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행노정을 가다] 프롤로그, 溫故知新의 여행을 꿈꾸며.

252

[ 연행의 시작과 끝 , 국내지역 01] [ 프롤로그 ] 溫故知新 의 여행을 꿈꾸며 .

2017 년 , 한중수교 25 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 사람의 나이로 보면 , 어느덧 청년의 의젓함이 있어야 하지만 , ‘ 질풍노도의 시기 ’ 를 보내는 치기어린 티를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한중관계의 척도는 여행 – 관광업계의 사정이 대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그렇다고 한중관계 마냥 아슬아슬한 관광분야의 현실을 그저 바라볼 수만도 없다 .
전통시대 한중관계는 숱한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교적 , 문화적 유대 ( 紐帶 ) 를 통한 상호교류가 빈번했다 .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전통시대의 한중교류의 모범적 사례를 발굴하여 참고할 필요가 있다 . 온고지신 ( 溫故知新 : 옛 것에서 배워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 ) 의 여행을 고민할 때다 . 한중관계의 역사를 문화교류사적 측면에서 찾아보자면 , 국가 외교사절단이 오가던 ‘ 사행외교 ( 使行外交 )’ 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고 , 인문교류의 모범은 바로 조선의 사행단과 지식인들이 중국 학술계의 문사들과 나누었던 ‘ 인문유대 ( 人文紐帶 )’ 를 들 수 있다 .
전통시대 조선인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공식적인 방법은 중국으로 향하는 사행 ( 使行 ), 혹은 연행 ( 燕行 ) 이 유일한 통로였다 . 사신들이 조선과 중국의 산천 , 도시를 경유하며 풍속과 문화를 견문했던 여정의 현장을 ‘ 사행노정 ( 使行路程 )’, ‘ 연행노정 ( 燕行路程 )’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조선의 관료 , 지식인들은 사행을 통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고 , 세계를 인식했다 . 특히 조선의 지식인들은 새로운 문명과 문화의 조우를 통해 편협한 학문적 , 사상적 시각에서 벗어나 중국 중심의 세계관 , 학문관을 극복하는 자각에 이르기도 했다 . 조선의 사신 행렬에 뜻있는 지식인들이 참여했고 , 이들이 사행이후 경험하게 되는 새로운 견문과 자각의 결과는 조선의 정신사 ( 精神史 ) 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 조선후기 담헌 홍대용이 이끌고 , 연암 박지원 , 초정 박제가 , 혜풍 유득공 등이 꽃을 피웠다 . 그런 점에서 북학은 사행외교의 산물이기도 했다 .
본 연재는 한중수교 25 주년을 맞아 한중관계의 지속발전을 염원하며 , 전통시대 조선의 선비들이 중국을 경험하고 세계를 인식했던 연행노정의 현장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 연행노정은 현재 국내지역과 북한지역 , 중국지역으로 구분해서 살펴 볼 수 있다 . 국내지역과 북한지역은 ‘ 의주대로 ’ 가 연행노정의 경로와 대체로 일치한다 . 국내지역은 서울 – 고양 – 파주 – 장단지역이 남아있고 , 북한지역은 개성 – 평양 – 안주 – 의주로 이어진다 . 중국지역은 압록강을 건너 단동 – 요양 – 심양 – 광녕 – 대릉하 – 영원 – 산해관 – 북경 ( 고북구 – 열하 ) 으로 이어지는 여정이다 .
연행노정은 한중관계사의 주요 공간이다 . 전통시대 약 600 여 년간 국가외교사절이 오갔던 길이었으나 , 사행의 기능이 폐지된 지 백년이 훨씬 지났다 . 이제는 기억으로부터 잊혀진 , 어쩌면 역사기록으로만 남은 공간일 수도 있다 . 그러나 그 길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 일부는 멸실되었거나 변형되었고 , 또 일부는 온전하게 원형을 간직한 채 그 자리에 있다 . 연행노정과 그 일부로서 의주대로의 원형을 복원하는 일은 한국역사지리 공간의 심리적 확장을 꾀하는 의미가 있다 .

<여지도-의주북경사행로>(규장각 학국학연구원 소장)
전통시대 한중양국이 정치 · 외교관계를 뛰어넘어 인문유대 ( 人文紐帶 ) 의 전통을 쌓아왔던 교류의 현장을 소개할 것이다 . 홍대용 , 박지원 , 박제가 , 유득공 등 북학파지식인들이 걸었던 연행노정의 현장을 오랜 기간 현장조사하고 , 영상기록 해 온 필자의 여행경험담을 포함하여 전통시대 선배 지식인들이 세상을 경험했던 시각으로 그 흔적들을 찾아가 보고자 한다 .
연행의 출발이자 끝인 국내 < 의주대로 > 부터 시작하여 북한지역의 < 의주대로 >, 연행의 목적지인 중국의 < 연행노정 > 과 < 열하노정 > 을 살펴 볼 것이다 . 아울러 , 요동의 명 · 청 교체기 바닷길을 이용하여 중국을 오가던 < 해로 사행노정 > 의 현장도 소개할 것이다 . 이를 통해 전통시대 한중양국의 ‘ 인문유대 ’ 가치를 되새겨보고 미래발전을 위한 참고로 삼고자 한다 . 사행의 의미를 구한말 대한제국시기로 확장하면 , 조선 외교사절은 근대화를 가장 먼저 경험하고 세계를 인식했던 사람들이었다 . 본 연재에서는 러시아황제 대관식에 참여했던 민영환 , 윤치호 , 김득련 일행의 사절단 (1896 년 ) 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그 행적의 일단을 살펴볼 것이다 . 전통시대 조선의 관료 , 지식인들이 답답한 조선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견문하고 국제사회를 인식하던 일면을 연재를 통해 추체험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글: 신 영 담

< 필자소개 >

신영담 : 한중연행노정답사연구회 대표 . 문화콘텐츠학 박사 .

역사공간으로서 < 의주대로 >, < 연행노정 >, < 병자호란볼모노정 >, < 표해록노정 >, < 강홍립조선군이동로 >, < 나선정벌조선군이동로 >, < 조선족이주경로 > 의 영상기록 작업을 하고 있으며 , 영상아카이브 ( 사진 · 동영상 ·GPS) 구축에 관심을 두고 있다 . ‘ 연행노정 기록사진 ’ 의 공공전시 ( 실학박물관 / 천안박물관 / 심양총영사관 ) 와 방송다큐멘터리 < 열하일기 – 길 위의 향연 >(4 편 / 촬영 · 공동연출 ) 을 제작하였다 . 논저로 『 燕行路程 영상아카이브 구축 및 콘텐츠 활용 방안 연구 』 , 오래된 기억의 옛길 , 연행노정 ( 편저 ), 조선통신사연구총서 – 권 10 ( 공저 ), 코리아타운과 축제 ( 공저 ), 코리아타운과 한국문화 ( 공저 ), 역사의 현장을 찾아서 ( 공저 / 방송대교재 ), 삶과 문화의 현장을 찾아서 ( 공저 ), 연행노정 영상아카이브 ( 저서 / 근간 ) 등이 있다 .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 談 담 , 네이버캐스트 , 오늘의 가사문학에 글을 쓰고 있다 .
내용 관련 문의: besetoroa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