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지난 16일 저녁(현지시간) ‘대만여행법(Taiwan Travel Act)’이라고 알려진 법안에 서명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백악관은 이 법안은 미국과 대만 간 공무원들이 모든 수준에서 자유롭게 상호방문할 수 있도록 독려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2월 만장일치로 상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대만 고위급 공무원들이 미국을 방문해 정부 관리를 만나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인호프 의원은 “이 법안은 우리가 대만이 자신을 스스로 방어할 능력이 있고, 일대에서 미국의 헌신적인 파트너로 남아있음을 계속해서 확신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도 미 정부 대표단이 대만을 찾을 수 있고 대만 정부 인사들이 종종 백악관을 방문하지만 인호프 공화당 상원의원은 “중국이 전례 없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미국과 대만의) 고위급 회담은 매우 귀중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환영했다. 이러한 회담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는 중국을 고려해 낮은 수준에서만 이뤄져 왔다.
이를 두고 대만(자유중국) 정부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고,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대만여행법이 ‘하나의 중국’ 정책에 위배된다”며 즉각 반발했고 중국은 “대만 무력통일 가능성을 높였다”며 협박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왜 ‘대만여행법’에 이처럼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까. ‘타이완 뉴스’에 따르면, 2017년 1월 스티브 샤봇 美하원의원이 발의한 ‘대만여행법(H.R.535)’은 1979년 카터 행정부 당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받아들이면서 대만과의 국가 수준 교류를 끊었는데, 이를 다시 복원하고자 하는 법안이다
대만과 중국은 사실상 2개 국가임에도 중국이 이처럼 과민 반응하는 것은 덩샤오핑 때부터 내려오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함께 시진핑 中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중국몽’에 상당한 방해가 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이 추진 중인 ‘중국몽’은 대만을 완전히 중국 영토로 만드는 것은 물론 남중국해와 한반도를 사실상 ‘속주’로 만들어 동아시아 패권을 차지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대만이 미국과 정상적인 외교 관계를 맺으며 중국의 품에서 벗어난다면 중국의 패권을 남중국해와 한반도 등 주변 지역에 강요할 명분이 크게 줄어든다.
중국은 이런 이유로 그동안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국가들에게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말라”고 강요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문제와 중국의 지역 패권 및 무역 불균형 문제가 ‘한 덩어리’라고 간주, 중국의 요구를 호락호락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을 계속 밝혀왔다.
중국 외교부는 “해당 법 조항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중 양국 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미국이 대만과 그 어떤 공식적인 협력이나 실질적인 방법으로 관계 개선 추구를 중단할것을 즉가 촉구했다.
한편,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올해 말까지 대만에 비공식 대사관을 개소할 예정이며, 대만에 더 자주, 많은 무기를 판매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프로젝트 2049’의 레이첼 버턴 부국장은 “고위급 정부 인사의 방문, 무기판매 정례·정상화는 미국이 규정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과 모두 일치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대만 주재 미 대사관으로 기능하고 있는 미국재대만협회(AIT)의 킨 모이 국장은 “2억5천만달러(약 2천671억원) 상당의 대만 내 새 미 부지는 대만과 지속하는 우정에 대한 증명이자 미-대만 협력관계의 중요성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1979년 대만과의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단절, 중국 지도부가 유지해 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만, ‘대만관계법’ 조항에 따라 대만과 모호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무역 관계를 지속하고 무기도 판매하고 있다.
대만관계법은 미국이 대만과 단교한 뒤에도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마련한 국내법으로 무기수출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