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진짜 후쿠오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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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진짜 후쿠오카를 찾아서
길면 보름 , 짧으면 1 박 2 일 … . 길든 짧든 , 여행은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한다 . 여행이 즐거운 것은 시간이 유한하다는 데 있을 것이다 . 봄 한철 반짝 피고 사그라드는 벚꽃처럼 .
그러나 좋은 여행지에 가면 늘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
‘ 아 , 이곳에서 살고 싶다 !’

미노시마 시장거리의 90년된 우동집

여행자가 아닌 동네 주민으로서 그 지역에 살고 싶은 건 , 누구나 한 번씩 꾸는 꿈이다 .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일상을 즐기며 사는 삶은 생각만 해도 설렌다 . 나 역시도 독일의 라이프치히 , 이탈리아의 베로나 , 프랑스의 망통 등 더 있고 싶어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도시가 있었다 . 그중 하나가 바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후쿠오카다 .
후쿠오카를 처음 방문한 건 , 저렴한 항공권 때문이었던 것 같다 . 지금으로부터 8 년 전 , 당시 엔화가 미친 듯이 높아서 1600 원을 기록하고 있었다 . 그 덕에 상대적으로 관광객은 줄어서 왕복 10 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에 티켓이 나오곤 했다 . 후쿠오카는 내게 도쿄와 오사카에 이은 두 번째 일본 여행지였다 . 우연히 이곳에 오게 됐지만 , 앞선 두 도시에 비해 덜 번잡한 이곳은 단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 지역 분위기만큼이나 온화한 사람들도 좋았고 , 2 시간 남짓 거리에 좋은 온천지역 벳부나 유후인이 있다는 사실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

인심 좋은 월화당떡집 아주머니
그 후로 나는 거의 매년 후쿠오카를 찾은 것 같다 . 친구와 가족과 , 홀로 훌쩍 … .
게다가 원전 사고 이후로는 일본 여행지는 고민 없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알려진 큐슈였고 , 그 관문은 매번 후쿠오카였다 . 이런 이유로 내 첫 여행 책은 후쿠오카 가이드북이 됐다 .
그리고 이를 위해 숙소를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 원룸을 임대하면서 , 나는 오랜 꿈인 지역 주민의 삶에 가까워졌다 . 그리고 10 번 정도 방문하면서도 전혀 몰랐던 , 이곳 사람들의 진짜 삶 , 진짜 후쿠오카에 대해서 알게 됐다 .
후쿠오카의 명물, '타코야키'

그동안 후쿠오카에 오면 늘 하카타역나 텐진 역 인근이었으니 당연했다 . 그에 비해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 잡고 보니 , 매일 아침 · 저녁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 낮이면 병아리 같이 떼 지어 현장학습을 가는 유치원 아이들을 만났으며 , 마트에서는 저녁거리를 장을 보는 할머니들을 만났다 .
그러다보니 날이 갈수록 동네가 좋아졌다 . 후쿠오카 시민들의 일상을 지켜보는 것이 , 그들이 즐겨가는 곳 , 그들의 동선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 그런 의미에서 가장 흥미 있었던 것은 바로 , 사람 냄새 나는 시장이었다 .
“ 후쿠오카에도 전통 시장이 있어 ?!” 이렇게 반문하는 사람이 많았다 . 후쿠오카에는 크고 작은 시장들이 여기저기 숨어있다 . 단 관광객의 동선과는 먼 곳들이다 . 대표적인 곳으로는 야나기바시 시장 , 카와바타 아케이드 , 미노시마 시장 거리 , 나가하마 시장 , 니시진 시장 등이 있다 . 아마 찾아보면 더 있을 것이다 . 이중 볼거리가 쏠쏠하고 접근이 용이한 세 곳의 시장을 소개한다 .

tip 시장은 토요일 오후에 방문하자 ! 평일에는 다소 조용한 시장이 가장 활기차게 변하는 시간이다 .

후쿠오카 사람들은 무엇을 먹을까 ?

야나기바시 연합시장
우리가 보통 시장이라고 형태가 바로 ‘ 야나기바시 시장 ’ 이다 . 하타카역에서 텐진 방향으로 10 분 정도 걸어가면 비릿한 생선 냄새가 풍기는 시장이 나온다 . 규모는 크지 않지만 ‘ 하카타의 부엌 ’ 이라고 불릴 만큼 하카타의 식문화를 만날 수 있는 가게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

구운명란, 후쿠오카인들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싱싱한 생선이 가득한 생선 가게가 가장 먼저 반긴다 . 한국 시장과 다른 점은 식사가 될만한 초밥이나 손질된 횟감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는 것 . 이 지역의 명물인 멘타이코 ( 명란젓 ) 는 물론 구운 멘타이코나 바로 밥 위에 얹어서 먹으면 좋을 만한 각종 알도 판매하고 있다 . 반건조 생선이나 해조류도 구미를 당긴다 .

떡집도 비중 있게 자리 잡고 있다 . 타카시마야 ( 高鳥屋 ) 에는 건조된 떡이나 모찌 , 당고 등을 각종 떡과 화과자 등을 판매한다 . ‘ 타카마츠가마보코 ’ 는 다양한 어묵을 판매하는 곳으로 , 하나에 35~150 엔씩 판매하는 어묵을 골라 담는 재미가 있다 . 만들어진 재료에 따라 맛은 각기 다르다 . 포장된 그대로 어묵탕을 끓여 먹어도 좋은 세트 구성도 있다 .

모두 당장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깔끔하게 포장해서 판매하고 있지만 , 아쉽게도 앉아서 먹을 곳은 없다 . 다만 딱 한 곳 , 시장 반대편 입구에 위치한 ‘ 요시다 생선가게 ’ 는 이 시장에서 유일하게 식당을 겸하는 곳이다 . 1 층에서 회덮밥 정식을 주문한 뒤 2 층에서 먹을 수 있도록 꾸며졌다 . 생선 튀김 ( 혹은 치킨 튀김 ) 과 함께 세트로 나오는 회덮밥은 900 엔 .
그러나 이 가격에 먹기 미안할 정도의 고퀄리티를 자랑한다 . 두툼하게 썰린 회는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며 , 시장 특유의 넉넉한 인심 덕분에 회의 양도 엄청나다 .

시장의 끝에는 이 지역에서 인기 있는 카페 ‘ 마누 커피 ’ 가 있다 . 야쿠인 , 하루요시 등에 분점을 둔 마누커피는 커피 맛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다 . 이곳 주인은 통 크게도 다른 음식을 가져와서 먹어도 된다는 안내판을 걸어 놓았다 . 시장 음식을 앉아서 먹을 수 없는 여건을 고려한 배려인 듯하다 .

주소 후쿠오카시 주오구 하루요시 1-5-1
가는법 와타나베도리역에서 걸어서 3 분
전화 092-761-5717
영업시간 오전 8 시 ~ 오후 6 시 ( 점포 마다 다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