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앞에선 면세점도 무기력…매출 30% 감소

( 미디어원 = 구윤정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 ( 메르스 ) 여파가 경기침체 속에서도 ‘ 나홀로 호황 ’ 을 누리고 있던 면세점 업계에도 불어닥쳤다 . 메르스에 따른 관광객 감소로 인해 지난 주 국내 면세점 업계 1, 2 위 기업의 시내 면세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 급감했다 .
그동안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함께 시내 면세점 쇼핑객도 늘며 ‘ 황금알을 낳는 거위 ‘ 로 불리고 있지만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메르스 공포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

16 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이달 2 주차 (8~14 일 ) 시내 면세점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 감소했다 . 같은 기간 공항면세점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

호텔롯데는 서울 소공점 , 잠실월드타워점 , 삼성동 코엑스점 등 서울 시내에 3 개를 비롯해 부산 , 제주에 각 1 개씩 5 개의 시내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 공항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3 개 특허 ) 과 김포국제공항에서 운영 중에 있는 등 총 9 개의 면세점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
앞선 6 월 1 주차 (1~7 일 ) 만 하더라도 호텔롯데 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지만 지난주부터 외국인 관광객이 대거 줄어들며 매출도 급감했다 .
호텔롯데 관계자는 " 중국 , 홍콩 , 대만 등 중화권 국적 여행객들의 메르스로 인한 여행 취소가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된 때문으로 보인다 " 고 말했다 .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5 개 면세점 특허를 보유한 호텔신라도 비슷한 상황이다 . 호텔신라는 같은 기간 매출이 20~3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호텔신라는 서울 장충점 , 제주점 등 2 개 시내면세점과 김포 , 제주 , 대구공항 등 3 개 공항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

호텔신라 관계자는 " 지난주부터 매출 감소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 며 " 메르스가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달 남은 기간 뿐만 아니라 7~8 월 매출 감소폭이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고 말했다 .
국내 두 대표 면세점 기업의 동반 부진은 기업 규모를 떠나 질병 , 환율 등 예상치 못한 외부 요인에 취약한 면세점 업종의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지적된다 . 아직 장기화될 조짐은 보이지 않지만 지금보다 현재의 매출감소세가 조금만 길어져도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한다 .
가장 비슷한 사례로는 2002~2003 년 사이 있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ARS, 사스 ) 발병을 들 수 있다 .

2003 년 사스로 인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11.1% 감소한 475 만명에 그쳤다 . 이로인해 호텔롯데의 면세점 사업 외국인 매출은 전년대비 16.6% 감소했다 . 한진그룹은 1986 년부터 시작한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을 이 해에 포기하고 현재 기내면세점만을 운영하고 있다 .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1962 년 김포공항에 면세점이 설치된 이후 사업을 포기한 기업은 한진과 애경 등 대기업을 비롯해 총 20 여 개에 달한다 .

1979 년 12·12 사태와 1980 년 5·18 광주민주화항쟁 등 국내 정치적인 불안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며 김포공항면세점에 입점했던 7 개 민간기업이 한국관광공사로 통합됐다 .

1982~1989 년 사이에는 아시안게임 , 서울올림픽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면세점도 호황을 맞았지만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12 개 업체가 폐업했다 .

2003 년 한진에 이어 신종플루가 전세계적으로 창궐했던 2009 년 이듬해인 2010 년에는 애경 (AK 면세점 ) 이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사업을 포기했다 . 2012 년 이후 신규로 특허를 내준 12 개 중소 · 중견기업 중 4 곳도 적자를 감당못해 특허를 반납했다 .

면세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 최근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추가는 중국인 관광객의 폭발적인 증가에 따른 쇼핑인프라 강화 측면의 성격이 강하다 " 며 "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면세점 특허 입찰전에 뛰어들고 있지만 여러 위험요인을 과소평가한 채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 고 말했다 .

또 다른 관계자는 " 면세점은 사업 구조상 사업자가 늘어나 경쟁이 심해지면 해외명품 기업과의 가격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가능성이 크다 " 며 " 시내 면세점 사업이 관광산업 발전을 고려하지 않고 나눠먹기식으로 진행될 경우 오히려 면세점 업계와 관광산업 모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 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