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떼기 홀, 1004m 파7…이색골프장 인기


( 미디어원 = 김인철 기자 ) 매번 비슷비슷한 코스와 그린에 실증이 난 골퍼를 위한 골프장이 있다면 ?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골프를 즐기고 싶다면 ?

골프장들이 독특한 홀과 벙커 , 페어웨이 , 차별화된 이벤트 등으로 골프 동호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 프라이버시를 완벽하게 보장하는 대신 라운드 가격을 다른 골프장보다 2 배 가까이 받는 곳이 있는가 하면 , 내장객들의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도록 최장 1004m 의 파 7 홀은 물론 깔때기 그린을 만들어 평생 꿈꾸는 홀인원을 선사하는 골프장까지 등장했다 . 골프 인구는 증가했지만 골프장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다양한 생존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전국의 이색 골프장을 소개한다 .

◇ 깔때기 · 하트모양 그린 , 150 ㎜ ‘ 대형 ’ 홀컵

한반도 페어웨이 벙커에 깊이 3m 그린 앞 벙커까지 = 강원 횡성의 벨라스톤 컨트리클럽 (CC) 벨라코스 13 번 홀 ( 파 3) 은 깔때기 홀이 있어 홀인원을 원하는 골퍼가 많이 찾는다 . 이 홀에는 정규 그린과 깔때기 모양의 그린 등 2 개가 있는데 , 티샷 시 아무나 이 홀을 지정해 홀인원 도전을 할 수 있다 . 지난달 이 홀에서 홀인원을 한 내장객은 8 명이나 된다 . 그린 앞쪽보다는 뒤쪽을 공략할 경우 홀인원 가능성이 높다 . 골프장 측은 이 홀에 도전하는 내장객에게 1 만 원의 참가비를 받아 장학기금으로 내놓고 있다 . 깔때기홀의 원조는 2008 년 남한 관광객 총기 피습사건 이후 운영이 중단된 북한 금강산 관광특구 내 ‘ 아난티 골프장 ’ 14 번 홀 ( 파 3·155m) 이다 .
경기 포천의 베어크리크 골프클럽 (GC) 크리크코스 15 번 홀 ( 파 3) 은 유일하게 투 그린이면서 왼쪽의 아일랜드 그린을 사랑을 형상화한 ‘ 하트 ’ 모양으로 만들었다 . 14 번 홀 그늘집에서 나오면 연못 속에 마치 섬처럼 떠 있는 하트 그린이 한눈에 들어온다 . 하트 그린은 예쁘지만 3 면이 워터 해저드로 둘러싸여 있어 공략이 쉽지 않다 . 부드러운 스윙으로 방향에 주의하며 티샷을 하는 게 낭만과 파 세이브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요령이다 . 이 골프장의 하트 그린은 한 노신사의 러브스토리가 얽혀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

경북 의성의 엠스클럽 마스터코스 3 번 홀 ( 파 3) 에는 규정 홀 지름 (108 ㎜ ) 보다 큰 150 ㎜ 짜리 ‘ 대형 ’ 홀이 있다 . 하지만 쉽게 버디를 잡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 . 골프장 측은 코스와 그린 난이도를 고려해 큰 홀을 만들어 놔 얕잡아 본 일반 골퍼들은 이 홀에서 흔하게 보기를 범한다 .
골프장들은 벙커도 재밌는 형상으로 만들어 골퍼들에게 역경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 충북 충주의 대영베이스 CC 인 코스 7 번 홀 ( 파 3) 은 그린 뒤 벙커를 왕관 모양으로 만들어 골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 경기 여주의 솔로모 CC 체리코스 3 번 홀 ( 파 4) 그린 앞에는 3m 깊이의 벙커가 입을 쩍 벌리고 있다 . 벙커를 피하기 위해 한 클럽 길게 잡고 치면 2 단 그린이 기다리고 있어 파 세이브가 쉽지 않다 . 공이 들어가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들지만 , 골프장을 찾는 로 핸디캡 골퍼들은 오히려 이 코스를 선호한다 . 이 벙커는 2006 년 코스를 재설계하면서 코스 난도를 높이기 위해 만들었다 .

강원 홍천의 비발디파크 CC 는 비발디 코스 3 번 홀 ( 파 4) 그린에 지름 5m 크기의 벙커를 만들어 내장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 ‘ 천상의 홀 ’ 이라고 부르는 이 홀은 전망이 좋고 우측으로 굽은 도그레그 홀이어서 드라이브 거리가 많이 나는 골퍼는 원온에 도전하기도 한다 . 골프장 관계자는 “ 재미를 위해 그린 안에 벙커를 만들었는데 내장객들의 반응이 좋다 ” 고 말했다 . 강원 태백의 오투리조트 태백코스 18 번 홀 ( 파 4) 은 티샷 낙하지점에 ‘ 한반도 ’ 모양의 페어웨이 벙커가 있다 .

충북 음성의 레인보우힐스 CC 서코스 8 번 홀 그린에는 자연 경관을 살려 15m 높이의 인공 폭포가 조성돼 있다 . 그린을 폭포에서 흘러내린 호수가 에워싸고 있다 . 퍼터를 들고 그린에 오른 골퍼들은 이국적 풍경의 시원한 폭포수 옆에서 퍼팅을 즐길 수 있다 .
◇ 1004m 파 7, 790m 파 6 … 겨울에 스키코스로 변하는 페어웨이

전체 81 홀 규모를 갖춘 전북 군산 CC 는 퍼블릭 63 홀 중 자그마치 1004m 인 파 7( 정읍코스 3 번 ) 과 661m 인 파 6( 김제코스 1 번 ) 홀을 1 개씩 보유해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도전의욕을 불러일으킨다 . 이 골프장은 전체 400 여 만 ㎡ 의 드넓은 골프장 부지 100 여 만 ㎡ 의 수변 공간이 조성돼 26 개의 교량으로 81 홀을 연결했다 . 그 때문에 전체 홀이 호수에 둘러싸인 듯한 느낌을 준다 . 일반 골프장 4 개 반 규모인 셈인데 , 대부분 옛 염전 부지에 조성된 골프장이어서 페어웨이가 넓고 긴 게 특징이다 .

경북 경산의 인터불고 경산 CC 마운틴코스 9 번 홀도 길이 790m 의 파 6, 의성의 엠스클럽 마스터 코스 1 번 홀은 길이 628m 의 파 6 로 만들어 일반 골퍼들은 거리에 대한 부담감에 힘이 들어가 아웃 오브 바운즈 (OB) 가 나기 쉽다 .

울산 울주 보라 CC 는 페어웨이 지하로 서울 ∼ 부산 KTX 가 통행한다 . 27 홀 규모의 이 골프장 지하를 가로지르는 KTX 터널은 에드워드 코스 3 번 홀과 1 번 홀 , 헨리 코스 5 번 홀과 3 번 홀 등 4 개 홀이다 . 하지만 골프장 아래 터널이 지하 50m 에 시공된 탓에 KTX 통행으로 인한 골퍼들의 불편은 없다 . 다만 , 에드워드 코스 3 번 홀 티샷 지점에서 멀리서 터널로 진입하는 KTX 소리가 조그맣게 들린다 . 이 골프장 아래로 KTX 가 통과하게 된 것은 골프장 측이 KTX 노선이 확정된 뒤 사업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 보라 CC 관계자는 “ 골프장 아래로 KTX 가 다니긴 하지만 , 라운드하는 방문객들의 불편은 전혀 없다 ” 며 “ 보라 CC 터널 공사 후 소음측정까지 했는데 기준치 미달로 나왔다 ” 고 말했다 .

◇ 섬에서 , 고원에서 티샷 … 18 홀에 37 만 원 프라이버시 보장 골프장도

전남 여수 경도리조트 CC 는 바다 위 섬 전체를 골프코스로 조성한 27 홀 아일랜드 골프장으로 유명하다 . 여수 국동항에서 차량을 싣고 500m 가량 떨어진 경도 선착장까지 건너야 갈 수 있다 . 섬 지형 특성을 이용한 해양 특화 코스를 조성해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평가 속에 골프장 코스 명칭도 9 홀씩 나눠 각각 ‘ 돌산도 ’ ‘ 오동도 ’ ‘ 금오도 ’ 로 부르고 있다 . 한번 들어가면 배를 타고 나와야 하기 때문에 통상 1 박 2 일 36 홀 라운드를 위해 찾는 내장객이 많다 . 이 골프장은 지난 1 일 내장객들이 정규 라운드를 하기 전에 피칭과 퍼팅 (PP) 연습을 할 수 있도록 6 개의 파 3 홀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 드라이브 레인지인 티 박스에서 1 홀까지 거리는 97m, 1 번 홀 옆 티 박스에서 2 홀까지는 60m, 이런 방식으로 6 개의 파 3 를 길쭉한 타원 형태로 연결했다 . 1 번 홀 티 박스에서 시작해 한 바퀴 돌면 30 ∼ 40 분 걸린다 . 정규코스로 사용할 때는 1 번 홀 티 박스와 3 ∼ 4 번 그린 ( 파 4·330m) 을 사용한다 .

강원 홍천 블루마운틴 CC 는 경춘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수도권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765m 에 이르는 고원 골프장이다 . 분지형 마을의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며 2013 년 5 월 조성됐다 .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코스는 도전적이며 각 홀은 저마다 독특한 특징이 있고 , 99 개의 벙커와 8 개의 호수가 코스 곳곳에 배치돼 골프 치는 맛을 배가시켰다 . 또 클럽하우스가 약 10m 높이의 아치형 나무구조로 돼 실내가 시원한 느낌을 준다 . 특히 골프장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남쪽 방향 전체가 유리로 돼 있어 골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

경남 남해 사우스케이프의 주말 18 홀 그린피는 37 만 원으로 국내 골프장 중 가장 비싼 편이다 . 대신 럭셔리한 클럽하우스와 내장객의 프라이버시를 철저히 보장한다 . 하루 30 팀만 받고 티 오프 간격이 10 분이어서 앞 · 뒤 팀을 운동 중 만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 또 골프예약 시 등록한 차량 외에는 골프장 출입을 통제한다 . 바다로 돌출된 지형에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리아스식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페어웨이에서 올망졸망 떠 있는 섬을 바라보며 샷을 하는 것은 덤이다 .

충남 천안 버드우드 GC 는 2006 년 개장과 함께 국내 최초의 19 홀 코스를 갖고 있는 골프장으로 화제를 모았다 . 정규 18 홀 외에 마지막 100m 길이의 파 3 19 번 홀을 보너스 홀로 한때 운영했다 . 캐디의 도움 없이 1 인당 1 만 원의 별도 요금을 내면 칠 수 있게 했고 , 모은 돈을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기부하는 ‘ 이벤트 홀 ’ 성격이었지만 현재는 사정상 운영하지 않고 있다 . 현재 19 번 홀이 운영되고 있는 곳은 2007 년 개장한 제주 서귀포 테디벨리 골프 앤 리조트다 . 이 홀은 골퍼들이 자유롭게 소액을 기부할 수 있는 ‘ 도네이션 홀 ’ 로 모금된 기금은 제주 도내 교육 · 환경 등을 위해 기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