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자카르타에서 즐기는 에코 투어리즘
족자카르타에서 시간은 천천히 흘러간다. 슬로우시티라는 말이 딱 어울릴 듯 리조트에는 여유롭게 자연을 벗하며 책을 읽고 사색을 하는 사람들, 조용히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이 머물고 있다. 그들 틈에서 역시 한가한 하루를 보내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하고 멋지게 치장한 말이 끌어줄 작은 마차에 올랐다. 말은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기다가 격해지는 마부의 손놀림에 따라 다급한 몸짓으로 한적한 시골길을 내달린다.
막 수확을 끝낸 논 한 켠에는 볏단이 동그랗게들 웅크리고 있고 이제 모내기를 막 시작한 논에서는 농부의 손길이 분주하다.
숨소리가 거칠어진 말과 덜컹이는 마차의 일정한 삐그덕거림은 지나간 시간 속으로 나를 끌고 들어가는 듯하다.
마을로 들어서니 이곳저곳에 일정한 모양을 한 옹기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농한기에는마을 주변에서 들여온 찰진 흙을 잘 다져서 손물레로 돌려 토기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토기는 일상생활에서 유용한 도구로 사용하고 주변의 필요한 곳에 보내기도 한다니 참으로 장한 일이다.
마을은 2010년 화산 분출로 많은 사람이 죽고 큰 피해을 입었다. 정부 정책에 의해 인근도시로 이주했던 사람들은 그러나 오래지 않아 대부분 돌아왔다. 평생을 살아온 터전을 떠나 살기가 만만치 않았고 바쁜 도시생활에 적응은 더더욱 힘들었기 때문이란다. 화산재가 덮힌 논밭에서의 농사는 몹시도 힘들었지만 첫 두해를 견디고 나니 비옥해진 농토에서 소출이 크게 증가하여 살림살이가 나아졌다고 한다. 지금도 이들은 자연을 경외하며 자연과 하나 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보르보두르 사원을 오른다.
열대지방의 더위가 정점에 이를 시간인 오후 한시 반, 족자카르타의 최대 최고 유산인 보르보두르 사원을 찾았다. 마침 학생들의 기간 방학이 시작된 탓으로 거대한 사원은 입구에서부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불교사원이 세계 최대의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에 있음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 곳을 찾는 대다수의 관람객들이 이슬람교도인 것 또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인도네시아는 국민의 85%인 2억 명 이상이 이슬람을 믿고 있지만 불교 힌두교 개신교 천주교 유교를 공식종교로 인정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국가이다.
세계7대 불가사의의 하나이며 1991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보르보두르 사원은 족자카르타 시내에서 42키로 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불교 건축물 중 가장 위대한 것으로 꼽히며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건물 중에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보르보두르 사원은 인도네시아 불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샤이렌드라 왕이 8세기말경 ‘마겔랑’이라고 부르던 곳에 ‘고나르 달마라’라는 건축가를 시켜 건설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이 위대한 왕에 대한 기록은 보르보두르 사원 어느 것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42미터의 높이에 10개 층으로 구성된 사원은 본시 카마다투, 루파다투, 아루파다타의 세계 영역으로 나누어져 부처님의 세계관을 나타내려 했으나 인공으로 만든 언덕위에 건축된 사원이 완공되기도 전에 균형을 계속 잃어감에 따라 카마다투에 해당되는 하단부에 부벽을 세우고 덮어 버림으로써 현재는 카마다투의 영역은 찾아 볼 수 없다.
가장 높은 곳에는 불교를 상징하는 스투파가 세 방향으로 놓여 있으며 부처님의 생애와 부처님의 가르침이 일곱 개의 층에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다.
천년이 넘는 세월을 화산재에 덮히고 잡초와 나무로 무성했던 사원은 잠시 자바섬을 지배했던 영국의 부총독 토마스 스탠포드 레이플에 의해 1814년 제 모습을 찾았다.
최악의 화산 폭발, 그 현장을 가다
인도네시아는 4000여개의 화산으로 이루어져 세계에서 가장 화산이 많은 나라이다. 화산폭발은 지진과 함께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자연재해이며 그 두려움 속에 자리한 호기심 때문에 화산관광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화산의 나라’답게 인도네시아에는 브로모 화산, 킨타마니 화산 등 화산관광상품이 있으며 족자카르타에는 유명한 머라피화산을 찾는 화산관광이 있다.
족자카르타의 북쪽에 위치한 머라피화산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화산으로 꼽히며 지금도 쉴새 없이 화산활동을 하고 있다. 2010년 10월 30일 대폭발로 30여명 이상이 숨지고 13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11월 5일 다시 폭발하면서 80여명이 숨지는 등 백년만에 최악이라는 대참사를 일으킨 곳이다.
지프를 타고 화산 폭발의 현장을 찾는 것은 그야말로 두려움과 호기심을 동시에 맛보는 특별한 일이었다. 화산대폭발로 분출한 용암이 강물처럼 흘러내리던 소름끼치는 광경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머라피화산의 정상을 향하는 동안 펼쳐지는 화산지대는 오년이 넘은 지금에도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 용암이 흘러 내려간 후에 곧 이어 쏟아져 내렸을 엄청난 폭우와 화산재로 뒤범벅이 된 시커먼 강물이 굉음을 내며 흘러 내려갔을 계곡은 여전히 검은 빛깔로 뒤덮혀 있었다.
관광객들이 지프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은 화산분출구로부터 4키로가 떨어져 있는 곳이다. 차량은 더 이상 통행할 수 없고 도보로 8시간 남짓에 도달할 수 있지만 정부당국의 특별허가를 받지 않는 한 출입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검붉은 용암을 토해내는 화산 분출 광경을 내심 기대했기에 아쉬움도 남았지만 화산 대폭발의 현장을 보는 것 역시 장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족자카르타의 짧은 일정은 다양하고 깊이 있는 역사 문화관광에 에코투어리즘을 겸한 시간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따뜻한 환대로 여행의 즐거움을 더 해주던 족자카르타의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