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유일의 한인 뮤지컬 극단 MAT가 새롭게 발표한 ‘아버지의 초상’이 큰 감동을 선사하며 한인사회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2011년 창단된 극단 MAT는 매년 새로운 창작 뮤지컬을 제작, 예술의 도시 뉴욕에 살면서도 공연예술의 사각지대에 있는 한인관객들을 직접 찾아간다는 취지로 활동해 오고 있다.
미주 한인사회 최초의 창작 뮤지컬 ‘자화상’에 이어 ‘6개월 클럽’을 선보였고 지난해는 ‘엄마 엄마’가 아나운서 출신 배우 임성민의 출연과 미주 한인극단 최장기 공연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극단 MAT의 네 번째 작품인 ‘아버지의 초상(임홍주 작)’은 창단 공연 때부터 극단 MAT의 곡을 직접 작곡해 온 황민정 공동대표 겸 음악감독의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한 작품이다. ‘엄마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절대적인 사랑인 ‘모성’을 통해 절대자의 사랑을 조명하려 했다면 ‘아버지의 초상’은 성경 속 ‘돌아온 탕자’의 얘기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이번 공연의 특징 중 하나는 ‘해설자’가 등장하는 새로운 형식의 희곡을 대본으로 삼고 있다. 극단 MAT의 간판 여배우 최유진이 해설자와 극중 인물 고은성 역을 능수능란하게 조율해 관심을 끈다.
공연 시작과 함께 해설자가 "뻔한 이야기"라고 미리 경고(?)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폭소와 눈물로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음악을 위주로 한 뮤지컬에 서사극의 기법을 역으로 활용한 것도 참신하지만 천으로 가려진 채 벽에 걸린 그림, ‘돌아 온 탕자’를 중요한 소재로 삼은 것도 눈길을 끈다. 다 자란 세 남매의 ‘아버지’ 지천명이 젊은 시절 좋아하던 램브란트의 회화다.
이 연극은 그림이 천으로 가려져 있을 때와 벗겨진 후 두 부분으로 나뉜다. 가려진 그림은 이해 받지 못하는 아버지들의 모습에 대한 일종의 메타포로 그림이 공개되기 전과 후, 인물들의 행동은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변화한다.
작가는 돌아온 탕자라는 낯익은 스토리를 램브란트의 그림으로 함축해 관객들에게 아버지라는 존재의 의미를 시각적 이미지로 제시하고 실존하는 걸작품을 연극의 플롯에 직접 관여시키는 평범치 않은 착상까지 동시에 보여준 셈이다.
2015년 11월과 12월 4회의 공연을 가진 ‘아버지의 초상’에는 뉴욕 한인 커뮤니티에 익히 알려진 배우들이 다수 출연한다. 국립합창단 솔리스트 출신 최유진이 노래는 물론 무르익은 연기력으로 관객들에게 큰 환호를 받았고 지난해 한국에서 ‘모짜르트’와 ‘보이체크’에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해온 김소향이 일년 만에 다시 합류, 지천명의 딸 지세린을 연기했다.
최유진과 김소향이 함께 부르는 ‘내가 결혼하면’에서 관객들은 정상급 성악가 출신 뮤지컬 배우와 한국의 탑 클래스 뮤지컬 배우가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하모니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유진은 뉴욕의 클래식 콘서트 등에 출연하며 성악가 활동을 겸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했고 김소향은 차기 출연작 ‘마타하리’ 준비 차 일주일 단위로 한국을 오가며 ‘아버지의 초상’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소향과 함께 지세린역을 맡은 연극배우 윤미나는 ‘엄마 엄마’에서 아나운서 겸 배우, 임성민과 더블 캐스팅 돼, 정신과 의사 천경란을 연기한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 관객들에게 명석하지만 무엇인가 결핍을 느끼는 여대생의 갈등을 담백하고 분명하게 그려냈다는 평이다.
또 한명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배우는 ‘6개월 클럽’으로 처음 무대에 데뷔한 김동주다. 늘 문제를 일으키는 큰 아들 지상병 역을 연기한 그는 주연급의 비중있는 역할을 진심을 담아 연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극단 MAT의 창단 때부터 참여해 온 최훈민이 김동주와 함께 지상병 역을 연기했으며 대학로 출신 박영진과 최준은 주인공 지천명에 더블 캐스팅되어 중년의 아버지역을 성공적으로 소화해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극단 MAT는 이번에도 새로운 얼굴들을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주인공 지천명의 친구로 램브란트의 그림을 선물한 김근철 역의 조형식은 뉴욕에서 오페라와 클래식 콘서트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 온 성악가다. 이번 창작 뮤지컬을 통해 활동 영역을 뮤지컬로 더욱 확장한 그는 성악가로 이미 인정받은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둘째 아들, 지상준을 연기한 다니엘 오와 강우담은 신인답지 않은 대담함으로 선배 배우들을 놀라게 했다. 한국에서 배우로의 활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 다니엘 오는 성실한 노력과 진지한 자세로 장래가 촉망되는 배우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이번 무대를 통해 데뷔한 강우담은 19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시원한 외모, 매력적인 연기와 노래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진성아 역에는 고은애와 황은실이 발탁됐다. 황은실은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배우답게 극단 내 이름난 선배 배우들과 좋은 호흡을 선보였다. 고은애는 의과대학 진학을 준비중인 재원으로 과학도 다운 분석력과 재치로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노세웅, 이우 등, 이번 공연을 통해 새롭게 극단에 합류한 신인 배우들이 내년에 이어질 공연을 위해 준비 중이다..
‘아버지의 초상’에서도 전 곡을 작곡한 황민정 음악감독은 "아버지의 얘기를 하자고 스스로 제안했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매우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고 소회를 밝혔다. 친정 아버지가 이 연극의 주인공과 같은 병으로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곡을 쓰는 동안 너무 괴로워 감정이입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고 토로했지만 이번에 그녀가 작곡한 노래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특히 최유진이 노래하는 ‘언제부터 아팠니’에서 공연마다 관객들 모두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장면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박수가 쏟아졌다.
2015년 네번째 창작 뮤지컬 공연을 성공리에 마친 송태경 대표는 "작품에 대한 반응이 너무 좋아 기획적으로 더 욕심이 나는 게 사실이지만, 공연문화의 사각지대를 찾아가 공연하는 유랑극단’으로서, 극단 MAT의 설립 취지와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버지의 초상’은 새해 1월부터 미동부의 각 지역들을 찾아가 공연하고 투어가 마무리될 즈음 극장에서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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