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en,
한국식 발음은 [에덴]이나, 우리가 무조건 따라 하는 미국식 발음은 [ 이 : 든 ] 이다 . 외국에서는 이든이라고 해야 알아먹는다. 이든은 호주 뉴 사우스 웰즈 (New South Wales) 남쪽 아래에 자리한 조그만 항구마을이다 . 주도 ( 州都 )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뻗은 해안 도로를 타고 울릉공 (Wollongong), 포트 켐블러 (Port Kembla), 부데리 국립공원 (Booderee National Park) 등을 지나면 이든 이정표가 보인다 .
이방인들이 탄 포경선이 처음 앞바다에 나타난 건 18 세기 말쯤이었다 . 원래 해안 가까이에 고래가 많이 살기 때문이다 . 그때 오스트레일리아 땅의 주인인 애버리지니와 유럽에서 온 사냥꾼 이방인들이 처음 만났다 . 19 세기 초 유렵게 정착민들은 해안에 포경선 기지를 세우고 술 , 담배와 고래 부속물을 미끼로 애버리지니를 일꾼으로 부려 먹었다 .
이때부터 이어져 온 고래 관련 산업이 현재는 고래 관찰 관광프로그램으로 변해서 이든의 대표적 관광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 이든이란 지명의 유래도 흥미롭다 . 당시 영국 정부의 식민지였던 호주의 이든 지역 통치기관 고위직으로 부임한 영국 귀족 조지 이든 (George Eden) 의 성 ( 姓 ) 에서 딴 것이다 . 그는 장교로 계급장을 달고 아프가니스탄 전쟁도 참전했었다 . 영국 귀족 가문이 아직도 존경받는 이유 중 하나는 고위층이 제일 먼저 국가를 위해 참전하는 것이다 . 최근 대한민국 4 급 이상 고위공직자 중 병역 면제자는 2,520 명 , 아들까지 대를 이어 병역 면제한 자는 92 명이라고 최근 언론이 보도했다 .
1850 년대 이든 지역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이든엔 금을 쫓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정착하며 학교와 교회 등이 세워졌다 . 또 , 호텔 네 곳이 들어섰는데 그중 하나인 Crown and Anchor Hotel 은 현재도 고풍스러움을 보여주고 있다 .
모든 객실엔 18세기 유럽풍의 인테리어로 장식되어 있다 . 이든 항구에서 소를 실은 상선은 남호주 , 퀸즐랜드 , 뉴질랜드 등의 항구로 항해했다 . 이때 이든은 시드니 , 멜버른 , 태즈메이니아 섬 등의 중간에 위치한 항구로써 제 역할을 잘한 덕분에 한때나마 호주 연방수도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었다 .
19 세기 중엽부터 쿠라로 호수 (Lake Curalo) 둑에서 경마장이 한동안 영업했었다 . 당시 금광과 선박산업 등으로 돈이 돌자 서서히 밀려드는 관광객을 위해 숙박업소 , 식당 , 유흥시설 등이 보이기 시작 헀다 . 그러나 , 제일 돈벌이가 되는 건 낚시와 포경산업 . 퀸즐랜드 난류가 내려오는 6 월~ 10 월 사이 남극에서 고래 떼가 먹이를 찾아 올라온다 . 혹등고래 , 향유고래 등이 대규모로 무리 지어 이든 해안가 가까이에 나타나면 , 그들을 잡아먹는 범고래 떼가 따라온다 . 그러면 , 고래 떼를 보려는 방문객이 늘어나고 고래 관찰 투어가 가장 바쁘다 . 덕분에 지역상권이 크게 활기를 띤다 .
고래는 1930 년대까지 100 년 넘게 이든을 유명하게 했다 . 범고래박물관 (Eden’s Killer Whale Museum) 을 가면 고래 관련물과 그 역사를 잘 볼 수 있다 . 포경업자를 도와 고래잡이 했던 올드 톰 (Old Tom) 이란 유명한 범고래 우두머리의 뼈도 있다 . 인간만큼 영리한 범고래들은 흡사 양몰이 개가 양 떼를 몰듯이 포경업자들을 도와 고래를 해안으로 몰았고 고래는 포경업자들에게 잡혔다 . 포경업자들은 범고래들에게 쓸모없는 고래 대가리 부속물을 먹이로 주었다 .
지금도 고기 , 가죽 , 기름 , 뼈까지 다 고급 상품인 고래는 버릴 게 없다 . 그래서 남획하다 보니 멸종위기에 다다랐고 국제포경규제조약에 따라 1986 년부터 상업 목적의 고래잡이가 전면 금지됐다 . 그러나 일본은 고래의 생태 등을 연구한다는 이유로 남극해와 북서 태평양에서 각종 고래를 잡아왔다 . 국제사법재판소는 일본의 이런 고래 포획 행위가 연구나 조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식용이라고 판단했다 . 오죽하면 2014 년 호주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일본의 남극해 포경을 금지해 달라는 제소를 했다 . 국제사법재판소는 그걸 받아들여 남극해에서 고래잡이를 중단하라고 일본에 판결했다 . 그러나 그 판결을 무시한 일본은 지금도 고래를 남획하고 일본 시장에서는 고래고기가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다 .
이든 근교 베가는 도심의 건물들을 울창한 숲이 감싸고 있어 중세시대 고급스러운 저택 정원에 있는 기분이다 . 처치 스트리트 (Church St)엔 오래전 말과 마차 대신 자동차가 돌아다니지만 , 분위기만은 아직도 200 여 년 전 고풍스러움을 담고 있다 . 나무가 많으니 새도 많고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공기도 청량하다 .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가 크게 내뱉으면 폐까지 청소된 느낌이다 . 베가 벨리 리저널 겔러리 (Bega Valley Regional Gallery ) 를 둘러본 후 , 기념품과 식사는 사파이어 마켓 플레이스 (Sapphire Marketplace ) 에서 하자 . 해산물 요리가 많지만 신선한 굴이 가장 인기다 .
낙농업이 발달해 호주를 대표하는 가장 맛있고 유명한 베가 치즈를 생산한다 . 내가 호주에 살 때부터 즐겨 먹던 치즈다 . 특히 가장 신선한 우유와 특별한 제조기법으로 고소해 전 세계로 수출까지 한다 . 베가 치즈 센터 (Bega Cheese Heritage Centre) 에서는 역사 , 친환경 , 치즈 만드는 전 과정 등을 보고 치즈 제품을 사거나 맛볼 수 있다 . 어린이들에게 인기라 가족단위로 많이 찾는다 . 친절한 자원봉사자들이 근무하는 베가 관광안내소 (Bega Visitor Information Centre ) 도 같이 있다 . 이든에서 차로 약 1 시간 거리다 .
이든 주민은 대부분 원주인과 백인계 등 약 3,500 여 명이다 . 코코라 비치 (Eden Cocora Beach ) 등 이든 해변은 조용해 가족여행에 안성맞춤이다 . 바비큐 시설 , 쉼터 , 놀이터 , 화장실과 샤워시설까지 갖춰졌다 . 사람들은 떠나기 전 다음 사용자를 위해 깨끗하게 청소한다 . 그래서 공공시설은 개념 있는 자만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 . 남쪽으로 약 2km 소로 길을 가면 유명한 트레킹 길과 연결된 쿼런틴 베이 (Quarantine Bay ) 가 나온다 .
베가 강 (Bega River ), 키세스 라군 (Kisses Lagoon ) 등 여러 곳에는 무료 바비큐 시설이 있다 . 태평양 바닷바람에 참나무 , 포플러 , 버드나무 등이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다 . 가을엔 나뭇잎 색도 변하고 낙엽도 진다 . 이곳 주민들은 시간 나면 과일과 간단한 먹을거리를 가지고 그늘에서 나무와 바람의 속삭임소리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그렇게 평화롭게 살아간다 .
북쪽 팜불라 비치에서 남쪽 그린 케이브 등대 사이에 해안선을 따라 보이드 국립공원 (Boyd National Park) 이 있다 . 태고의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해안선과 파도는 신비하다 . 이든 남쪽에 자리한 보이드 타워는 앞바다에서 올드 톰 (Old Tom ) 이 이끄는 범고래가 고래들을 사냥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던 전망대였다 . 여기도 그린 케이프까지 30km 트레킹 루트가 이어진다 . 보통 아침에 출발하면 저녁쯤 그린 케이프 등대 (Green Cape Light station ) 에 도착한다 . 보이드는 19 세기 최초로 이든이 개발될 당시 힘썼던 사업가 이름이다 .
에덴은 인류의 시조라는 아담과 이브를 위하여 하느님이 만든 낙원 이다 . 내가 이든을 처음 알게 된 건 시드니에서 학교 다닐 때 패티라고 친하게 지낸 예쁜 여학생 덕이었다 . 그녀는 틈만 나면 이든은 공기도 좋고 평화롭다고 했다 . 그래서 그녀를 따라서 그녀의 고향 이든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 내가 그녀네 정원에서 여기가 에덴의 동산이니 너는 이브 , 나는 아담하자 . 이제 옷만 벗으면 된다고 장난도 했다 . 옷만 벗고 있으면 진짜 에덴의 동산이다 ! 이젠 사과와 뱀을 찾아야겠고 숲으로 데리고 갔다 . 그래서인지 그녀 아버지는 날 좋아 안 했다 .
이든은 행정수도 캔버라 (Canberra ) 에서 차로 약 3 시간 , 시드니나 멜버른에서는 6 시간 정도 걸린다 . 컨츄리링크 (CountryLink ) 등 서너 개의 고속버스회사가 캔버라 , 시드니 , 멜버른 노선을 운행한다 . 이든에서 약 30 분 거리인 근교 메림브라 공항 (Merimbula Airport) 에는 관광용 비행기도 있다 .
주요 산업은 어업 , 목재산업과 관광업 정도다 . 음식 A$ 15(약 12,000원)이면 샌드위치랑 쥬스 등 한 끼 때운다. 숙박요금은 보통 2~3 실은 A$ 160, 1 인실은 A$ 190 정도 . 유서 깊은 Crown and Anchor Hotel 1 층 베란다에 앉으면 정면으로 태평양 푸른 물결이 바로 보이는 명당이다 . 호텔에서 식당 , 해변 , 시내 , 박물관 등 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다 . 해변과 공원엔 단기간 숙식이 가능한 통나무 집도 있다 . 해마다 약 55 만여 명이 이든과 근교 지역을 찾는데 대부분 고래를 보려고 온 사람들이다 .
날씨는 겨울 (5~9 월 ) 평균 섭씨 영상 5 도 , 여름 (11 월 ~3 월 ) 엔 섭씨 25 도 정도 오른다 . 지금은 봄이라 섭씨 14~22도 정도. 인천-시드니 비행시간은 약 11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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