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타는 노을이 아름다운 섬 천혜의 자연경관 지닌 ‘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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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에는 ‘천사(1004)’의 섬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섬’이라는 공간적 취약성 때문에 인구감소, 노령화, 문화정체성 등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신안군이 추진하고 있는 ‘가고 싶은 섬’ 만들기는 낙후된 국내 섬들을 활성화 시켜 많은 사람들이 찾고, 또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맑고 푸른 바다, 기괴한 바위, 지형·지질과 어우러진 난온대림 등이 특징인 생태 섬 ‘홍도’ 역시 가고 싶은 섬 중의 하나다.

# ‘홍도’ 그 섬에 가고 싶다

홍도 1구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

 

홍도는 해질녘 섬 전체의 바위들이 붉게 보인다 해서 이름 붙여지게 됐다. 목포에서 1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면적 6.47km의 작은 섬이다. 하지만 이동성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이며, 멸종 위기의 동·식물들이 서식하는 곳으로 그 생태적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높다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홍도는 1965년 홍도천연보호구역, 1981년에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2009년에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국내·외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쾌속선을 타고 2시간 30분가량을 힘차게 파도를 가르면 홍도1구 선착장에 도착한다. 숙소가 고지대에 있는 터라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것을 걱정하지만, 골목을 누비는 짐차가 그런 걱정을 말끔히 씻어준다. 예전에는 모두 직접 들고 가야했다고 한다.
간편한 산행복장으로 갈아입은 후 홍도의 최고봉 깃대봉 등반을 준비한다. 홍도의 유일한 교육시설 흑산 초등학교 홍도 분교에서 바라본 깃대봉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분교를 지나 깃대봉 오르는 길은 약간 가파르다. 해발 365m에 불과한 산이지만 해수면에서 바로 솟은 산이기 때문이다. 홍도 1구 마을에서 깃대봉까지는 왕복 두 시간, 깃대봉을 넘어 등대가 있는 2구 마을까지는 왕복 네다섯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한국의 100대 명산 중 하나인 깃대봉 정상을 오르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립공원 직원이 입구와 등산로 중간에서 허가증을 검사한다. 깃대봉 일대가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70호)임을 감안하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사진:한국의 100대 명산 중 하나인 깃대봉의 정상I 미디어원 DB

홍도 1구에서 깃대봉을 오른 후 2구까지도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예전 바닷길이 험할 때는 이 길이 1구와 2구를 연결해 주는 유일한 통로였다. 최근 올레길, 둘레길 등 많은 걷기길이 조성됐지만, 홍도의 유일한 육로인 이곳은 홍도의 생활로라고 할 수 있다.
제1전망대에서는 홍도 최고의 비경을 자랑하는 유방바위와 촛대바위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홍도유일의 해수욕장, 몽돌해변가가 보인다. 여름엔 쾌속선이 이 해수욕장까지 진입하기 때문에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긴다.
정비된 계단길이 끝나면 울창한 숲길이 나타난다. 숲길 주변에는 향기로운 들꽃들이 피어있어 운치가 더해진다. 특히 둘이지만 한 몸처럼 살아가는 연리지 나무를 볼 수 있다. 금슬 좋은 부부의 사랑과 가슴 저미는 연인들의 사랑으로 비유되는 연리지 나무를 보며 사랑의 애틋함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 홍도가 주는 선물, ‘석양 노을’

사진: 산에서 바다로 길이 통해 있는 숨골재 굴 I 미디어원DB

가쁜 숨을 이제는 좀 쉬게 할 차례다. 가파르던 산길이 부드러운 흙길로 바뀌는 연인의 길이 시작되기 때문. 깃대봉 등산로 중 가장 편안하고 아름다운 이 길은 그 이름처럼 연인들이 손을 잡고 걷기 좋은 사랑스런 길이다.
연인의 길을 올라 내려다본 홍도 1구 마을의 그림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넋을 잃는다. 저 멀리 파도소리와 귓가에 들리는 숲속 바람 소리가 고즈넉한 정취를 자아낸다. 시끌벅적한 도시의 삶은 어느새 아득히 멀어져가는 듯하다.

다음에는 산에서 바다로 통해있는 굴인 숨골재 굴이 나타난다. 옛날 마을주민이 실수로 어떤 노인을 구덩이에 빠뜨렸는데, 다음날 바다에서 물에 떠다니는 나무가 있어 확인해 보니 그 노인이었다. 그 이후 이곳이 바다와 통하는 숨골인줄 알게 돼 ‘숨골재’라 부르게 됐다. 현재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숨골재 일부를 나무와 흙으로 메웠다.

숨골재에서 조금 더 오르면 옛 숯가마터가 나온다. 이 부근은 참나무가 많아 숯을 굽기에 적합하다고 한다. 이 터에는 1925년부터 10년간 정숙이라는 사람이 숯을 구웠다 해서 ‘정숙이숯골’로 부르고 있다. 홍도주민들은 숯을 팔아 식량이나 소금을 사거나 항아리, 쌀독 등에 숯을 넣어 나쁜 기운을 없애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사진: 해가 지기 시작하는 홍도의 모습, 미디어원 디비

숨 가쁘게 오르던 길이 끝나고 깃대봉 정상이 나타난다. 양 옆으로 시원스러운 바다가 보이고, 흑산도가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인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섬의 조화는 왠지 신묘한 광경이다.
외경심을 뒤로 하고 깃대봉에서 올라온 길을 되돌아보니 해가 지려는 모습이다. 하산의 시간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쳐 들어오는 지는 해의 모습에 마음이 조급해 진다.

돌아가는 길. 일몰 전망대에서 바라본 일몰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그 이름처럼 홍도의 바다를 더더욱 아름답게 물들이며, 압도적인 환상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붉은 태양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내일이면 다시 떠올라 홍도를 밝게 비춰줄 것이기 때문이다.
홍도가 주는 선물을 뒤로 한 채 다시 하산의 길을 재촉한다. 마을에는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홍도의 볼거리
깃대봉 정상
해발 368m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 하나이며, 홍도 1구 마을에서 고치산 정상인 깃대봉까지의 거리는 1.7km로 하늘을 가로막은 상록활엽수(늘푸른넓은잎나무)들이 즐비하다.
동백수림
홍도1구 마을에서 가까운 산책로로 상록활엽수가 잘 보전돼 원시림을 이루고 있다. 300년이 넘는 동백나무,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등 아름드리 나무들을 볼 수 있다.
홍도몽돌해변
모래가 아닌 주먹에서 수박 크기의 동글동글한 둥근돌(빠돌)로 형성된 맑고 깨끗한 해수욕장. 길이 600m, 폭 70m, 수심 10m 이상 육안으로 관찰이 가능할 정도다.
홍도의 바닷속
홍도의 바닷속은 형형색색의 연산호와 해면류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각종 해양생물에게 산란지 및 서식처를 제공해 주어 생태적 가치 또한 뛰어나다.
홍도 10경
남문, 실금리굴, 탑섬, 석화굴, 만물상, 슬픈여, 부부탑, 독립문바위, 거북바위, 공작바위 등을 해상을 통해 관광할 수 있다.

쾌속선 운항시간
목포=>홍도: 07:50 / 13:00
홍도=>목포: 10:30 / 15:30
소요시간: 2시간 30분
문의: 061-246-5030

글: 강정호 기자 사진: 강정호기자, 미디어원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