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인근 지진 발생을 통해 본 우리나라 재난의학적 측면(미디어원=명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 9 월 12 일 경주지역에서의 지진 발생으로 대한민국은 지진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 .
울산 태화강에서는 수만 마리의 숭어 떼가 이동했고 , 지렁이떼 , 개미떼가 나타났다 . 구름모양이 이상하여 지진 운이라고 이야기하고 원인모를 가스냄새에 불안과 괴담으로 온 나라가 혼란스러운 요즘이다 .
지진 관련 전문가들은 연일 앞 다퉈 지진에 대한 정보를 쏟아내고 있지만 제대로 된 예측은커녕 아무런 대책도 없는 정부에 국민들은 더욱더 불안에 떨고 지진에 대해 준비가 전혀 안된 사회적 실상에 당황하고 있다 .
2008 년 광우병 파동 때도 그랬다 . 그리고 세월호 , 메르스에 이어 이번 지진에 이르기까지 여러 재난들을 겪으면서 나아진 것은 없고 국민들 스스로가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을 뿐이다.
만약 이번 경주 울산 부근의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고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였으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
재난의학을 전공하는 의학자로서 현재의 우리나라 재난의료를 되짚어 보고 현주소에 대해 말하려 한다 .
2014 년 2 월 경주 마우라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사망 10 명을 포함하여 28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다 . 당시 지역의 재난응급의료지원단 (DMAT, 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 이 출동하여 현장에서의 사상자에 대한 재난의료 활동을 하였다 . 2015 년 세월호 사태 때도 DMAT 이 현장에 출동하여 활동하였다 .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2015 년 7 월부터 국립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의학 전문의를 중심으로한 24 시간 재난의료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 재난의료상황실은 일선 소방기관으로부터 올라오는 다수 사상자 발생 초기 단계에서부터 재난의료제공을 위한 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 2015 년에는 현장 재난의료 지침서를 제작 배포하였으며 , 재난의료관계자를 대상으로 전문가 과정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또한 권역 응급의료센터를 재난 거점병원으로 지정 운영하여 재난의료 지역화를 위해 지역별 재난의료책임자와 관리자를 두어 재난의료에 대한 활동도 하고 있다 .
이렇듯 재난 의료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재난현장에서의 재난의료 활동은 괄목할 만한 성과와 함께 점차 발전해 나가고 있으나 이러한 시도 및 제도의 정착이 아직은 시작단계라는데 문제가 있다 .
그래서 필자는 재난 의학적 측면에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
첫째 , DMAT 출동은 24 시간 운영되고 있는 재난응급의료상황실뿐만 아니라 지역의 의료진이 자율적으로 출동을 결정할 수 있도록 두 가지 체계를 병용하여야 한다 . 2014 년 이후 국가적으로도 재난관리 주관 기관으로 국민안전처 신설을 비롯하여 2014 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으로 재난응급의료체계 개선에 많은 노력이 이루어졌다 . 중앙응급의료센터 ( 이하 중앙센터 ) 내에 24 시간 운영되는 재난응급의료상황실 설치로 출동 결정과정이 개선되어 소방본부로부터 직접 사고 발생 현황 정보를 공유하면서 사고 인지과정이 개선되었다 .
그러나 출동 결정의 경우 DMAT 이 소방본부 상황실 및 관할 소방서로부터 직접 상황을 전파 받을 경우 DMAT 출동 결정권한을 직접 의료진이 가져야 하며 , 보건복지부 , 중앙 센터 및 지역 의료행정은 이를 사후 추인하는 형식도 도입하여야 한다 . 재난응급의료상황실보다 현장 상황 파악이 더 용이할 수 있어 출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에 재난응급의료상황실뿐 아니라 DMAT 이 자율적으로 출동을 결정할 수 있는 두 가지 체계를 병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둘째 재난의료지원팀 (DMAT, Disaster Medical Assistant Team) 과 현장응급의료소에 대한 개념과 목표를 재조정하여야 한다 . 아직 권역응급의료센터 ( 이하 권역센터 ) 에서 운영하고 있는 DMAT 과 현장응급의료소의 역할이 혼동되어 사용되고 있다 . 미국 , 일본 등과 같은 나라와는 달리 재해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 상황에선 DMAT 의 역할은 신속히 현장에 도착하여 중증도 분류와 응급처치를 시행하고 여러 병원으로 분산 이송을 지시하는 팀이어야 한다 .
셋째 현재 운영하고 있는 41 개의 재난거점병원과 DMAT 출동병원을 분리하고 , DMAT 출동병원을 전체 응급의료기관으로 확대하여야 한다 . 재난 거점병원은 평상시에는 식당 · 주차장 용도에서 산소공급장치 · 흡입기 등의 설치로 재난 시의 예비병상과 생화학재난 등의 독극물에 노출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제염제독시설을 갖추고 , 응급의료정보센터를 보유하여 지역 내 응급의료 자원을 포함한 정보를 관리하고 중증 환자를 수용하는 병원으로 역할로 , DMAT 출동병원은 응급의료기관 중 DMAT 을 조직하고 의료팀을 신속하게 현장에 파견할 수 있는 병원을 지정하여 신속 이송 지원 시스템으로 역할을 규정하여야 한다 .
넷째 . 현장응급의료소에서의 보건소의 역할을 기존의 현장 의료대응 중심에서 행정과 물류 업무 중심으로 수정하여야 한다 . 현실적으로 보건소 의료진은 재난의료 대응역량이 부족하며 , 고난이도 현장응급처치는 불가능하다 . 이에 보건소는 신속대응반을 편성하되 행정과 물류 업무 중심으로 인력을 구성하고 , 사상자 현황 정보 수집 , 현장응급의료소 의료행정 지원 , 물류 조달 등의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
다섯째 . 현장 구급대원의 역량을 향상 시켜야 한다 . 재난 시 DMAT 의 현장 도착 전까지 초기 구급대원에 의해 환자의 중증도 분류 , 응급처치 , 환자 분산 이송이 이루어진다 . 이에 현장 구급대원의 재난의료 대응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하며 , 이들을 대상으로 재난의료 교육 훈련을 강화하여야 한다 . 이를 위해서 초기 현장대응팀에 재난의료 교육을 이수한 1 급 응급구조사가 반드시 포함되도록 제도화 하여야 한다 .
여섯째 . 지역별 재난의료협의체를 실질적으로 구성 운영하여야 한다 . 지역 내에서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소방 – 보건소 – 의료기관이 재난의료협의체를 구성 운영하여 실제상황을 가정한 불시의 훈련 및 평가 , 개선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며 유관기관과의 지속적인 만남을 위한 장을 마련하기 위해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
지난 2~3 년 안에 국내적으로 많은 국민이 희생되는 재난사고가 발생하였다 . 9.12 지진처럼 재난은 예측할 수는 없다 . 그러나 이를 위한 대비를 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 할 수는 있다 . 과거와 비교하여 보면 재난시스템 특히 재난응급의료시스템은 많은 발전을 이루었음에도 아직까지는 초기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
선진형 재난의료시스템을 배우고 우리만의 재난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 번의 반짝하는 관심보다는 위에 언급한 제안에 대한 지속적인 국가의 행정 · 재정 지원과 , 우리의 안전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
김인병 대한재난의학회 홍보이사 ( 명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