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박예슬 기자) 조선시대 후기 화가인 김윤겸 (1711 ∼ 1775) 이 합천 , 거창 , 산청 등 영남지역을 여행한 뒤 그린 ‘ 영남기행화첩 ‘( 사진 ) 이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이 된다 . 문화재청은 29 일 ‘ 김윤겸 필 영남기행화첩 ’, 청자 죽순모양 주전자 ( 靑磁 竹筍形 注子 )’ 등 7 건을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
김윤겸 ( 金允謙 , 1711~1775) 은 본관이 안동으로 , 자는 극양 ( 克讓 ), 호는 진재 ( 眞宰 )· 산초 ( 山樵 )· 묵초 ( 默樵 ) 이며 문인화가이기도 한 김창업 ( 金昌業 ,) 의 서자로 부친의 그림 취미를 이어 개성적 화풍을 이루었다 .
‘ 김윤겸 필 영남기행화첩 ( 金允謙 筆 嶺南紀行畵帖 )’ 은 김윤겸이 1770 년 ( 영조 46) 소촌 찰방에 임용될 당시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18 세기 후반의 대표적인 경상도 지역 진경산수화이다 .
이 작품은 조선 후기 선비들의 여행과 시문서화 ( 詩文書畵 ) 예술의 창작 상황을 잘 보여주며 작품 자체로도 과감한 생략이 가미된 단순한 표현 , 옅은 청색으로 표현한 해맑은 선염 ( 渲染 ) 등 김윤겸의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잘 드러낸 그의 대표작이다 . 선염 ( 渲染 ) 은 동양화에서 물을 칠하여 마르기 전 붓을 대어 몽롱하게 표현한 번짐 기법을 말한다 .
‘ 청자 상감퇴화초화문 표주박모양 주전자 및 승반 ( 靑磁 象嵌堆花草花文 瓢形 注子 및 承盤 )’ 은 퇴화 ( 堆花 ) 기법으로 초화문 ( 草花文 ) 을 베푼 주전자와 승반 ( 밑받침 접시 ) 이다 .
주전자와 승반이 한 묶음으로 구성되어 있어 더욱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특히 완전한 조합과 구성 , 당당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몸체 , 자유로운 필치로 정성스럽게 그린 생동감 넘치는 문양 등에서 세련된 퇴화 기법의 정수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우수한 작품이다 .
‘ 청자 죽순모양 주전자 ( 靑磁 竹筍形 注子 )’ 는 지정된 다른 상형청자 ( 象形靑磁 ) 에서 볼 수 없는 죽순 ( 竹筍 ) 을 형상화한 상형청자로 , 여러 식물 모양 청자 가운데서도 조형과 장식 , 그리고 유색 ( 釉色 ) 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최상급의 청자로 평가된다 .
특히 기형의 독창성과 더불어 우아한 조형미 , 유약을 바른 표면에 가느다란 금이 간 상태를 뜻하는 빙렬 ( 氷裂 ) 이 거의 없는 완벽한 표면 , 은은한 광택의 유색 등 질적인 완성도 면에서 최상급 상형청자의 본보기라고 할 만하다 .
‘ 청자 투각연당초문 붓꽂이 ( 靑磁 透刻蓮唐草文 筆架 )’ 는 상형과 투각 ( 透刻 ) 의 두 가지 기법이 어우러져 밀도 있게 표현되었으며 특히 푸른빛의 유색이 유달리 뛰어나다 . 고려청자 붓꽂이는 많은 예가 남아 있지는 않지만 묵호 · 연적 등 문방구들과 더불어 고급품이 많은데 이 붓꽂이는 사각형의 몸체와 용머리 장식이 인상적이다 .
이 붓꽂이는 희소성 외에도 아름다운 조형과 유색 , 투각 · 음각 · 양각 · 철화 등의 다양한 장식기법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최상급의 청자이다 .
‘ 경주 불국사 삼장보살도 ( 慶州 佛國寺 三藏菩薩圖 )’ 는 1739 년 밀기 ( 密機 ), 채원 ( 彩元 ), 서징 ( 瑞澄 ) 등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던 화승들이 경주 거동사 ( 巨洞寺 ) 오주암 ( 五周庵 ) 에서 제작하여 불영사에 봉안하였다는 분명한 화기를 남기고 있어 18 세기 전반기 삼장보살도 도상 및 화풍연구에 중요한 자료이다 . 각 회상 ( 會上 , 석가모니가 설법하던 모임 ) 을 나란히 배열한 안정된 화면 구성과 격조 있는 인물 묘사 , 세련되고 유려한 필치 , 밝고 온화한 색감을 통해 높은 품격을 보여준다 .
특히 지물을 든 천장보살과 지장보살 아래로 협시 ( 夾侍 , 부처를 좌우에서 모시는 두 보살 ) 가 보살이 아닌 무장형 ( 武將形 ) 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이 삼장보살도가 팔공산 지역과 구미 , 상주 일원의 경북 중북부 지역의 결합된 화풍을 담고 있다는 사실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 지물 ( 持物 ) 은 부처나 보살 , 천왕 등이 그들의 권능이나 자비를 상징하면서 손에 지니고 있는 물건을 지칭한다 .
‘곡성 도림사 아미타여래설법도 ( 谷城 道林寺 阿彌陀如來說法圖 ) ’ 는 도림사 보광전의 후불화 ( 後佛畵 ) 로 봉안된 것으로 1730 년 철매 ( 哲梅 ) 의 증명 아래 수화원 ( 首畵員 ) 승려인 채인 ( 彩仁 ), 진행 ( 眞行 ), 즉심 ( 卽心 ), 각천 ( 覺天 ), 책활 ( 策活 ) 등이 제작한 것이다 .
이 작품은 아미타여래와 관음 · 대세지를 비롯한 팔대보살 , 그리고 권속들이 엄격한 좌우대칭을 이루며 짜임새 있는 화면구성을 갖추었고 정교하고 치밀하면서도 유려한 필선 , 안정된 색감과 문양을 통하여 우수한 화격을 보여준다 . 18 세기 전반기 화풍과 화사 ( 畫師 ) 간의 교류를 통한 화맥 ( 畵脈 ) 의 전승관계를 이해하는데도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되어 가치가 있다 .
‘ 몽산화상법어약록 ( 언해 )[ 蒙山和尙法語略錄 ( 諺解 )]’ 은 중국 원나라의 고승인 몽산화상 ( 蒙山和尙 ) 덕이 ( 德異 , 1231~?) 의 법어를 약록 ( 略錄 , 간략하게 줄여 적은 서책 ) 한 것을 조선 초기의 승려 신미 ( 信眉 ) 가 토를 달고 우리말로 번역한 책이다 .
간행 당시 인출한 초인본 ( 初印本 ) 으로 원문이 손상되지 않고 전 장을 갖추고 있다 . 훈민정음이 반포되고 나서 머지않은 시기에 간행된 도서라는 점에서 국어학 연구와 조선전기 출판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서 가치가 크다 .
국가지정문화재 ( 보물 ) 로 지정 예고된 ‘ 김윤겸 필 영남기행화첩 ’ 등 7 건은 30 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 · 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국가지정문화재로 최종 지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