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영 칼럼] 서울대법대출신들로 대변되는 士의 군상들, 징하다!

[미디어원=송태영칼럼니스트] 대충 돌아보니 30 년전 쯤 얘기이다 . 한참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 응답하라 88" 즈음의 얘기다 .

지금이야 최첨단 제품을 수출하는 국가로 자리 매김하고 , 또 외제차 한대 수입해서 타고 다니는 걸 너무 자연스레 생각하지만 , 당시만 해도 주력 수출품 가운데 하나가 신발이었고 , 그 때는 전세계 사람들이 신고 다니는 운동화의 90% 가 한국 , 그것도 부산에서 만들어져 수출되었던 떄이다 . 수출물량이 몰리거나 납기에 쫓길 때는 , 다들 알고 있는 단어 , 야근 , 특근 등이 아니라 연근 ( 連勤 ) 이라는 말도 있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몇이나 기억할까 ? ( 연근이란 , 하루 8 시간 업무를 마치고 잠시 휴식과 식사후 저녁부터 새벽까지 다시 8 시간을 연달아 근무하는 것이었다 .)

생산 후 선적을 하기전에 항상 제품의 일부를 무작위로 검사하는 것, 인스펙션( inspection) 이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 단계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불량이 발견되면 , " 전수검사 " 라는 과정을 다시 거친다 . 이미 포장까지 되어 있는 모든 박스를 다시 뜯어 하나하나 다시 품질 검사를 하는 과정이었다 . 당시 , 신발수출 바이어로 일했던 나는 , 이 상황이 오면 꼼짝없이 이 전수검사라는 과정을 직접해야 하는 그야말로 불상사였다 . 납기 시간은 쫓기고 , 전제품을 다시 검사하는 것은 거의 2 박 3 일 잠도 자지 않고 현장근로자들과 함께 매달리는 일이었다 .

그런데 이게 아주 곤혹스러울 거 같지만 , 의외로 할만 하다는 거다 . 그 때 깨달은게 " 단순 노동의 즐거움 " 이라는거다 . ( 물론 항상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돌 맞을 소리라는 것 잘 알지만 ) 아무 생각없이 주어진 업무에 집중하다보면 , 시간이 그렇게 잘 갈 수가 없다 . 또 현장 근로자들과 잡담까지 나눠가면서 일을 할 떄는 솔직히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다 . 또 하나의 이유는 , 이 신발이라는게 본드라는 접착제가 많이 사용되다 보니 , 아마 그 시간에는 거의 본드냄새에 취해 있었던 건지 모른다 .

얼마전 페친 가운데 30 대 젊은 친구를 만나 몇 시간 즐겁게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 상당히 지식인일뿐더러 , 포스팅하는 내용 하나하나도 흘려 보낼 것이 없는 그런 친구이다 . 그만큼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친구라는 얘기인데 , 나를 정말 놀라게 한 것은 그의 직업이 " 목수 " 라는 거다 . 그 사실을 알고 한편으로는 너무 부럽기도 했다 .

사실 우리가 부러워 하는 많은 직업들 , 부모들이 자식에게 희망하는 많은 직업들 , 특히 판사 , 검사 , 변호사 , 의사 , ( 특히 의사선생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 대부분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의 공통점은 "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의 원천 " 이라는 것이다 . 반대로 목수 , 미장이 , 기능공 , 기술자 .. 이렇게 대부분 몸으로 부닥치는 일의 공통점은 " 남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 되는 일 " 이라는 것이다 .

살아오다보니 , 어떤 직업이 우리 한 개인의 행복에 더 중요한지…..,참 생각할 게 많다 . 특히 이 지긋지긋한 사농공상의 잔재 – 소위 서울대법대 출신으로 대변되는 士 의 군상들 . 그들이 타인을 지배하려는 세상 . 참 징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

글: 송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