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화두를 다시 돌아보다. 류하완 25회 개인전 Flash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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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ape,162.2x112.1,MiXedi Media,2015

(미디어원=허중학 기자) 류하완 작가가 "Flashback"란 주제로 오는 17일부터 10월 4일까지 롯데캘러리 영등포점에서 자신의 25회 개인전을 가지고 있다.
류하완 작가는 캔버스 위를 가로지르는 테이프가 만드는 오선지에 칼날이 그림 그린다. 그 위에 얹은 물감이 스며들면 다시 테이프를 붙이고 자르기를 5~8회 반복한 끝에 테이프를 모두 떼어내면, 그 아래 작가의 의도와 또한, 우연이 빚어내는 우리네 삶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 캔버스 속에서 누군가는 여기서 자연을 보고, 또 누군가는 여기서 도시를 본다.
작가는 2000년 전후로 건설 현장에서 사용하던 낡은 핀과 그 외 폐기물을 오브제로 물감을 이용해 화폭 위에 그 오브제만의 자취와 흔적을 만드는 과정의 작업을 해왔다. 그 후의 금속 부식 작업에서는 Dot & Line을 통해 세상을 표현하였다. 마치 오케스트라에서 하나의 곡을 이루는 멜로디가 점(點)과 선(線)으로 이루어져 있듯, 우리가 사는 세상 역시 점과 선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라 말한다. 캔버스 위 점과 선의 세계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현대인의 일상 문구 용품인 마스킹 테이프를 선택하였다.
A world of seeing, ,65x80.3,Mixed Media,2004

그리고 2014년 이후 작업 방향은 풍경이다. 이전 작업에서는 평면적인 그리드를 이용했다면 2014년부터는 3D 큐브가 등장했다. 그 계기는 “무심코 선을 잇다 보니 이렇게 큐브를 연속한 것처럼 건물이 되었다가 동산이 되었다가 하는 조합을” 보았다고 한다.
이 시기 작가는 "큐브는 나의 내면에 잠재된 이미지요, 대상이다. 70~80년대 한국 사회는 ‘새마을 운동’ 붐으로 몸살을 할 때였다. 당시 많은 주택이 빨간 벽돌로 벽과 담을 개축했다. 이런 빨간 벽돌집의 범람은 요즘 이어지는 재개발로 사라지고 있지만, 나는 그 유년기의 기억을 되살려 나 자신의 화폭으로 옮기고자 했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는 큐브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기존 작업에서 나타나던 마스킹 테이프의 풍경이 여기서도 등장한다. 지난번 "The Bubbles"전에서 그린 창문이 다시 등장해 11개의 태양, 크로스, 요람 등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었다.

The Bubbles. rock star182x182.2011
류하완 작가의 2015년 스물다섯 번째 개인전의 주제는 "Flashback"이다. 그것은 과거의 회상을 나타내는 장면 혹은 그 기법을 말한다. 작가는 그동안 고되고 오랜 작업의 틀을 벗어나기를 고대했지만 결국 나와 테이프 사이의 갈등은 칼로 물 베기 같은 사랑싸움이었다며, 이유 없이 다시 큐브에 끌리고 익숙한 테이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힘겨웠던 작업의 기억이 므두셀라 증후군처럼 추억은 항상 아름답고 좋은 기억만 남겨두려는 심리로 치장되어 결국 자신을 다시 붙잡았다고 한다.
이번 "Flashback"전을 통해 그동안 작가가 작품을 통해 보여준 화두가 흘러가는 인생인지 피어나는 희망인지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글: 허중학 편집국장

서울문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