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3 그리고 오늘 한국사회] 우리가 바로, 이 시대를 구할 ‘루크와 레아’다!

우리가 바로, 이 시대를 구할 ‘루크와 레아’다!
사진: 스타워즈3 화면 캡처
“ 제다이 반란은 완전히 진압되었소 . 나머지 제다이들도 모두 색출해 처단할 것이오 . 적의 습격을 받아 지금 내 모습은 흉측해졌지만 , 나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오 . 은하계의 안보와 지속적인 안정을 위해 공화국을 재편 , 은하계 최고의 대제국을 건설하여 정의와 평화를 수호하겠소 ! ” [ 스타워즈 3- 시스의 복수 ] 중 펠퍼틴 의장의 연설 .

본색을 감추고 있던 클론의 군대가 다스 시디어스의 명령을 받아 제다이들을 몰살하고 , 그의 수하가 된 아나킨 또한 제다이 교육을 받던 어린 아이들까지 무참히 도륙하고 있을 때 , 평화수호자의 가면을 쓴 펠퍼틴 의장은 자신들의 반란을 제다이 반란으로 둔갑시키고 , 전체주의 제국 건설이 시작되었음을 선포한다 . 의회에 참석한 은하계 각 대표들은 위기에서 자신들을 구했다고 믿어지는 그를 지지하며 열렬히 환호와 박수를 보낸다 .

" 자유의 종말이군요 .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께 !"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는 건 파드메 뿐이다 . 그러나 시스의 계획이 실현가능했던 이유는 , 악의 편에 서기로 결심한 아나킨 덕분이었다 . 그가 저지른 만행을 알게 되고 파드메는 경악하지만 오히려 아나킨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그토록 사랑하는 파드메조차 포스의 힘으로 목 졸라 죽이려고까지 한다 . 그의 항변은 다음과 같다 .

" 평화와 자유와 정의로 나는 제국을 건설했어 . 나는 의장보다 강해 그를 몰아내고 , 우리가 은하계를 통치하자 . 우리 이상향을 건설하자 ."

인생은 한방 ! 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 지금 여기를 모조리 쓸어버린 후 이상적인 세계를 건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 그들은 완전한 삶을 위해서라면 , 유토피아 건설을 위해서라면 , 일부의 희생과 방해되는 모든 것의 제거가 필수적이라고 믿는다 . 그리하여 거짓과 폭력과 살인마저 합리화해버린다 .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서라면 악행도 선행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고 , 그들을 반대하는 세력은 모두 제거해야 할 대상 , 적폐로 간주한다 . 그렇게 모택동은 7 천만 명을 , 스탈린은 2 천만 명을 , 히틀러는 천오백만 명을 살육했다 .

이상향 건설이 실현 불가능한 이유는 , 인간의 불완전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 유토피아 건설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그 사람들 자신 때문이다 . 그들은 타인의 불완전성은 용서하지 않는 대신 , 그들 자신은 철저히 적폐의 대상에서 제외시킨다 . 그들은 언론선동에 의해 완전히 순결무구하고 청렴결백하며 평등평화의 사신이며 정의로운 사람들이라 대중에게 각인된다 . 그렇게 그들은 완전한 신의 모습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대중 위에 군림하게 되는 것이다 .

신격화되었으나 불완전한 인간 통치자에 의한 전체주의로 가지 못하게 저지하는 길은 오직 , 대중들의 각성이다 . 달콤한 유토피아 건설의 꿈에서 깨어나 그들의 통치 아래서는 피지배자에게 허락될 그 어떤 평등도 자유도 정의도 없다는 사실을 , 때에 따라서는 그 누구라도 적폐의 대상으로 찍혀 희생되거나 제거될 수 있음을 깨우쳐야 하는 것이다 . 그러나 대중이란 최면에 걸린 허수아비처럼 눈앞의 현란한 쇼에 환호하고 박수치면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고 으스대기 일쑤이다 .

[ 스타워즈 ] 시리즈 가운데 3 편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아나킨의 비극성에 있다 . 그가 다스베이더가 될 수밖에 없는 과정은 , 타의에 의한 강요가 아닌 ,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은 선의에서 비롯된 그 자신의 선택이었다 . 비극이란 , 언제나 자기 스스로 파국을 불러들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는 데 그 처절한 비장미가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대중에게 과연 비극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나마 있는 것일까 .

어딘가 지금의 우리 현실과 많이 닮은 것 같은 [ 스타워즈 3] 편만 제대로 보더라도 , 우리의 현실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까 , 그런 마음으로 몇 자 적어보려고 글을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 수십 년 전의 폐허로 돌아간다 해도 , 지구상에서 대한민국이 사라진다 해도 , 대중들이 과연 그 원인이 우리들 자신이었음을 알까 , 하는 대목에서 그만 고개가 저어진다 .

그러나 , 그렇다 해도 , 이 시대를 구할 루크와 레아가 어딘가에는 있을 거라고 , 악마가 된 다스베이더와 그를 진실로 사랑했던 파드메의 아이들 루크와 레아 남매처럼 , 선과 악을 모두 갖고 있지만 악보다는 선을 , 거짓보다는 진실을 믿으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가 바로 , 이 시대와 우리나라를 구할 루크와 레아라고 , 결론을 맺어보는 것이다 .

글: 김규나 /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