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 … 매혹적인 팔라완을 만나다
필리핀 서쪽 끝에 위치한 팔라완은 오염되지 않은 최고의 청정지역 , 최후의 미개척지로 불린다 . 희귀한 멸종위기 동물들과 열대 자연이 잘 보존되고 있으며 , 자연만큼이나 순박한 사람들로 인해 더욱 매력적인 섬이다 . 이중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관광지도 있으며 , 다채로운 즐거움이 가득한 섬이나 필리핀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계곡도 있다 .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국립공원
Puerto Princesa Subterranean River National Park
필리핀 남서부에 있는 팔라완의 구릉지에 위치한 팔라완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 지하에 무려 8.2km 의 강이 흐르는데 , 이는 세계에서 가장 긴 지하강으로 꼽힌다 . 1971 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 1999 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 자연의 새로운 7 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힌다 .
인기 관광지답게 관광인프라는 좋은 편이다 . 동굴로 들어가기 전 요금을 지불하면 ,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하는데 다양한 언어 중 한국어도 있어서 반갑다 . 생생한 설명과 함께 지하강을 누비면 그 감동은 배가 된다 .
우선 지하강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헬맷을 쓰고 , 10 명 남짓 탈 수 있는 작은 배로 노를 저어 가야 한다 . 헬맷을 쓰는 이유는 느닷없이 머리 위해 떨어질 수 있는 ‘ 무언가 ’ 를 피하기 위해서다 . 그 무언가는 동굴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만날 수 있다 .
동굴 안은 박쥐로 가득하다 . 머리 위로 수시로 떨어질 수 있는 무언가는 바로 이들의 배설물이나 동굴에서 떨어지는 물이다 . 박쥐 뿐 아니라 스르륵 지나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동굴 동물들도 수시로 보인다 . 오디오 가이드에 따르면 , 이 어두운 지하강에는 아예 시력도 없이 태어난 동물들도 있다고 한다 .
이 동굴이 인상적인 것은 ,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서도 자연의 모습을 훼손 없이 지키려는 노력이다 . 일단 동굴에 사는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빛이나 소리를 최소한으로 차단한다 . 그 덕분에 동굴 내부를 훤히 볼 수 없지만 , 고요한 가운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만나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 갖가지 모양의 종유석이나 암석 등은 계속해서 자라나고 있어서 살아 있는 생물 같다 . 이 역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손을 댈 수 없다 .
국립공원 내에는 원숭이나 도마뱀 등 야생의 동물이 거리낌 없이 다닌다 . 관광객들은 이들을 보고 자유롭게 사진 촬영을 해도 되지만 이들을 만지거나 이들에게 절대 먹이를 줄 수 없다 . 이중 필리핀에서 가장 큰 도마뱀인 모니터 도마뱀 (monitor lizard) 이 있다 . 모니터 도마뱀은 작은 동물 , 곤충 , 알 , 과일이나 다른 야생동물의 썩은 시체를 먹고 살면서 , 공원을 깨끗하게 만든다 . 이들은 나무 위를 오르거나 수영도 할 수 있다 .
현지인의 휴가를 엿보다
에스트렐라 폭포
프린세사에서 남쪽으로 차로 두 시간 정도 달리다보면 , 팔라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 나라 (narra)’ 에 닿는다 . 이곳에는 팔라완 사람들이 휴식처인 에스트렐라 폭포가 있다 . 입장료는 20 페소를 지불하고 조금 걸어 들어가면 , 계곡 초입부터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특히 휴일에는 발 딛을 틈 없이 많은 사람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룬다 . 우리나라로 따지면 , 한창 성수기 때의 유명한 계곡이나 혹은 계곡이 딸린 캠핑장 같다 .
사람들이 이 계곡을 찾는 이유는 좋은 풍경에서 밥 한 끼 즐겁게 하기 위해서일까 .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락을 싸와 거하게 식사를 한다 . 이곳에는 초록색 슬레이트 지붕으로 되어 있는 코티지들이 줄이어 들어서 있다 . 비용을 지불하면 이 코티지를 빌려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 . 한쪽에는 고기나 생선을 구워 먹을 수 있도록 그릴도 준비되어 있다 . 이 덕분에 입구에서부터 음식 냄새와 고기 굽는 연기로 진동한다 .
이곳에서 식사를 하며 현지인의 삶을 만나보는 것도 좋다 . 모두 각자 집에서 도시락을 싸온다 . 이들의 도시락을 슬쩍 들여다보면 , 이들의 주식을 엿볼 수 있다 . 우선 코코넛오일로 볶은 라이스다 . 그리고 계곡에서 구운 물고기가 기본이다 . 수박이나 바나나도 보이지만 , 특이한 것은 망고다 . 덜 익은 풋망고를 짜디짠 쉬림프 소스에 찍어 먹는다 .
이곳에서 더 들어가면 더 비경인 폭포도 나온다고 한다 . 더 들어가지 못해 아쉽지만 이곳 계곡 물도 충분히 차고 맑았다 . 식사를 하는 한쪽에서는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수영을 즐기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 오랜만에 가족들과 나들이를 나와서 일까 . 그들의 표정이 한 없이 밝았다 .
섬에서 느긋한 식사를
카우리 섬
혼다베이에서는 필리핀의 독특한 전통 보트 방카를 타고 스타피쉬 섬 , 루리 섬 , 카우리 섬 , 스네이크 섬 , 판단 섬 , 아레세피 섬 등 여러 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 이중 카우리 섬은 작지만 아름답다 . 스노쿨링 등 간단한 해양스포츠도 즐길 수 있으며 , 뷔페 시설까지 갖춰져 있어서 팔라완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꼭 들르는 섬이다 . 입장료 75 페소를 내면 방카를 타고 섬에 닿을 수 있다 .
점심 식사에 맞춰 섬에 도착했다면 , 뷔페부터 즐기는 것이 좋다 . 뷔페 메뉴는 모두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 요리들로 차려졌다 . 볶음밥인 자바 라이스 (java rice), 잡채와 흡사한 판싯 비혼 (pancit nihon), 오크라와 채소를 고추 볶음처럼 볶은 지사동 오크라 (gisadong okra), 가지 요리인 엔사라당 타롱 (ensaladang talong), 닭볶음탕과 비슷한 맛을 내는 치킨 메누도 (menudo), 생선을 달달한 소스에 구운 피쉬 스테이크 , 새우 튀김 요리 등이다 .
식사를 마친 뒤 수영이나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 코티지에 앉거나 섬 주변을 돌며 휴식을 즐기는 것도 좋다 . 해양스포츠를 즐길만한 곳은 , 팔라완에 얼마든지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