는 지원이라기보다 오히려 방해한다는 쪽이다 .
오랫동안 수출입국이라는 모토의 산업사회에서 살아서 그런지 수입품에 대해서는 잠재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 해외여행도 마찬가지다 . 비싼 사치품을 사들인다든지 하는 낭비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 이는 정부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 해외여행객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은 없다고 보는 편이 맞다 . 오히려 세금을 매긴다 . 출국세 ( 정식 명칭은 ‘ 출국납부금 ‘, 항공료에 포함돼 있다 ) 로 1 인당 1 만원을 꼬박꼬박 받는다 .

해외여행이 늘어나고 방문지가 다양해지면서 우리 국민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메르스 같은 질병 피해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 이런 위험성을 경고하고 대응방안을 누가 세울 것인가 . 당연히 우리 정부가 , 세금을 받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

관광분야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에도 ‘ 국외여행센터 ‘ 라는 조직이 있기는 하다 . 2012 년에야 문을 열었으니 신생조직이다 .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이 늘어나면서 이를 담당할 조직으로 만들어졌으나 전반적으로 관광공사 업무에서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 관광공사의 일이 국내 관광 시장을 키우는 데 있는 터라 외화유출에 불과한 해외여행자 대상 업무는 귀찮은 일이다 .
바레인에 거주하다 메르스를 국내에 들여온 ‘ 슈퍼 전파자 ‘ 의 부주의에 대해 비난하기는 쉽다 . 하지만 정작 어려운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 1,600 만명 해외관광 시대를 맞아 우리 국민들이 해외에서 보다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조직을 꾸리고 정책을 집행해야겠다 . 정부는 ‘ 출국납부금 ‘ 을 통해 지난해 관광진흥개발기금 2,378 억원을 징수했다 . 하지만 이 기금의 사용처 가운데 올해 ‘ 국민국외여행 공적서비스 ‘ 항목예산은 겨우 2 억 원이 잡혀 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