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야기’도 있다, 셰익스피어 연극…알폴디 연출

209

2016년 영국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400주기를 맞이해 국내 무대에 자주 오르지 않은 ‘겨울이야기’가 선을 보인다.
국립극단이 새해 첫 작품으로 올리는 셰익스피어의 후기 로맨스극이다. ‘오셀로’의 질투와 비극으로 시작해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야기로 끝나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결정판으로 통한다. 1588년 영국의 인기 작가 로버트 그린의 ‘판도스토–시간의 승리’를 셰익스피어가 희곡으로 각색했다.
원작은 긴 시간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던 주인공 판도스토가 다시 만난 자신의 딸과 사랑에 빠지고, 죄책감으로 죽음을 맞는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반면 셰익스피어는 화해와 용서를 통해 이야기를 행복하게 마무리한다.
총 5막으로 구성됐다. 전반부에서는 시칠리아의 왕 레온테스가 왕비 헤르미오네와 자신의 친구이자 보헤미아의 왕인 폴리세네스가 사랑에 빠졌다고 오해한 후 발생하는 갈등과 파괴, 죽음의 비극적 상황이 묘사된다.
16년의 세월을 건너 뛴 4막에서는 보헤미아 땅에 버려졌다가 양치기에게 발견, 운 좋게 살아남은 레온테스의 딸 페르디타와 폴리세네스의 아들 플로리젤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분위기가 반전된다. 마지막 5막에서 죽은 줄 알았던 헤르미오네의 소생으로 작품은 절정에 이른다.
방대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든다. 거대한 규모로 인해 국내에서는 내용이 축약, 가족극이나 어린이극으로 소개되거나 무용, 음악 공연의 소재로 사용돼왔다.
이번 무대의 연출과 각색은 2008년 헝가리 국립극장에 최연소 예술감독으로 부임, 파격적인 작품으로 호평 받은 로버트 알폴디(48)가 맡는다. ‘갈매기’, ‘베니스의 상인’, ‘줄리어스 시저’ 등 고전의 현대적 해석에 탁월하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연출을 선보이는 그는 배우로 연극 활동을 시작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이안 카라마조프 등을 연기했다.
1995년 본격적인 연출가로 나선 그는 5년 간 헝가리 국립극장 예술감독으로 재직하며, 당시 가장 인기 없던 극단을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곳으로 탈바꿈시켰다. 연간 총 14만 명의 관객 중 절반이 24세 이하의 젊은이들이었다.
특히 반응이 좋았던 ‘햄릿’은 무대와 객석을 역전시켜 관객이 무대에서 공연을 관람하게 했다. 무대(실제 객석)를 마치 공사 중인 것처럼 꾸며서 닫힌 문화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헝가리 젊은이들의 현실을 고전에 빗대어 표현했다.
알폴디는 ‘겨울이야기’에 대해 "사랑과 배려를 말하는 아름다운 희곡"이라며 "무대와 인물의 극단적인 대비를 통해 작품의 주제를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1월 10~2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레온테스 손상규, 헤르미오네 우정원, 폴릭세네스 박완규, 파울리나 김수진. 예술감독 김윤철, 윤색 이경후, 무대 박동우, 조명 김창기. 러닝타임 145분(휴식 15분 포함). 2만~5만원. 국립극단. 1644-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