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니 이 맛은!”
요리 만화로는 드물게 일본에서 1,000만부 이상 팔린 미스터초밥왕의 대사다. SK 최태원 회장이 직원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했다는 일화로 유명한 이 작품에서 주인공 쇼타는 초밥을 만들기 위해서 최고의 쌀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그런 쌀을 생산하는 지역이 바로 미야기 현이다.
(미디어원=이동진 기자) 일본 동북지방의 중심부에 위치한 미야기 현은 동쪽으로 태평양에 면해있고, 중앙부는 일본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인 센다이 평야가 자리하고 있다. 맛 좋은 쌀과 신선한 해산물을 언제라도 맛볼 수 있는 이 지역이 일본 음식기행 목적지다.
사실 미야기 현 일본 동북지역 최대의 상공업거점지역이다보니 지역 경제는 3차 산업 위주로 돌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혜의 자연이 선사하는 풍요로운 선물은 이곳을 찾는 많은 여행객들을 충분히 만족시키고도 남는다. 그 선물이라는 것을 단순한 먹을거리로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미야기 현 일본에서 손꼽히는 수려한 절경과 일본 전국적으로 유명한 온천을 자랑한다. 아름다운 맛과 맛있는 풍경, 향긋한 명소를 경험하고 난 후 지친 심신을 뜨거운 온천에 담그면 절로 탄성이 흘러나온다.
“아! 일본 맛있다!”
# 아니, 그러니까 3등은 한다는 거잖아
한국에서 매일 취항하는 항공기에 몸을 싣고 미야기 현의 현청소재지인 센다이시에서 가장 가까운 센다이 공항에 내리면 미야기 현을 즐길 준비는 끝났다. 리무진버스를 이용해 JR센다이역까지 약 35분 만에 시내에 들어 설 수 있는데, 역을 나서자마자 대형 백화점과 은행, 호텔이 들어선 아오바도오리가 서쪽으로 이어진다. 역 근처에 여행 서비스 센터는 JR East 열차 패스를 교환할 수 있는 마지막 장소이기 때문에 꼭 체크하도록 하자.
센다이역에서 2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다 6번 정류장에서 내리면 1602년에 세워진 센다이 성의 옛 터가 아직도 남아있다. 가뭄이 들어도 물이 흘러 아오바성(푸른 잎의 성)이라고도 불린 이 성은 2차 대전 중 폭격으로 완전히 붕괴되고 말았다. 성의 일부만 복원된 상태로 임진왜란 당시 조선 침략의 선봉장이었던 다테 마사무네의 마상도 세워져 있다. 고얀 녀석!
다시 센다이역으로 돌아와 이치반쵸에 걸친 6개의 콘셉트의 쇼핑거리에서 종종 펼쳐지는 다양한 이벤트를 즐기고, 브론즈 동상이 세워진 조젠지도오리 거리를 걷다보면 어느새 다리가 아파온다. 앞으로의 여행을 위해 심신의 피로를 풀어두자. 센다이역 서쪽 버스정류장에서 아키우 대폭포 행 버스로 50분 거리에 있는 아키우 온천은 일본의 3대 온천으로 손꼽힌다. 1,400년 전에 발견돼 다테 가문의 어용 탕으로도 사용되던 이 온천은 뛰어난 절경뿐 아니라 류머티즘, 요통, 관절염 등에 효능이 있다는 수질로 유명하다. 계곡에 둘러싸인 대형호텔과 일본전통 료칸 등 숙박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휴양지로 유명한 이 곳에서 여행객들은 조용하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인근에는 나토리가와 강의 급류로 인해 만들어진 기암절벽과 높이 55m로 일본 3대 폭포 중의 하나인 아키우오타키도 볼 수 있다.
JR혼시오가마역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시오가마신사는 일본 동북지방에서 가장 유명한 신사다. 1천 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지닌 이 신사는 주로 어업 관련 신을 모시고 있다. 현재의 신사건물은 센다이 3대 번주가 1695년 착공해 1704년 준공된 것으로 미야기 현의 중요문화재로 지정돼있다. 침엽수와 활엽수의 삼중 숲으로 둘러싸인 경내에 서면 장관의 마쓰시마 해안 섬들이 한 눈에 들어오고, 동쪽으로는 오시카반도나 긴카산의 풍광도 즐길 수 있다.
# 스시는 지겹다고! 다른 거!
미야기 현 동쪽으로 태평양에 면해 있고, 서쪽에는 자오와 구리코마산이 산맥을 이루고 있다. 현의 중심부는 곡창지대로 유명한 센다이 평야가 위치하고 있다. 어떤가? 지리적 위치만으로도 좋은 식재료의 왕국임을 자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은가?
특히 단맛이 돌고 찰기 있는 쌀과 싱싱한 활어는 단연 으뜸이다. 이들을 있는 그대로 맛볼 수 있는 일본의 대표 먹을거리 ‘스시’는 미야기 현 대표 음식이다. 물론 스시는 너무도 당연하고 식상하며, 진부한 주제다. 그러므로 미야기 현까지 가서 스시를 찾는 우를 범하지는 말자. 스시 외에도 우리의 미각을 황홀함에 빠져들게 할 음식 소개만으로 지면은 차고 넘친다.
바로 센다이에서 탄생한 요리 규탕야키 그것이다. 이제는 ‘센다이 명물’로 불리며 센다이 곳곳에서 숯불의 향기로 고픈 위를 자극하는 규탕야키는 시내 번화가에만도 약 60여 곳의 전문점이 성업 중이다. 규탕은 소의 혀를 숯불로 구워 만든 요리로 육질이 고소하고 매우 부드럽다. 규탕과 보리밥, 콜라겐이 듬뿍 들어있는 꼬리스프와 채소절임을 묶어서 세트로 파는데, 판매하는 점포마다 소금이나 된장, 특제 소스 등으로 각각 다른 맛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센다이 시내중심가에 위치한 ‘다스케(太助)’는 1948년 규탕야키를 개발한 사노 씨가 오픈한 최초의 규탕야키 전문점이다. 과거의 인테리어를 거의 손보지 않아 화려하진 않지만 투박하고 소소한 가게 안은 아침, 저녁으로 손님들이 빼곡하다. 지난 60년간 오직 소금으로만 맛을 낸 규탕야키를 고집해온 곳으로 일본 전역에 고정 팬을 거느리고 있는 원조 규탕야키 전문점이다.
센다이역 2층에는 스시와 규탕만 파는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거리가 따로 있는데, 일명 ‘스시도리’, ‘규탕도리’로 불리는 이곳은 미야기 현민은 물론 센다이역을 방문한 일본 내 타 지역 관광객, 해외에서 몰려오는 관광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센다이의 대표 요리가 또 있다. 바로 히야시추카(冷やし中華)이다. 한국인이 시원한 냉면으로 무더운 여름을 견뎌낸다면 일본에선 시원한 히야시추카가 있다.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먹는 라멘을 무더운 여름에도 즐길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탄생된 히야시추카는 센다이시 곳곳에서 업소를 찾아 볼 수 있다.
처음 만들어질 당시에는 여름철용으로만 판매되던 것이 이제는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나 즐길 수 있는 요리로 진화되어 왔다는 점도 특이하다. 처음엔 시원한 라면형태였다면 이제는 당시와는 달리 면과 각종 채소, 국물이 따로 제공되어 기호에 맞춰 말아먹거나 비벼먹을 수 있도록 비꼈다.
센다이역에서 도보로 10분정도만 이동하면 히야시추카를 개발했던 ‘류테(龍亭)’를 찾아볼 수 있다.이제는 식당에 찾아오는 손님뿐 아니라 인터넷판매를 할 정도로 성업 중인데, 면과 함께 8종류 이상의 채소와 지단, 깨로 만든 소스 혹은 간장소스를 곁들여 히야시추카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제공: 미야기현